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보리행론 10회차 후기

도라지
2022-05-19 23:34
57

2019년에 중론을 접했다. 공부하면서 처음으로 악몽을 꿔봤다고 뻥을 좀 치고 싶다. 그만큼 어려웠다. 아니 어렵다기보다 무슨 말인지 도통 못 알아듣는 내가 너무 한심스러웠었다.
그런 중론을 이렇게 저렇게 다시 듣고 보고 몇 번 하면서 여전히 모르지만 이제 최소한 무섭지는 않다. 어디서 '중론'이란 말을 들으면 뒤는 돌아볼 것 같다. '아! 중론 말인가요?' 그렇게 피하지 않을 맷집은 조금 생겼다.

 

공부가 그런 것 같다. 공부해보고 모르는 것과 아예 모르는 것은 질적으로 다르다. 그래서 아는만큼 이해하고 더 알게될 것을 기대한다.

90살까지 살아도 아직 40년이나 남았으니, 얼마나 더 많이 알게될까? 아... 기대된다. ㅎ

 

지난 시간에 '인도불교의 역사'에서는 '중관파의 논리'를 '달라이라마의 지혜명상'에서는 '자아의 본질/현상의 본질'을 함께 읽었다. 아니다 함께라고 하기에 너무 약소한가? 데자와 쌤이 사정상 함께 하지 못하셔서 나랑 요요쌤이랑 달랑 둘이 줌으로 세미나를 했다. (와~ )재미는 있었지만, 데자와 쌤이 없으셔서 김빠진 사이다 같았다.

다음주에 꼭 함께 해요 쌤~ 때론 시간이 신보다 강해요. 힘드신 마음  곧 정리될 거라 믿어요. 

 

데자와쌤이 메모에 하셨던 질문에 대한 답을 정리해봅니다.
저는 간단히 적을테고, 부족한 것은 요요쌤이 덧붙여주실 겁니다~ 그쵸? ^^

 

질1)자비심, 대비심, 보리심, 같은 용어들은 일상적 사용에서는 비슷해 보이는데 무엇이 다른가?

자비심과 대비심은 같은 뜻으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보리심은 자비심으로 중생구제를 위해 깨닫음을 얻겠다는 마음이라고 저는 이해했습니다. 자비심 없는 보리심은 성립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질2)본능적 열망이 때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형태들도 있다. 살인,전쟁, 폭행등 의 형태로 발현될 때 이들에게는 어떻게 보리심을 펼쳐야 하는가?

자비심이 결코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관점 없이 무조건적인 것은 아니지 않을까요? 또한 죄는 공한 것이지만 업에 따른 과보는 있습니다.

 

질3)
'인도 불교의 역사' (p.206)에서 말하고 있는 주체와 작용에 대한 설명은 현상하는 세계를 보는 관점에 대한 경우입니다. 우리의 언어는 주어를 상정해서 주어가 작용한다고 말하는데 이 경우 이미 작용을 하기 전에 나라는 존재가 있다는 생각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이러한 언어 습관은 속제에서 부단히 일어나며 모순인 줄 알면서 인정되는 것이라고 보면 될까요? (부족한 답은 요요쌤께 패쓰!^^;;)

 

 

 

댓글 1
  • 2022-05-21 07:47

    데자와샘 없는 세미나, 김빠진 사이다.. 하하하 맞아요. 딱 그 느낌이었어요. 쏴~하는 탄산맛이 없으면 사이다가 아니죠.

     

    저는 <지혜명상>에서 달라이라마가 자비심은 합리적인 감정이라고 말한 부분에 좀 꽂혔습니다. 그 대목을 읽을 때 스피노자가 뙇! 떠올랐어요. 스피노자는 <에티카>에서 정서를 수동정서와 능동정서로 구분하는데, 수동 정서는 욕망에 끄달리는 탐진치 계열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고, 능동 정서가 바로 달라이라마가 말한 합리적 감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스피노자에게 능동 정서를 대표하는 것이 바로 용기와 관용인데, 관용에 대해 <에티카>에서는 이렇게 정리하고 있어요.
    "나는 관용을 각자가 오로지 이성의 명령에서 다른 사람들을 돕고 그들을 우애로 결합시키려는 욕망으로 이해한다."
    자비심을 그저 따뜻한 마음이 아니라 합리적인 감정으로 보는 것, 그것이야 말로 붓다가 생명 있는 것은 누구나 고통을 피하고 싶어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어한다고 설하고, 샨티데바가 <입보리행론>에서 그러므로 중생은 평등하다고 설한 것과 다르지 않은 거죠.
    그러므로 자비심은 기질의 문제나 성향의 문제도 아니고 도덕적 명령이나 선악의 문제도 아닌, 역지사지의 마음이라고 할 수 있는 거 같아요.

     

    사실 자기 밖에 모른다고 욕먹는 이기적 인간도 자신만을 생각하지는 않아요. 늘 타자를 고려하고,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무엇이 자신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가를 생각하죠. 그러니 우리가 인간인 한, 우리는 언제나 타자를 고려하죠. 자비심은 그런 고려에서 너도 좋고 나도 좋은 것을 선택하는 마음의 역량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탐진치 혹은 스피노자 식으로 말하면 수동정서에 사로잡혀서 넓게 보지 못할 때 우리는 나도 해롭고 남도 해로운 선택을 계속하게 되는 것 아닌가 싶네요. 자비심을 키우기 위한 방법으로 자비명상도 있지만,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것만으로도 자비심은 커질 수 있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굿 뉴스, 복음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공부를 제대로 하면 그게 최고의 자비명상이 아닐까요?ㅎㅎㅎ
    보리심은 바로 이런 마음에 바탕하여 깨달음을 추구하는 것을 말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입보리행론>을 10주 넘게 읽고 있다보니 저도 모르게 중관학파적인 사유에 훈습이 된 것 같습니다. 아직 그것에 완전히 무젖은 것은 아니지만 스며들고 있는 것 같다고 해도 좋겠네요.^^ 공사상은 익숙한 것들을 익숙하게 보지 않게 하고, 우리가 자기도 모르게 전제하고 있는 것들을 낯설게 보게 하는 강력한 힘이 있는 것 같아요. 가령 행위자(자아 혹은 주체)를 전제하는 언어습관 같은 것이겠지요. 우리가 행위자와 행위 혹은 주어와 동사를 별개의 것으로(자성이 있는 것으로)분리해서 생각함으로써 우리는 자기도 모르게 행위자라는 것과 행위가 따로 있다고 생각해버리게 되니까요.  사실 이런 걸 생각하면 골치가 지끈지끈 아파오지만..  이렇게 행위자와 행위를 분리해서 생각하는 습관이 실은 우리에게 더 많은 고통을 준다는 걸 알아차리라는 것 아닌가 싶어요. 행위자로서의 '나'에 대해 집착하게 하고, 행위나 대상에 집착하게 하는 거죠. 그렇지만 그 모순을 안다고 해서 바로 집착에서 벗어나는 게 아니라는 거.. 그게 우리의 문제라면 문제겠지요.^^

     

    아무튼 후기에서 도라지님이 제게 부담을 팍팍 주었지만.. 뭐 정답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니 저 역시 도라지님의 후기를 읽으며 떠오른 생각을 가볍게 주절주절 마음이 흘러가는대로 적어보았습니다. 이제 <입보리행론>도 <인도불교의 역사>도 끝나갑니다. 이 공부를 통해 우리에게 남겨진 것은 무엇일까요, 갈무리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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