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이예술> 2022 여름시즌 2회차: 감 잡기!

고은
2022-06-09 12:48
93

 

 

1. 1교시 고은쌤

 

  1회차에 수업 오티를 했다면 2회차부터는 본격 수업이 시작됩니다. 각 수업마다 새로운 친구들이 절반이나 되다보니, 한자와 한문이 낯선 친구들의 속도에 많이 맞추었습니다. 속도가 다른 친구들이 섞여서 함께 수업할 때의 가장 좋은 점은, 아직 감을 잡지 못한 친구들이 금방 따라오게 된다는 겁니다. 저는 한문을 만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감이라고 생각해요. 감이란 건 문화와 분위기 안에 잘 녹아나기 떄문에, 또 문화와 분위기로 표현이 되기 때문에 다양한 문화와 분위기를 가진 친구들이 함께 섞여 있는 게 무척 좋습니다.

 

  지난 봄 시즌에는 주로 정통 유가에 가까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살펴보았는데요. 이날은 처음으로 비교적 도가 계열에 있는 사람들을 살펴보았습니다. 물론 <맹자>에 등장하는 인물이기는 하지만요, 도가 인물들 특히 초나라의 은자들은 <논어>에도 <맹자>에도 등장하곤 한니다. 주인공은 초나라 릉이라는 지역(현재의 산동지역)에 사는 자종과 그의 부인이었어요. 릉은 언덕이라는 뜻인데, 혹시 구릉지는 아니었으려나 상상하게 되네요.

 

  오늘의 주인공이 초나라에 있었다고 니 친구들이 '초장왕'을 외칩니다. 저번 시즌에 배웠던 사람인데 '초장'왕이라고, 친구들이 즐겁게 언어유희를 했었거든요. 아무래도 '초장'왕은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모양인가봅니다^^ 자종이라는 사람은 원래 제나라 사람이었어요. 자신의 형이 제나라의 재상이 되었다고 하니 좋은 집안 출신이었던 것 같습니다. 형의 녹봉으로 잘 먹고 잘 살 수 있었을텐데, 자종은 오히려 그 녹봉이 옳지 않다며 출가해(?) 부인과 초나라로 왔다고 합니다.

 

  그런 자종의 소문을 들은 초나라 왕이 금을 보내어 재상의 자리를 부탁합니다. 자종은 집에 들어가 부인과 의논해보겠다고 답한 뒤, 부인에게 묻지요. 오늘 재상이 되면 내일부터는 기깔나는 고급 리무진과 뛰어난 술&안주를 갖게 될 것이라고요. 형이 재상이 되었을 때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죠? 그러자 그 부인이 자종을 나무랍니다. 나무라는 말 중 가장 마지막 문장을 친구들과 함께 해석해보았어요. 

 

  亂世多害,妾恐先生之不保命也.

  난세다해, 첩공선생지불보명야.

  우선은 친구들에게 아는 한자가 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수업을 들었던 친구들은 '아~ 알 것 같은데~', '아~ 어디서 봤는데~'하며 아쉬워합니다. 바로 거기서부터 한문에 대한 감이 생기는 것이니까, 아주 좋은 징조라고 칭찬해주었습니다. 한자의 뜻과 음을 풀이해준 다음에 친구들에게 알아서 문장을 해석해보라고 맡겼습니다.

 

 

 

 

  처음 해보는 친구들은 무척 막막해했지만, 옆의 친구들이 어렵지 않게 하는 걸 보면서 도전해보았습니다. 사실 그렇게 어렵지 않거든요. 약간의 도움만 있으면 누구나 해석을 할 수 있고, 그렇게 여러 번 하다보면 감이 생겨 정확성이 꽤나 높아집니다. 오래 저와 수업을 한 친구들은 한문 해석의 정확도가 놀랄만큼 높고, 속도도 무척 빨라지더라구요.

 

  처음 온 친구들도 약간의 도움을 받아서 스스로 해석을 마쳤습니다. 틀려도 괜찮고, 마음대로 해석해도 괜찮다는 조건이 붙었기 때문인까요? 정답을 찾는다는 느낌보단, 단어와 문장 구조를 보며 상상한다는 느낌으로 접근할 때 흥미도 붙고 실력도 올라가는 것 같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이들이 왜 이런 이야기를 했는지 조금 더 살펴볼 예정입니다.

 

 

 

 

 

2. 2교시 동은쌤

 

  본격적으로 한자를 만나는 날이었습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지난 시간, 촐싹대거나, 와인잔의 모습이라고 추측했던 <여름 하夏>입니다.

 

  사실 첫 시간에 우리는 夏의 갑골문이 더워서 다리를 벌리고 앉은 모습이라고 이야기를 들었지만, 사실 夏에는 다른 탄생이야기가 있습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알아보고, 친구들이 더 그럴 듯 하다고 생각한 내용을 골라보는 것으로 수업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탄생 이야기는 무엇일까요? 그 이야기를 알려면, 여름의 풍경을 자세히 살펴보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그림과 영상을 준비했어요. 먼저 여름의 풍경을 그린 그림을 보고 그림 속에서 무엇을 찾을 수 있는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림은 절기의 풍경도인데요, 친구들이 다음에 배울 찰 만滿과 더울 서署가 들어가 있는 소만과 대서의 풍경도입니다. 그림 속에 한자가 있는데 못알아채더라고요 ㅎㅎ)

 

  그림 속에서 아이들은 화려한 꽃과 선명한 색의 대나무, 푸릇푸릇해진 나무, 그리고 비, 작물들이 자라고 있는 밭, 더워서 밖에서 밥을 먹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눈이 꼼꼼한 친구는 집 안에서 모내기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까지 찾아냈습니다. 다들 정말 잘 찾아주었어요. 그리고 이 요소들이 더 자세하게 담겨있는 영상도 함께 보았습니다. 영상을 통해서는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을 적어보았습니다. 어떤 아이들은 다리 너머로 보이는 울긋불긋한 노을을 좋아했고, 누군가는 빠르게 커지는 뭉개구름을 그리고 마찬가지로 여름에 빠질 수 없는 비를 얘기하기도 했어요. 친구들이 찾은 여름의 모습을 정리해보니, 여름은 알록달록, 선명하고 화려한 색들이 두드러지고, 비가 빠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죠.

 

  그런데 최근 비가 오지 않아 밀양에 큰 산불이 오랫동안 꺼지지 못한 일이 있었죠. 물론 다음날 잠깐 비가 내렸지만 말이에요ㅎㅎ 하지만 여름 산불자체가 굉장히 드문 일이라고 합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기후위기를 이유로 가뭄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합니다. 안타까운 일이죠. 고대에는 사정이 다르긴 했지만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비가 오지 않았던 일은 마찬가지였던 것 같습니다. 여름은 강수량이 가장 많은 계절이기도 한데, 장마 전에는 하늘에 비를 내려달라는 기우제를 지내곤 했으니 말입니다.

 

  여기서 바로 夏가 등장합니다. 바로 여름에 펼쳐지는 기우제의 모습으로 말이죠. 지난 겨울특강에서 우리는 사람들이 제사를 지내는 다양한 방식에 대해서 배웠었는데요, 그때 사람들은 음식도 차려놓고, 그릇도 만들고, 노래도 하고, 춤도 추고 악기도 연주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요란하게(?) 엄숙하게 하늘에 원하는 바를 요청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夏는 바로 고대 사람들이 기우제를 지내는 화려한 모습을 담은 모습이었던 겁니다. 기렇게 보니 아이들이 夏의 첫인상을 보고 [촐싹대는 것 같다], [춤을 추는 것 같다]라고 했던 것이 모두 맞는 말이었네요! 8000년 전 문자를 한번에 알아보다니... 고대와 연결되는 것 같아 약간 소름이 돋네요...

 

  그렇게 夏의 두 번째 탄생 이야기는 바로 [화려한 옷차림으로 제사를 위해 춤을 추는 모습]이었습니다. 알록달록한 여름 풍경속에서도 눈에 띄려면 굉장히 오색찬란하게 제사를 지내지 않았을까요? 고대의 이야기를 속속들이 알기는 힘들겠지만 상상력을 발휘해봅니다.

 

  그렇게 수업 마무리로 친구들은 두 탄생 이야기 중에 더 맞다고 생각하는 것을 골라보았습니다. 대부분 새롭게 들은 두 번째 이야기를 골랐는데, 첫 번째 이야기가 여전히 맞는 것 같다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물론! 둘 중에 정답은 없답니다. 다만 이런 탄생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이 더 한자를 쉽게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다음시간에는 여름의 화려함을 직접 눈으로 보기 위해 산으로 갑니다^^ 산 속에서 어떤 여름의 풍경을 찾을 수 있을까요?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 번외 수업풍경

 

 

수업시간에 자꾸만 장난을 치고 싶은 아이들!!!...을 진정시키 위해 등장한 작은 모자입니다.

떨어뜨리지 않게 가만히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ㅎㅎ 

효과가 좋은진 모르겠지만 다들 쓰고싶어 하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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