농밀한 세미나 3주차 후기

만복
2022-02-27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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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미나 인원이 세 명인데 한주에 발제가 두 명인 세미나를 본 적이 있으신가요? 네. 그것은 바로 농밀한 세미나입니다. 덕분에 매번 한 시간 반의 세미나 시간을 꽉 채워서 (조금씩 넘기면서까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답니다. 우현과 함께했던 지난 서당개 세미나에서도 매주 발제와 메모를 가져와서 시간을 꽉꽉 채웠던 기억이 있는데요. 농밀한 세미나 역시 굉장히 빡센(!?) 강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번 주에는 크게 두 가지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어요. 첫째는 소통에 관련된 이야기였고, 둘째는 남성성과 남성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먼저 첫 번째 주제는 경덕님의 발제에서 나온 이야기였어요. 『S&M페미니스트』에서 저자 클라리스는 “상대가 설명하고 싶어하지 않거나 설명하기 어려워하는 자신의 정체성, 성적 지향, 욕망, 선호에 대해서 캐묻지 않아야 하고, 섹스를 하고 싶어하지 않는 상대에게 이유를 대보라고 추궁하지 않아야 한다(출처:경덕님 발제)”고 말합니다. 이 부분을 함께 읽으면서, 저는 상대의 마음을 꼬치꼬치 캐물으며 몰아세웠던 지난날들을 반성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그렇게 아무것도 묻지 않고, 진심으로 상대를 이해하는 것이 가능할까 싶기도 했습니다. 이런 고민을 공유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둘째 주제는 제가 발제를 했던 남성의 섹슈얼리티에 관한 부분이었어요. 저자 클라리스는 남성 본인들이 주도하는 남성성과 남성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조사, 탐구가 매우 부족하다는 사실을 지적했어요. 페미니즘의 담론에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남성일지라도 자기 자신의 섹슈얼리티에 무지하다면 당사자가 아니라는 자기모순에 빠질 수밖에 없어요. 이런 자기모순은 저뿐만 아니라 경덕님과 우현 역시 느껴왔고, 답답했지만 잘 해결하지 못했던 부분이었어요. 클라리스가 답답한 지점을 정말 정확하게 짚어줬다고 느꼈습니다.

 

  물론 주의해야 할 점도 있는데요. 남성성과 남성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려다 보면 ‘남성 권리 옹호’의 담론에 빠져버리기 쉽다는 점이었습니다. 여성 혹은 LGBTQ 섹슈얼리티와 남성의 섹슈얼리티를 동일 선상에 놓아버리면, 남성의 섹슈얼리티는 이미 주류적이고 특권적이기 때문에 특권을 지키는 쪽으로 이야기가 흘러가 버리는 것이죠.

전형적인 남성성의 구조에서 해방된 남성적인 모습은 무엇일까?

  어쨌든 저희는 “전형적인 남성성의 구조에서 해방된 남성적인 모습은 무엇일까?”라는 클라리스의 질문에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각자의 생각을 나눴습니다. 정답도 없고 뭔지 알 수도 없기 때문에 각자의 경험 속에서 최대한 해방에 가까운 이미지들을 떠올려봤죠. 답이 쉽게 나오진 않았어요.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면, 즉시 그 이미지가 만들어내는 부정적인 상황들이 함께 떠올랐기 때문이죠. 그래도 계속해서 같이 고민을 이어가다 보면 좋은 아이디어들이 나올 것 같기도 합니다.

댓글 2
  • 2022-02-28 15:17

    그러고보니 농밀한 세미나를 기획하면서, <남성들의 페미니즘 세미나> 컨셉도 생각했었어요ㅎ

    의도한 건 아니지만 그렇게 돼가고 있는 느낌...ㅎ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남성들이 있다는 건 아주 든든한데,

    남성끼리만 얘기한다는 점에서 뭔가 방향을 잘못 잡게 되진 않을까 걱정되네요ㅎㅎ..  서로 밀고 당기면서 잘 나아가봅시다!

  • 2022-03-01 14:08

    저는 2주만에 살짝 쉬어가는 발제/후기 free한 한 주를 맞이했네요ㅎㅎ

    그러고보니 자기 자신의 섹슈얼리티에 무지한 채로 규범적인 이야기만 하다가 모순에 빠지는 케이스를(말과 행동이 다른?) 여럿 본 것 같아요. 
    '권리 옹호'로서의 남성성을 경계하고, 성 해방으로서의 남성성의 모델들은 어떻게 창조될 수 있을지..  밀고 당기면서 계속 탐구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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