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1 <입보리행론>을 마치며..

요요
2022-06-13 12:51
51

올해 초 나는 티베트 불교를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그동안 영성세미나에서 공부해 온 것을 생각해보면 자연스런 귀결이라는 생각도 든다.

두 해 동안 <니까야>를 읽었다. 물론 <니까야>을 읽는 사이사이에 영성세미나라는 세미나 이름에 걸맞게 기독교와 힌두교의 성전이나 위대한 영성가들의 글도 함께 읽었다. <바가바드 기타>와 <우파니샤드>도 읽고 <성경>도 읽었다. 토머스 머튼의 글도 기억에 남는다.

 

작년에는 <공과 선>이라는 주제로 선불교 텍스트들을 읽었다. 혜능의 <육조단경>으로 시작해 <벽암록>, <무문관>을 접했고 선종의 초조인 달마의 어록도 맛을 보았다. 그 과정에서 대승경전인 <금강경> <반야심경> 등도 함께 읽었다. 이 과정에서 달라이라마의 <반야심경> 강의록을 접했는데, 달라이라마의 책을 많이 읽지 않은 나로서는 무척 신선한 독서 경험이었다. 우리나라 스님들이 쓴 <금강경> 해설서나 <반야심경> 해설서 등이 선불교적이고 직관적인 접근을 위주로 하고 있다면 달라이라마의 글은 논리적이고 지성적인 접근을 강조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달라이라마의 강의록은 시종일관 '공성의 지혜'와 '공성'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실천을 강조하고 있었다. 음.. 매우 흥미로운데! 여기에 파보면 미리 알지 못했던  보물이 숨겨져 있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작년의 '공과 선'에 이어 올해 영성세미나의 주제를 '공성과 보리심'으로 잡고 티베트 불교에서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두 권의 책, 샨티데바의 <입보리행론>과 쫑카파의 <깨달음에 이르는 길>(람림)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뿔싸! 신청자는 나와 도라지님과 데자와님, 세 사람.^^ 단촐한 세미나팀이 구성되었고, 우리는  <입보리행론>을 읽기 시작했다. 우리를 안내하는 보조 텍스트는 달라이라마가 프랑스에서 한 강의를 정리한 두 권의 책과 티베트 불교와 중관학 전공자인 신상환 선생이 번역과 해설을 겸한 강의록이었다.

 

대승불교와 대승경전을 읽다보면 보살의 발심인 보리심, 보살의 실천인 육바라밀행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텍스트는 없다. 그러나 그 내용은 대개가 보살의 실천이 위대하고 훌륭하다는 이야기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육바라밀 수행은 어떻게 하라는 건지 경전만으로는 알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그런데 <입보리행론>은  비록 게송의 형태를 띠고 있어서 압축적인 표현이 대부분이기는 하지만 육바라밀 수행 각각에 대해 매우 상세한 안내를 하고 있다. 이 책이 보살행에 대한 훌륭한 입문서라고 평가받는 이유이다. 그런데 읽어보면 알 수 있지만 그 내용은 입문에만 그치지 않고 매우 깊은데, 그 바탕을 이루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중관학에 근거한 '공성'에 대한 지혜이다. <입보리행론> 9품 <지혜품>은 몇 년 전 어렵사리 일독했던 <중론>을 다시 읽는 것과 같은 난코스였다. 중간에 때려치우지 않고 같이 읽어준 도라지님과 데자와님께 감사를!!ㅋ 아무튼 우리는 12주에 걸쳐서 <입보리행론>을 읽었다. 세미나 후반에는 <인도불교사>와 함께 9품 <지혜품>을 다시 복습했으니 <지혜품>은 두 번 읽은 셈이다. 

 

드디어 에세이 데이! <입보리행론>이 보살의 실천에 대한 텍스트인 만큼 세 사람의 에세이는 약속이나 한 듯이 보리행, 보살행, 자비심를 키워드로 하고 있었다. 갤러리로 참여한 친구들의 질문이 있어서 에세이 데이가 더 풍요롭고 재미있었다. 덕분에 우리가 쓴 글이 우리의 언어로만 그치지 않고 다른 친구들에게 어떻게 읽히는지 알 수 있어서 고마웠다.

 

층간소음과 관련한 갈등의 경험과 그 가운데에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보리행에 대해 생각한 것을 쓴 데자와님의 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얼마전에 같이 밥먹으며 그 이야기를 듣기도 했는데 글로 읽으니 그 문제의 강도와 심각성이 훨씬 더 강하게 느껴졌다. 공부가 현실에서 우리가 부딪치는 문제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괴로움을 성찰하는데 힘이 되고,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 무기가 되어야 하는데, 실제 우리의 공부가 그런 것일까, 늘 조심스럽다. 물론 데자와님의 글은 공부가 도움이 되었다는 훈훈한 이야기로 마무리되었지만 말이다.ㅋ 아무리 모든 것에 실체가 없고 모든 것은 조건적이라고 생각하더라도 현실에서는 그런 이해가 무력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바로 그 때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그 이해를 현실로 옮기는 것인지는 언제나 우리의 과제로 남게 되는 것 같다. 정답은 없다. 실패하더라도 매번 기꺼이 그리고 새롭게 시도하되, 점점 더 즐겁게 시도하는 것. 그렇게 할 수 있다면 공부가 힘을 발휘하는 것이 아닐까.

 

도라지님은 보살이라는 말의 무게와 실천의 어려움을 통감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출 수 없는 보살행에 대한 글을 썼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잃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고 살았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될 수 없다. 생각과 고뇌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질 때는 일단 자리에서 일어나 뭐라도 하자. 그게 무엇이든 안 하느니만 못하는 건 없다." 평소 도라지님을 잘 아는 친구들이 도라지님의 글에 대해 깊은 공감과 지지를 표했다. 겸목님은 글에서 느껴지는 도라지의 변화가 반갑다고 했다. 반면 기린님은 이미 그렇게 하고 있으면서 행동과 생각이 어긋났던 것이 균형을 잡아가는 것 같다고 이야기 했다. 스르륵님은 도라지님이 성큼성큼 앞서 걸어가고 있는 것 같아 보기 좋다는 자신의 느낌을 반어적으로 표현해 주었다.

 

나는 자비심을 키워드로 글을 썼다. 사실 언젠가 기린에게 '자비심이 부족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 일을 계기로 '자비심'에 대해 말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세미나를 하는 동안 제기된 왜 이타적이어야 할까, 라는 문제에 대해서도 좀 더 설득력 있는 답을 하고 싶기도 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나 역시 자비심 충만하지도 않은 처지에 친구에게 이렇다 저렇다 말한 것에 대한 부끄러움도 있었다. 그 부끄러움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자비심에 대해 글을 써보려 했는데..  이번 글은 '우리 모두 고통을 피하고 싶어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어하기' 때문에 우리는 평등하다는 것이 자비의 바탕이라고 쓰긴 했지만.. 음.. 여전히 아쉽다.ㅎ

 

티베트 불교 배우기,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두번째 책은 <깨달음에 이르는 길>(람림)이다. 차근차근 차례대로 초심자로부터 시작되는 수행의 순서를 설했다고 하니 몹시 기대된다. <니까야>에서부터 대승경전과 논서들에 이르기까지, 팔만 대장경의 엑기스들을 모아  체계화했다고 한다. 팔만대장경을 한 권에 모았다는 <람림>. 단 한 권의 책으로 불교를 공부한다면 바로 그 한 권이라고 하는 책. <깨달음에 이르는 길>을 통해 또 무엇을 배우게 될까, 정말 궁금하다.^^

 

댓글 1
  • 2022-06-14 22:32

    어쩌다 보니. 제가 니까야에서 여기까지 왔네요.
    여전히 실천하는 것보다 읽은 것만 많아질까 두렵지만,

    그 두려움 때문에라도 움직임을 멈추진 않을 것 같습니다.  할 수 있는 만큼은 해보려고요.  배운대로.

     

    저희 세 사람. 단촐했지만 단촐했어서 좋았던 것도 많았어요. ^^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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