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학교 3회차 후기입니다

오영
2023-06-04 13:05
264

이번 시간에는 연기와 관련한 세 가지 텍스트와 경전을 읽었습니다.

<붓다의 가르침과 팔정도> 7장, <깨달음의 재발견> 1~2장, <연기와 공 그리고 무상과 무아 > 2~4장, 그리고 <니까야강독> 2권 2편 5장, <오늘 부처님께 묻는다면> 제 5권 1~7번경까지입니다.

이렇게 여러 텍스트들과 경전을 읽어보니 다양한 시각에서 ‘연기’를 살펴보고 정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네요. 다만 꼼꼼히 읽고 잘 검토하지 않으면 다른 시각들이 서로 뒤섞여서 혼란스러울 수 있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다행히 세미나를 통해 몇 가지 중요한 지점들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첫째, 세 저자들이 ‘연기’에 대해 집중하는 바는 조금씩 다르지만 요점은 같습니다. 붓다가 <초전법륜경>에서 사성제를 설하신 것처럼 연기는 곧 사성제입니다. 붓다가 깨우친 것도 일관되게 가르치신 것도 연기였습니다. 붓다는 중생들이 괴로움에서 벗어나 해탈, 열반에 이르는 법을 가르쳤습니다. 연기의 유전문은 그 괴로움의 발생을, 환멸문은 그 소멸을 설명하신 것으로 멸성제가 곧 도성제- 팔정도입니다. 그러므로 연기와 사성제, 팔정도 모두 가르침의 내용이자 우리의 실천 방법인  것입니다. 

 

둘째, 초기 불교에서는 연기의 시작이 무명입니다. 하지만 무명이 괴로움을 일으키는 제 1 원인이라고 이해해서는 안됩니다. 모든 것을 ‘무명 때문이다' 라고 한다면  '모든 것은 신의 섭리이다' 혹은 '절대 원인,실체가 있다'는 말과 다를 바가 없게 됩니다.

붓다가 연기를 무명에서 시작한 것은 우리가 처한 현실에서 괴로움의 발생을 설명하기 때문입니다.

무명‘때문에’가 아니라 무명을 ‘조건으로’ 한다는 말의 차이는 <연기와 공 그리고 무상과 무아>에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연기를 근대 시간 개념과 같이 직선적이고 일방향적인 것으로만 생각하면 놓치는 게 참 많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특히 저는 실생활에서는 어떤 일의 원인과 결과가 결코 그리 단순하지도 명확하지 않는데도 그 사이의 무수한 빈틈을 '상상'으로 채워 넣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셋째, 윤회와 연기는 어떤 관계일까요? 저는 경전 앞에 붙은 편집자의 해설에서 연기가 곧 윤회인 듯 나와있어서 무척 혼란스러웠습니다. 다행히 요요샘 덕분에 초기 불교와 후대에서 말하는 연기의 차이와 그 차이가 발생한 맥락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요요샘의 설명에 따르면 초기불교에서 아비달마까지의 연기는 괴로움의 발생과 소멸에 집중하여 설명하는 업감業感연기라고 합니다. 이후 부파불교에서 윤회를 연기로 설명하는 해석이 등장하면서 사성제에 집중하는 초기 불교의 연기가 확장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 대표적인 것들이 3세양중인과와 아뢰야연기입니다. 3세양중인과가 윤회를 설명하는 방식인데 이렇게 되면 연기의 풍부하고 포괄적인 내용이 직선적인 시간의 범주로 축소되어 버립니다. 아뢰야연기는 유식론에서 말하는 것으로 업이 강조된 연기입니다.

아무튼 후기 불교의 연기가 이처럼 변화한 것은 길고 긴 시간이 흐르면서 세계론, 우주론으로까지 확장된 결과입니다.

이런 변화를 옳다 그르다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서구 문화가 창조론 혹은 진화론이라는 배경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듯이 윤회 역시 불교를 구성해 온 역사적 문화적 바탕이기 때문에 이런 변화가 발생한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윤회가 연기의 핵심은 아니니 이 정도로 이해하고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연기가 각자에게 불러일으키는 질문들이겠지요. 

 

사성제와 연기, 역시 어렵습니다. 지난 시즌 불교 이론의 구조를 전체적으로 조망하며 감을 잡을 때도 어려웠는데, 여전히 어렵네요. 앞으로도 계속 어렵겠지만 어딘가에 빨리 도달해서 정답을 찾으려는 여정이 아니니 괜찮을 것 같습니다.

모든 공부가 그렇듯 배운 개념을 통해 자기 삶의 현장에서 질문을 만드는 과정이 곧 공부이니까요. 

각자의 보폭대로, 그러나  함께 걷는 즐거움을 즐기며 천천히 하고 싶네요, 불교 공부.... 샘들도 그렇지 않으세요?

 

다음 주 화요일이 휴일이라 2주 만에 뵙겠네요.

그동안 미처 못 읽었던 텍스트들 다 차근차근 읽을 시간이 생겨 좋네요. 그리고 6월 13일에 완전체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무아’에 대해 공부합니다.

<나는 착각일 뿐이다> 2~3장은 각자 읽고 오고 발제는 <연기와 공 그리고 무상과 무아> 5~6장, 효주샘이 하십니다. 

관련 경전은 <니까야강독> 2권 2편 2장과 <오늘 부처님께 묻는다면> 제 3권입니다.

댓글 5
  • 2023-06-04 14:24

    결석해서 녹화본 보며 들었는데 후기로 정리해주시니 더 확실하게 알겠네요
    저도 혼동되는게 많았었거든요 ㅎ
    감사합니다

  • 2023-06-04 15:38

    '실생활에서는 어떤 일의 원인과 결과가 결코 그리 단순하지도 명확하지 않는데도 그 사이의 무수한 빈틈을 '상상'으로 채워 넣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난주에 못읽어간 연기와 공 그리고 무상과 무아를 1주 방학동안 열심히 읽고 있는데 인간이 무언가를 인식하는 방식에 대해서 좀 더 생각해보게 되네요....ㅎㅎ 재밌어요

  • 2023-06-06 09:46

    공부로 접근하는 불교는 어렵습니다.
    종교로 다가가는 불교는 더욱더 아리송할 듯 합니다.
    정리의 달인 오영님께서 깔끔하게 정리해 주신 글을 읽으며 가물거리는 뇌를 다시 풀 가동해볼게요^^

    • 2023-06-06 20:31

      맞아요! 그래서 수행으로 접근하는 불교가 꼭 필요한 것 같아요.^^

  • 2023-06-11 11:48

    저도 이번 내용이 제일 어렵더라고요 녹화본을 반복해서 보고 오영샘 후기로 어렴풋이 정리해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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