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불안석 5회차 후기: 잡란함과 취향

고은
2022-08-18 11:24
62

 

후기가 많이 늦어졌습니다..^^

5회차에는 계사전 상 8장을 함께 살펴봤습니다. 우현이가 세미나를 준비했는데요. 우현이는 래퍼라 그런지 엔팁이라 그런지(?) 종종 단어 하나에 꽂히고는 합니다. 우현이가 계사전 상 8장을 고른 이유도, 이곳에 나오는 ‘잡란함(賾)’이라는 단어 때문이었습니다.

 

     聖人有以見天下之賾 而擬諸其形容 象其物宜 是故 謂之象.
     성인이 천하의 잡란함을 보고서 그 형용을 견주고 그 물의 마땅함을 형상하였다. 이러므로 상이라 일렀고

계사전 상 8장에는 주역의 괘와 효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설명합니다. 그 중에서도 괘는 전하의 잡란함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나옵니다. 세상의 어지러움으로부터 괘가 나왔다는 것이 우현이의 호기심을 자극했나봅니다. 저는 이 과정에서 쓰인 동사들이 더 재미있다고 느껴졌어요. 보고, 본 것을 견주고(의논하고), 의논한 것을 형상화 했다는 과정이 말이에요. 세상의 어지러움을 본 뒤에 그것을 의논한 뒤에, ‘마땅함’을 형상화했다는 것도 재밌었습니다. 세상의 어지러움으로부터 마땅함이 담긴 괘가 나왔다? 그렇다면 이때의 어지러움, 즉 잡란함, 즉 색이란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지저분함이 아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상이 복잡다난하다는 것 그 자체를 의미하는 것일 수 있겠지요. 

 

     聖人有以見天下之動 而觀其會通 以行其典禮. 繫辭焉 以斷其吉凶 是故謂之爻.
     성인이 천하의 동함을 보고 그 회통함을 관찰하여 떳떳한 예를 행하며, 말을 달아 길, 흉을 결단하였다. 이 때문에 효라 이르니

이 문장에서 우현이는 움직임(動)에 집중했습니다. 괘가 잡란함으로부터 나왔다면 효는 움직임으로부터 나왔다는 것을 눈여겨 본 것이지요. 잡란함과 움직임이 세상의 기본이라면, 삶이 불안정한 것 역시 이상하지 않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우현이는 이번 회차의 주제를 ‘불안감’으로 잡았습니다. 

 

     言天之至賾 而不可惡也. 言天下之至動 而不可亂也.
     천하의 지극히 잡란함을 말하되 싫어할 수 없으며, 천하의 지극히 움직임을 말하되 어지럽힐 수 없으니, 

이 문장에서 다시 잡란함과 움직입이 등장했습니다. 이 문장의 잡란함을 괘와 연결시키고 움직임을 효과 연결시켜야 하는가 마는가로 토론을 조금 했습니다. 앞의 문장을 그대로 끌어와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문장에서 잡란함과 움직임은 비슷한 의미로 쓰이고 있다고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지원은 이 문장을 재미있게 해석했는데요. 첫 문장인 ‘천하의 지극히 잡란함을 말하되 싫어할 수 없으며’를 불말을 말하거나 투정을 부리되 싫어하지는 말라고 해석했습니다.

 

 

     擬之而後言 議之而後動 擬議以成其變化.
     견준 뒤에 말하고 의논한 뒤에 움직이니, 견주고 의논하여 그 변화를 이룬다.

이 문장은 배우는 사람들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라고 이해해보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견주고 의논하였느냐가 아닐까 싶습니다. 무작정 변화하는 것이 좋다기보다는 변화하기 위해서 먼저 견주고 의논한 뒤에,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변화하는 것이 중요해보입니다. 왜냐하면 이 세상이 이미 잡란하고 변화하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변화를 이룬다’를 각자 다르게 풀어보았는데요. 저는 변화에 발을 맞춘다고 이해했고, 동은은 변화를 따른다고, 경덕은 변화에 동참한다고 해석했습니다. 

 

 

이 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취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요즘은 ‘취향’이 많은 것을 대변해줍니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취향을 통해 알 수 있고, 취향은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영역처럼 느껴집니다. “그게 내 취향이야”라는 말이 “그걸 왜 하는거야? 그게 필요하니?”와 같은 말을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는 것이지요. 취향은 차단이나 소통 거부에 가깝게 느껴집니다. 분명 견주고 의논할 부분, 즉 파고들어 살펴보고 근거를 따져볼 부분이 있는데 그것을 하지 못하게 만들어버리는 것 같습니다. 덧붙여 역의 역할이 의논하고 견줄 거리는 만들어주는 것 같다는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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