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불안석 9회차 후기!

경덕
2022-09-04 17:12
99
 
9회차는 계사상 5장에서 몇 개의 절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발제자 고은님은 페미니즘을 처음 접했을 때 한국의 가부장제가 오랜 기간 문제가 되어왔다고 배웠고 여성혐오 사상이 담긴 문장들(‘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 ‘암탉이 울면 나라가 망한다’ 등등)이 전승되고 있지만, 막상 고전 공부를 시작해보니 여성혐오에 대한 내용은 찾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문제가 되는 문장은 있는데 문제가 되는 내용을 찾기 어려운' 이유로 1)과거에는 단정적인 말들이 상징에 가까웠다면, 오늘날엔 사실과 사실이 아님을 구분하는 방식에 가깝다는 점, 2)과거에는 하나의 개념에 대해 정의를 내리기 보다는 관련이 있는 어떤 것과 연결시키는 방식으로 이해했다는 점, 3)같은 단어가 과거와 오늘날에 다른 뜻으로 사용되는 점 등등, 이렇게 저렇게 추측해보았지만 여전히 정리하기 어려웠고, 이번 세미나에서 고대 동양에서는 여성과 남성의 문제를 어떻게 보았는지 세미나 친구들과 함께 정리해보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1절 一陰一陽之謂道 한 번은 음이 되고 한 번은 양이 됨을 도(道)라 하니, 
> 음과 양은 명확하게 분리되어 조화를 이루는 것일까? 아니면 언제든 바뀔 수 있어서 조화를 이루는 것일까? 
> ‘한 번은 음이 되고 한 번은 양이 됨’을 우리 삶에서 찾아볼 수 있을까?
 
일음일양지위도로 시작했어요. 음과 양은 무엇이고, 서로 어떤 관계이고, 어떻게 지속되는 것일까? 그리고 삶 속에서 '일음일양'은 어떤 형태로 나타나고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경험하고 있을까? 등이 저의 질문이었습니다. 발제문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당연히 후자(언제든 바뀔 수 있어서 조화를 이루는 것)가 맞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음과 양은 어떻게 존재하고 변화하고 조화를 이루는지에 대해 풀어서 이야기 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음양은 천지, 일월, 남녀 등등 여러 가지 짝을 이루는 이원적 대상물(상징물?)을 말하기도 하는데, 그 짝을 이루는 음양의 대상들이 일음일양 하여야 도를 이룰 수 있고, 6절에 나오는 '생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고 정리를 해보았습니다. 그런데 그 짝을 이루는 '대상' 들 역시 어떤 고정된 실체는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음 또는 양을 하나의 실체로 생각한다면 가까이 들여다볼 수록 파악하기 어렵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언제든 바뀔 태세를 하고 있고(이미 바뀌고 있고) 계속 변하는 것을 어떻게 인식할 수 있나? 인식하려는 순간 이미 달아나는 기분이랄까요? 
 
 
2절 繼之者善也, 成之者性也. 이은 것이 선(善)이고, 이룬 것이 성(性)이다. 
> 선은 무엇일까? = 어떻게 이어진다는 것일까? 음과 양이 합쳐져야 하는 것일까? 
> 인간이 이것을 이루어낼 경우 성이라고 하는데, 오늘날 성을 우리 삶에서 찾아볼 수 있을까?
 
2절에서는  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볼 수 있을지에 대한 주제에 초점이 맞춰졌어요. 오늘날 페미니즘과 퀴어 담론에서는 '남과 여'라는 성 이분법을 해체하고 젠더와 섹슈얼리티를 스펙트럼으로 보기 때문에 성 정체성이 다양하게 분화되고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저와 고은님 사이에 잠깐(?) 논쟁이 오고 갔는데요. 고은님은 성별이나 성적 지향에 따라 계속 쪼개고 쪼개어지는 정체성 분화의 흐름 속에서 성 해방 운동은 자가당착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말씀하셨고, 저는 기존의 성별이나 성적 지향의 언어(남녀, 이성애)에 포함되지 않았던 성 정체성을 표현하는 새로운 용어들(LGBT, 퀴어 등)은 성 해방으로 나아가는 하나의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했어요. 당시의 대화가 정확히 기억나는 건 아니어서, 이렇게 한 문장으로 정리가 되나 싶기도 하지만, 여러 가지 제약으로(저만 줌으로 접속해서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고, 충분히 이야기할 시간이 없었다는 점 등) 어떤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습니다. 2절에서 나오는 '성'과 오늘날 이야기하는 '성'이 같지는 않겠지만 어떻게 현대의 언어와 고대의 언어가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 '관계'와 '변화'에 초점을 두는 고대 사유와 '분리'하고 '정의'하는 근대적 사유는 어느 한 쪽을 일방적으로 옹호하거나 부정하지 않고 어떻게 같이 이야기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저의 고민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고대의 사유를 이제 막 배우기 시작한 입문자가 이런 고민을 하는 것이 너무 섣부르다는 생각도 드네요. 인트로에 말씀하신 고은님의 문제의식(페미니즘에서 말하는 가부장제와 고대의 여성혐오 사상이 담긴 문장들을 어떻게 보아야 하나, 문제가 되는 문장은 있는데 문제가 되는 내용을 찾기 어려운 이유)은 저의 고민과 어느 정도 맞닿아 있을까요? 답을 내리기 어려우니 일단 질문만 안고 가보겠습니다. 
 
 
6절 生生之謂易, 낳고 낳음을 역(易)이라 하고, 
> 이 문장은 일음일양을 다르게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생생은 무엇일까? 그때 음양은 무엇일까?
 
이제 세미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저희는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6절로 넘어갔습니다. '생생'을 어떻게 볼 수 있을까? 낳는 것도 '생'이지만 사는 것도 '생'이다(지원), 생생을 낳고 사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생'은 양면을 다 이야기하는 것 같다, 이쪽으로 생하고 저쪽으로 생하고, 생 두개가 붙었기 때문에 순환을 이야기하는 건 아닐까(동은), 이 문장이 일음일양을 다르게 표현한 거라고 한다면 한 번 음한 것이 양을 낳고, 한 번 양한 것이 음을 낳고, 즉 본의에 나오는 것처럼 음생양 양생음(본의)이다(고은), 연속성, 지속성의 의미로써 낳고 낳음이 아닐까(우현), 끝이 없는 낳고 낳음이다. 
 
오늘날의 '남과 여'에는 생(재생산)으로서의 역할만  있는 건 아니고, 또 다른 문화적 맥락들이 개입이 되고 있어서 해석하기 어려운 것 같다(우현). 오늘날에는 남성이나 여성을 재생산이나 생물학적인 능력을 가진 존재로 보는 것을 지양하는 것 같다(고은). 음양은 결국 생생하기 위한 조합인 건데 지금 시대는 남녀가 꼭 그런 역할(재생산)만 하고 있는 건 아니니까 지금은 새로운 음양의 조합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나, 지금도 이런 생명력의 순환은 지속되고 있으니까 우리는 어떤 요소들이 그런 '생생'을 지속하는 것으로 보고 있는지 이야기해보고 싶다(우현). 그런 이야기도 해보고 싶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녀의 생식 능력을 빗겨가지 말고 정면으로 이야기해볼 수 있지 않나(고은). 그럼 우리가 정면으로 다뤄보자! 해서 이야기 하면 다뤄지지 않을까? 어떤 상황에서 누가 이야기 하는가에 따라서 비판의 대상이 될 수도 있지만(ex.정부발 여성 가임기 지도 논란) 이런 자리에서 이야기하는 건 괜찮지 않나 싶다(경덕). 등등의 이야기가 오고 갔고,
 
 "자, 4시가 되었기 때문에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시간을 철저히 엄수하는 고은 발제자님 덕분에 지체 없이, 제 시간에 세미나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촬영 때는 오늘 다룬 괘를 근거로 성 정체성이나 생산 능력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서 나눠보자고 제안하셨어요. 고품격 주역 토크쇼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갈지?
 
기대 기대! 두근 두근...!
댓글 4
  • 2022-09-05 09:47

    ㅋㅋ잘 정리된 후기 감사합니다! 저희 목요일 토론 촬영... 잘할수잇게쬬...???

     

    + 지원과 경덕님은 목욜에 맘에드는 계사전 장이나 괘를 가져오기로 했습니다!

    다음 세미나를 지원과 경덕님이 준비하기 위해서이죠! :*]

    • 2022-09-05 23:51

      ㅋㅋ 중요한 내용을 빠트렸네요.. 세미나 준비! 고민 고민🤔

  • 2022-09-08 02:55

    제가 찾던 정보 다 있네요ㅎ

    사전질문지 쓰다가 막힌 혈 시원하게 뚫고 갑니더

    • 2022-09-09 17:09

      ㅎㅎ짝짝짝!!!

('로봇이 아닙니다' 체크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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