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회차 후기입니다

오영
2023-04-14 13:30
233

이번 주에는 <불교의 탄생> 마지막 장과 <숫타니파타> 4장을 읽었습니다. 

<숫타니파타> 4장에는 모두 12개의 경이 있는데 그 중 부처님의 출가와 관련된 세 개의 경,  '출가의 경', '정진의 경' 그리고 날라까의 경에 대해 인디언샘이 정리하셨습니다.  부처님의 출가와 고행 과정에 관련해서는 아무래도 중도와 정진이 중요한 키워드가 됩니다.  '정진의 경'에서 부처님은 악마 나무찌의 유혹에 대해 깨달음을 향한 정진 앞에 살고 죽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매우 단호하게 말씀하십니다.  이때의 부처님은 중도를 말씀하시는 부처님과는 좀 다른 느낌입니다.  

중도는 극단의 고행으로는  깨달음에 이르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은 부처가 제자들에게 제시한  수행의 방도입니다.  그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아야 결국 모든 집착에서 벗어나 해탈의 경지에 이룰 수 있다고 가르쳐주셨지요.  탐진치에서 벗어나려면 삼학, 계정혜의 수행과정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쉬운 길은 아닙니다.  '정진의 경'에서 부처님이 하신 말씀은 이같은 수행에 있어 '방일하지 않고 노력하는' 마음의 자세를 뜻하는 것이겠지요.

미리내샘은 '마가의 경'을 정리하셨는데 저도 이 경의 이름이 익숙하다 했더니 성경의 마가복음 때문이었네요^^. 이 경에서 마가라는 바라문의 젊은 학인이  복을 짓는 방법에 대해 부처님께 질문합니다. 부처님은 이 학인의 눈높이에 맞춰 설법하시면서 수행자에게 보시하는 것이 최상의 보시라고 하셨죠. 그런데 이는 후대의 무주상보시와는 좀 다른 것 같다고 미리내샘이 질문하셨습니다.  부처님 당대 출가자들은 유행하고 탁발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이런 수행자의 삶은 재가자의 후원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것이고 보시의 주체와 대상이 명확했습니다. 그러나 후대에 불교가 확장되면서 보시의 주체와 대상이 구분되지 않게 되었고 이에 따라 무주상보시로 바뀌게 되었다고 합니다.

효주샘은 '싸비야의 경'에 대해 정리해주셨어요.  싸비야는 당대 유행자였던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거리에서 자란  여성 유행자라고 합니다.  부처님 당시에는 62사견 또는 360종의 이설들이 있을 정도로 다양한 사상들이 나타난 시기였는데 싸비야 역시 육사외도를 찾아다니며 유행하다가 부처님을 만나 귀의하는 내용입니다.  효주샘은 이 경전에 등장한 육사외도, 외도, 이교도들이라는 용어가 불교제일주의 입장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하는 질문을 하셨어요.  요요샘의 설명에 따르면 초기 불교에서 사용한 이 용어들은 불교가 아니라 당대 주류였던 베다의 입장에서 나온 것입니다. 따라서 불교가 다른 종파들을 배타적으로 여기고 사용한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죠. 그러나 늘 주류가 있으면 그로부터 배제되는 것들이 생겨나는 것이니 생각해볼 질문인 거 같습니다. 

초빈은 '화살의 경'을 정리했는데 사랑하는 아들을 잃고 슬픔에 빠진 재가자를 부처님이 찾아가 설하신 경입니다. 이 경에서 초빈은 친히 재가자를 찾아가 설하신 부처님의 상냠함에 주목했네요. 아마 부처님의 위로가 재가자의 슬픔을 단번에 사라지게 하지는 못했을지라도 부처의 가르침을 지푸라기 삼은 재가자는 차츰 슬픔에서 벗어났을 거라고 그 마음을 헤아려보았습니다. 자식을 잃은 슬픔과 다가오는 4.16과 관련하여 영화 '장기자랑'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는데 저는 영화를 보지 않아 잘은 모르지만 진실을 밝히려는 길고 긴 싸움을 거쳐 이젠 '희생자 가족다움'에서 벗어나 잘 살아가려는 유가족들의 또 다른 싸움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 같습니다. 

도라지샘은 '바쎗타의 경'에 대해 정리했는데 고귀한 님은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부처님의 가르침이 그 내용이었어요. 이 경에서 부처님은 다른 생물들과 달리 인간들 사이에는 종적 차이가 없으니 태생(즉 계급)의 차이도 없다. 하여 태생이 아니라 무엇에도 매여 있지 않고 어디에도 집착하지 않는 자가 바로 '고귀한 님'이라고 하셨어요.이는 당대의 계급 질서를 무화시키는 매우 전복적이고 혁신적인 가르침이었죠. 그런데 지금의 불교에도 이런 면모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두 가지 관찰의 경'을 정리하였는데 이 두 가지 원리라는 것은 괴로움의 발생과 소멸의 원리, 즉 연기를 말합니다. 연기설은 단번에 이해하기 어렵고 복잡한 내용이라 이번에는 초기 경전에 나타난 연기설을  한 번 훑어보는 것에 만족해야 했답니다. 저는 경전 내용 중 "미세한 물질적 세계보다도 비물질적 세계가 더욱 고요하다고 하는 것이 관찰의 한 원리이고 비물질세계보다 소멸의 편이 더욱 고요하다는 것이 관찰의 두 번째 원리이다."(Stn.754)라는 부분을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요요샘의 설명에 따르면, 이는 불교의 우주관인 삼계(욕계, 색계, 무색계)와 관련된  것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물질과 욕망의 세계'(욕계) 외에 '욕망은 없고 물질로만 된 세계'(색계), 그리고 물질도 욕망도 없는, '정신만이 있는 세계'(무색계)가 있다고 합니다.  앞서 언급한 구절의 요점은 욕계에 살고 있는 인간들 뿐 아니라 색계와 무색계의 존재들도 미세하지만 존재하려는 욕망은 여전히 갖고 있기 때문에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색계와 무색계를 직접 알 순 없지만 명상을 통해 일상에서는 경험해본 적 없는 어떤 경험을 하게 된다면 그를 통해 색계나 무색계를 가늠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비록 양자역학의 세계를 경험하긴 어렵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것임을 알 수 있는 것처럼요.        

다음 시간에는 숫타니파타의 4,5 장과 요요샘이 선물로 주신 <더 나은 오늘을 위한 불교강의>에 대해 이야기하기로 했습니다. 

댓글 5
  • 2023-04-15 11:43

    꼼꼼한 후기 감사해요~
    연기를 알면 삶이 무상하다는 것도 확실한 느낌이 올것 같은데 ㅎ
    이렇게 쓰고보니 '확실한' 게 또 있기나 한건지 ㅎ 모르겠네요

  • 2023-04-15 12:32

    와!
    너무 도움되는 후기네요
    지난 시간을 복습하게 되었습니다~
    저 역시 느낌으로는 알 것 같은데 실체를 깨닫는 것은
    무엇인지 아리송하기만 합니다…

  • 2023-04-16 16:34

    색계와 무색계 너머 ‘소멸’의 경지를 설하는 부분이 인상깊었어요. 색계보다 무색계가 왜 더 고요한지도 궁금해집니다. 결석한 부분 샘 후기로 정리할 수 있었어서 감사해요:)

  • 2023-04-16 18:45

    숫타니파타를 풀어내는 쌤들의 메모가 놀랍습니다.
    경들을 하나 하나 정리해주신 오영쌤의 후기는 더 놀랍습니다~~~^^ㅎ
    이번주엔 어떤 메모들을 해오실지 기대가 되네요.

  • 2023-04-17 11:51

    우와~ 꼼꼼한 후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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