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학교 4주차 후기

효주
2023-03-31 12:52
236

 

이번 주를 시작으로 4주 동안 숫타니파타를 한 품씩 읽고 세미나를 하기로 했다. 앞서 요요샘의 숫타니파타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다니야의 경은 오영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초빈샘이, 까씨 바라드와자의 경은 유샘, 자애의 경은 도라지샘, 헤마바따의 경은 경덕샘, 승리의 경은 미리내샘, 마지막으로 성자의 경은 인디언샘이 메모를 맡아주셨고 나는 뱀의 경 메모를 맡아 진행하였다.

 

법구경과 더불어 가장 오래된 경전으로 알려진 숫타니파타는 체계화되지 않은 내용과 개념에 대한 설명이 없고 운문 형식으로 씌여있어 여러 번 읽고 나서야 그 의미를 어렴풋하게 짐작할 수 있었다. 때문에 한장 한장 읽는데 시간이 꽤나 걸렸다. 숫타니파타는 다섯니까야 중 ‘쿳타까니까야’(소부_작은 경전들을 모아높음) 중 하나라고 한다. 한국에는 한역경전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 최근에 와서야 알려진 경전이며 공지영의 소설로 많이 알려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문장의 출처가 숫타니파타다. 쿳타까니까야라는 이름처럼 숫타니파타도 단순히 경집이라는 의미다. 뭔가 더 멋진 의미가 있을거라는 기대를 했던지 너무 단순한 이름이 의외라고 생각했지만 숫타니파타를 읽어갈수록 군더더기 없는 그 이름이 참 잘 어울렸다.

 

오늘날 불교해석은 현대철학적 요소가 많이 가미되어 다시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거 같다. 요요샘께서는 불교의 해석도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고 있지만 불교를 공부하면서 중요한 포인트 중에 하나는 존재의 변용이 일어나지 않으면 그건 그냥 지식일 뿐이라고 강조하셨다. 우린 습관의 회로 때문에 알아차림이 너무 짧다. 팔정도에서 정념의 원어는 ‘sati라고 하는데 사띠는 알아차림과 기억의 의미를 포함한 단어로 알아차리고 기억하여 휘발되지 않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말씀과 함께 인식의 전환은 존재의 전환으로 이어져야 하며 어떻게 내 몸에 새길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하신 말씀이 인상깊게 남아 돌아오는 길에서도 계속 곱씹게 했다. 작년 감이당에서 숫타니파타를 처음 만났을 때와는 달리 조금은 더 의미를 이해할 수 있어서 여전히 어렵긴 하지만 그 때와는 다른 ’읽는 재미‘를 느꼈다. ‘아! 내가 이 외계어 같은 책을 조금 읽어냈구나’ 하는 자만을 가지고 있을 때쯤 만난 말씀이라 딱 나를 두고 해주신 말씀 같았다.

 

이 책도 읽고 싶고 저것도 배우고 싶은 마음은 많아졌지만 내 생활의 변화가 없는 이유를 이제야 좀 알 것 같다. 지식은 쌓여가지만 여전히 우리 집은 어지럽고 내 생활은 우왕좌왕한다.
‘정신적으로 아둔하며 마음이 무겁고 가라앉아 종종 졸리고 과거에 대한 후회와 근심을 반복하며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상습적인 미결정과 미해결...’
붓다가 얘기한 ‘어리석음’의 의미에 내 모습이 딱 오버랩 된다.

 

그나마 다행인 건 불교학교가 딱 4주차가 지났다는 것!
한주 한주 공부를 해낼수록 내 생활도 돌아보는 공부를 해야겠다. 시즌이 거듭될수록 어떤 변화와 변용을 하게 될지 사뭇 기대되는 건 또 다른 자만이려나^^

댓글 5
  • 2023-03-31 23:51

    "인식의 전환에서 존재의 전환!", 우리가 공부하면서 늘 마주하게 되는 주제인데 늘 어렵네요.
    전 이번 시간에 공부한 내용 중 '희론의 발생'과 '잠재적인 경향'이 무척 인상 깊었어요.
    희론은 주로 논쟁을 위한 논쟁, 해법은 없는 소모적인 논쟁을 뜻합니다만 불교에서는 깨달음에 도움이 되지 않는 사유를 의미합니다. 즉 번뇌를 일으키는 생각들이 희론인 셈입니다. 그런데 이 희론이 발생하는 메커니즘이 흥미롭습니다.
    이번 시간엔 대충 감만 익힌 상태라 정확히 설명하기는 어려운데 제가 이해한 것만 정리해보겠습니다.
    우린 언어 습관 상 '생각한다'는 동사 앞에 '나' 라는 주어가 당연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라는 주체가 먼저 있고 그 주체가 감각 기관을 통해 객관적 대상을 지각하고 그 결과로 대상을 인식한다고 여기죠. 그런데 불교에서는 이러한 인식 과정을 주체 없이 설명합니다. 감각 기관과 감각 대상, 그리고 그것에 대한 인식, 이 세 가지의 조건이 딱 만나는 순간, 책상 위에 노란색 컵이 있다는 인식이 발생합니다. 이 세 가지 조건은 서로 분리되어 있지도 이들 사이에 선후 관계가 성립되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인식과 동시에 그 컵에 대해 좋다, 싫다, 혹은 좋지도 싫지도 않다라는 느낌이 딱 따라옵니다.

    '자아' 개념은 이런 느낌과 그에 대한 생각의 총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신체도, 우리를 둘러싼 외부 조건들도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느낌이나 생각들도 이 세상의 무수한 변화 속에서 주어진 어떤 조건에서 성립되었을 뿐 조건이 바뀌면 사라지는 것들입니다. 문제는 우리가 어느 순간 그것들을 '나'라고 붙든다는 것입니다. 처음엔 그저 우연이 발생한 것이었지만 계속 반복되면 습관이 됩니다. 이런 메커니즘을 이해하면 희론에서 벗어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우연히 생겨난 느낌, 생각들을 '나'로 여기지 않고 그저 지나가는 것임을 알면 됩니다. 근데 그게 말처럼 되지 않습니다. 신체의 습관을 고치기 어렵듯이 마음의 습관은 알아채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말과 행동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늘 따라다니는 느낌의 경향성이 그야말로 잠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잠재적인 경향으로서의 번뇌는 번뇌를 불러일으키는 탐 진 치 중 치에 해당하는 어리석음에 해당합니다. 안다고 생각해도 존재의 전환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잠재적인 경향'을 해결하지 못하면 겉으로 드러난 양상만 바로 잡는다고 번뇌가 사라질 수 없는 것이죠.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명상법이 중요한 불교 수행법인 이유가 이해되었습니다. 명상은 보이지 않는 마음을 경험하고 이 잠재적 경향을 예리하게 관찰하는 방법이라고 합니다. 그로써 깨달음에 도움이 되는 것(정사유)와 희론을 분별할 수 있게 된다니 매우 실용적이고 실천적인 수행법인 것이죠.

    현대 의학에서도 치명적인 병은 치료법 때문이 아니라 진단의 어려움 때문이라고 합니다. 자각 증상이 없어 치료 시기를 놓칠 때까지 병을 발견 못하기 때문이죠. 마음의 병도 마찬가지이겠죠. 그러니 보이는 것에만 집착하면 해결이 안 되겠지요. 보이지 않고 만질 수도 없는 마음을 다스리고 평안을 얻는 가르침이라니 새삼 신기하고 어려운 공부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이 어려운 공부를 하고 있네요 ㅎㅎ

  • 2023-04-01 11:43

    저도 어떻게 습관적인 오만, 우울, 분노, 집착(말하자면 잠재적 경향) 등을 버리고 시야를 확장해 다른 세상을 볼까가 중요한 탐구 주제인데, 효주님도 존재의 변용에 대한 고민을 하고 계시다니 왠지 좋네요! 앞으로 무슨 발견들을 해나가실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함께 세미나 하면서 같이 재밌는 탐구를 해봐요...!ㅎㅎ 응원합니다

  • 2023-04-01 14:30

    살짝 발가락을 담근 불교입문자로서 세대를 아우르는 고민과 번뇌를 벗어나고자 하는 여러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세미나에 참여하게 되어 즐겁습니다.
    알면 알수록 이번 생은 어렵겠구나^^하는 1초짜리 깨달음이긴 하지만 어쨋든 정진하는 마음가짐은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겠지요~

  • 2023-04-03 08:35

    효주쌤 후기를 읽고나니 저도 좀 안심이 됩니다. 맞아! 4주밖에(!) 안 지났어!라면서요. ㅎㅎ
    저도 지난 시간에 인식의 전환이 존재의 전환이 되게해야 한다고 하신 요요쌤 말씀을 오래 기억해요.
    그건 불교공부뿐만 아니라 모든 공부에 해당된다고 생각하기에 더욱 공부에 대한 고민도 깊어집니다.

    앞으로 함께 공부하는 남은 시간. 쌤도 저도 해태와 혼침에서 자유로워지길 소망하면서~^^

  • 2023-04-03 19:43

    오만에 대해 새로운 것을 깨닫게 된 시간이었고 짧은 시간에 그치는 알아차림, 그래서 기억하라고 계속 기억하면 깨어있는게 되겠구나...이런 생각을 했던 시간이었습니다.
    효주샘 후기 읽으니 또 다시 기억에서 사라진 것들이 생각나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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