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학교>1회차 후기

도라지
2023-03-08 01:26
312

 

저는 전날 잠을 좀 설쳤습니다. 한동안 불교 공부에 손 놓고 있다가 고미숙쌤의 ‘청년 붓다’를 읽었는데 읽는 내내 머리가 서늘해지는 경험을 했거든요. 적당한 긴장감을 챙겨 허리를 꼿꼿하게 하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정돈하는 채비를 하며 이제 공부를 시작합니다.

과연 몇 분의 쌤들을 만나게 될까. 기대하며. 오래 기다렸습니다. 화요일 아침 젖은 머리카락 날리며 들어오신 유쌤 포함해서 전부 아홉 명이 모였네요. 요요쌤 강의안은 열 부 복사했는데 말이죠. ㅎㅎ  (아쉽!)

 

저희는 적당히 꼼꼼하게 자기소개를 한 것 같습니다. 매번 저의 자기소개는 따로 준비하지 않아도. 입을 열면 그냥 나오는 이상한 말들이라 생각할 때가 종종 있는데, 다른 쌤들은 참 자기소개를 조리 있게 잘 하십니다. 저는 역시 오늘도 좀 이상한 말을 뱉었고. 그리고 야식은 먹지 않았습니다. ^^

 

요요쌤은 첫시간에 장장 프린트 일곱페이지에 달하는 불교사의 개요를 정리해주셨습니다. 부처의 삶과 수행도 중요하지만, 불교사의 맵핑 정도의 공부. 니까야를 포함한 불교 경전의 역사 정도의 공부는 필요하다고 하셨죠. 저는 니까야를 통해 만났던 불교와 근처 사찰을 방문했을 때의 상이함. 그 다름에 대한 이해에 불교사 공부가 소소한 도움이 됐던 것 같습니다.

 

빨리어, 산스크리트어, 한자, 티벳어 네 개의 경전 전통에서 빨리어 경전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흥미로웠습니다. 니까야 강독을 할 거라서 그랬나  봅니다. 붓다가 산스크리트어가 아닌 빨리어(라고 추측되는)로 전법 활동을 한 것은 혁명적인 사건이었다는 것. 인도가 아닌 스리랑카에서 니까야의 문자화가 이루어지기까지의 과정은 대승부 불교의 전파에 대항하기 위함이었다는 것. 또한 니까야가 아무리 붓다의 원음에 가깝다고 해도 2500년의 시간을 짊어지고 있는 니까야에서 붓다의 원음이 어떻게 표현되었을지. 그것을 생각하면서 강독하는 시간을 갖자고 요요쌤은 당부하셨습니다.

 

니까야를 소리내서 읽으면서는 생생하게 읽히는 경험을 했습니다. 니까야를 혼자 읽을 때면 같은 문장이 반복되고 일상어와 다른 표현들이 등장할 때마다 대충 퐁당퐁당 읽곤 했었습니다. 암송되다 문자화 된 역사의 흔적이 남은 탓인지 괜히 기분이 그랬던 것인지 니까야는 낭송이 어울리는 경전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앞으로 강독이 기대됩니다.

 

요요쌤은 강의 말미에 계(戒)-정(定)-혜(慧) 삼학을 화이트 보드에 적으셨습니다. 삼학이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세 가지의 개념이 삼발이와 같다고도 하셨습니다. 계를 지키는 청정한 삶, 명상을 통한 여실한 관찰, 그리고 지혜. 이 세 가지는 괴로움으로부터의 자유를 얻기 위한 구체적인 수행방법이 되기도 합니다. 어떤 하나의 개념에 치우치지 않는 것이 중요함을 새삼 명심하면서! 앞으로 즐겁게 공부하겠습니다~

 

 

쌤들의 자기소개를 정리했습니다. 어쩌다 제가 다 받아 적었더라고요. 길게 적어놓았던 것이 아까워서 다시 길게 옮겨봅니다. 두 번 길게 적었으니, 공부의 발심도 복기할 겸 읽어봐주세요~~~

 

 

유쌤은 친구를 통해 경험했었던 ‘명상’에 대한 좋은 경험을 불교학교를 통해 이어가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아이 셋을 키우시니 불교공부하기 아주 좋은 환경을 갖추신 것 아닌가요?^^  쌤이 강의실로 뚜벅뚜벅 들어오셔서 기뻤습니다.

 

초빈쌤은 일전에 액팅스쿨 공연에서 성도하기 전의 (꽃미모의)붓다를 연기하셨기도 했습니다. 하이데거 세미나를 하면서 불교를 공부해보고 싶었다고 하셨는데, 하이데거와 불교를 어떻게 연결시키실지 기대됩니다. (그런데 제가 하이데거를 모르는 군요;;)

 

오영쌤의 말씀은 인상적이었어요. 그동안의 공부가 쌓는 공부였다면, 이제 해체하는 공부의 필요를 느끼셨다고 하셨죠. 요즘 하고 계시다던 ‘명상’에 이번 불교공부가 더해지면 일상의 파도를 잘 타시게 되지 않을까요? ^^

 

정효주쌤은 낯이 익다고 생각했었는데 작년에 저희 같이 요요쌤의 금강경 강의를 들었어요! 안그래도 이번 불교학교에 금요클래식으로 인연을 맺었던, 누군가는 오시지 않을까. 기대했었거든요. 그래서 더~ 반가웠어요. 이번 불교학교 커리큘럼이 니까야와 명상을 접목하고 있어서 흥미를 느꼈다고 하셨죠. 저도 그래요. 니까야를 통해 명상과도 친숙해지길 저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미리내쌤은 문탁과 인연이 초창기부터 있으셨다고 하셨습니다. 불교에 관심이 많아서 다양한 경로로 공부를 이어오셨는데 이제 내 것이 되는 불교 공부를 만들고 싶다고 하셨어요. 미리내쌤의 요요쌤과의 오랜 인연과 신뢰가 공부에 큰 힘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경덕쌤은 인문약방에 연재하고 계신 글로 먼저 만났네요. 애독자입니다! 저희 중에 단연 불교 가방끈이 제일 긴 걸로 확인 되었죠!^^ 쌤이 경험해보고 싶다고 하신, ‘채우면서 비우는 공부!’ 응원합니다! 올 해 많은 활동과 공부에 더해 불교가 숨통을 터주는 공부가 되기를 바래봅니다.

 

인디언쌤이 아니었으면 불교학교 없었나요?^^ 불교 공부가 문탁에서 계속 이어졌으면 한다는 소망이 있다고 하셨는데, 쌤의 그 마음이 계속 공부의 새기운을 만들어낼 거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세미나하는 모습 사진을 찍어볼까 했는데, 긴 시간이 너무 훅 지나갔어요. 사진은 다음 기회에~)

 

 

댓글 6
  • 2023-03-08 09:12

    수업시간 조금 당겨서 9시 30분에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괜히 댓글로 적어봅니다.
    늦지 마시라는 의미로~ ^^ㅎ

  • 2023-03-08 13:20

    오랜 만에 시작하는 공부가 왜 불교냐고 묻는 친구들이 있었요. 그간 서양철학쪽에 치중했던 제 공부이력 때문인가봐요.
    근데 새삼 생각하니 동양철학 공부가 제게 필요하다고 권한 친구도 있었어요. 아마 때가 무르익었나봅니다.
    그간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던 것들이 보고 들리니까요 ㅎㅎ

    첫시간 문탁강의실에 둘러 앉은 모습이 그저 좋았어요. 처음 뵙는 분들, 처음 같이 공부하는 분들, 오랜 시간 뵈었던 샘들, 이렇게 모인 인연이 좋더군요.

    이번 시간 길고 긴 불교 역사에서 혼란스럽고 복잡하게 여겨지던 것들이 좀 정리가 되어서 좋은 출발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도 계 (戒)-정(定)-혜(慧) 삼학을 지향삼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전 올바른 명상법을 찾다가 불교에 닿은 경우인데 조금 공부하다보니 아이고, 이런 무지가 없다 싶네요. 한걸음한걸음, 차근차근, 함께 공부하는 즐거움이 있을 것같습니다.

  • 2023-03-08 14:42

    늘 요요샘 옆에 있고 싶은 일인으로서...ㅎㅎㅎ
    올해는 명상이라는 수행법과 만나게 될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오래전에 만났던 인연, 새롭게 만난 인연 모두 기쁘고 감사했습니다.
    함께 공부하게 되어 좋아요~^^

    2, 3주를 결석하게 되어 너무 아쉽고 다른 분들께 죄송하기도 합니다.
    후기 잘 써주시면 매우 감사하게 잘 읽어보겠습니다.

  • 2023-03-09 10:49

    첫날부터 조퇴하게 되어 죄송했습니다.
    오늘 강의 중 번뇌를 없애는 것이 곧 윤회에서 벗어나는 것 이라는 요요샘 말씀이
    제일 기억에 남았구요,
    이제부터 가깝고도 멀었던
    불교의 매력에 풍덩 빠져 들 준비하겠습니다~!!

  • 2023-03-10 18:18

    지난 화요일의 모습이 다시 떠오르네요^^ 어색어색한 만남이었지만 요요샘과 도라지샘의 가이드로 첫수업 잘 듣고 왔습니다. 그날의 내용과 모습을 잘 정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2023-03-11 10:32

    모두들 반갑습니다.
    제 고집스런 모습을 들여다보고 흔들리고 있는데 그래서 불교 공부에 더 마음이 동하게 되었나 봅니다.
    앞으로 자주 보며 함께 공부해보아요. 너무 초심자인데… 첫날 강의가 쏙쏙 잘들어왓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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