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보리행론 4회차 후기

도라지
2022-04-06 21:13
71

 

지난주. 세미나 준비를 위해서 읽어야할 내용을 한번 훑어본 다음 세미나 시간까지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었습니다.
이유는 '읽기 싫다..'였습니다. 그러면서도 세번을 더듬더듬 읽었습니다.

세번은 읽어야 어렵네~ 안 어렵네~ 확실히 징징거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세번을 보니 산띠데바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약간 알 것 같더군요.

중론을 읽으면서도 비슷한 마음 고생을 했었던 것 같은데, 특별한 거부감이라기보다 (단순히) 읽어도 감동이 없었다고 하면 될 것 같습니다. 힘들게 읽는 것 이상 읽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사춘기 같은 마음이 되어 텍스트를 마음으로 밀어내느라 책상에 앉아있는 것이 유독 힘들었습니다. 이런 때 필요한게 신심이 아닐까 싶습니다. 중관학파의 논파법에 제 마음은 언제쯤 움직여질런지요. 

그래도 넘어야 할 산이라면 올려다보고 한숨만 쉴 것이 아니라. 단단한 두 다리 믿고 걸어가보자고.

이것이 내 백팔배이며, 내 수행법이라고 추스리면서 남은 지혜품을 잘 읽어보겠습니다.

 

이제 지난 시간 내용을 조금 정리해볼게요.
(유형상 유식은 약간 감이 오는데, 무형상 유식은 제 사고체계로는 아직 이해가 먼 것 같습니다. )

 

지난 시간 읽은 지혜품 1~56번 게송은 이제(二諦)의 정의와 이제의 토대에 대한 논쟁/ 실유론자들과의 논쟁/유형상 유식학파와의 논쟁/ 무형상 유식학파와의 논쟁을 다루고 있습니다.

모든 현상은 空입니다. 이 연기적 관계를 언어와 문자를 빌어 표현하는 순간 우리는 각 단어의 뜻에 사로잡혀 현상들이 '있다'라고 이해하게 됩니다.  그래서 샨띠데바는 이제론에 대해 설명합니다. 진제는 우리의 마음의 행위대상이 아니며 부처님께서 단지 중생의 고통을 없애주고자 사태들을 있는 것처럼 가르쳐 주신 것이지 한순간도 그 사태들은 실제 존재하지 않는다고.

 

오케이!  여기까지는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중관학파가 실유론자와, 유식학파와의 논쟁을 하는 데 자꾸 맥락을 못잡겠는 걸로 봐서는 이해했다고 제가 착각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계속해서 무엇인가 '있다'라는 생각에서 빠져나오기가 쉽지가 않네요.

 

입보리행론에는 유형상 유식학파, 무형상 유식학파와 샨띠데바의 논쟁이 나옵니다.

우선 유형상 유식학파는 인식대상은 인식주체의 능동성에 의해 파악된다고 주장합니다. 얼핏 저는 맞는 말 아닌가?라고 생각했는데 왜냐하면 일체유심조라는 말을 너무 익숙하게 사용해왔으니까요. 하지만 여기서 샨띠데바가 문제 삼는 것은 '인식주체'를 상정할 때 유형상 유식학파의 주장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중관학파는 손톱만큼이라도 실재한다는 여지가 있는 것은 다 깨부수는 분들이라서 어떤 주장도 그 안에 실재하는 것의 냄새가 나면 바로 공격당합니다.

 

무형상 유식학파는 형상도 비존재이며 인식대상과 인식된 내용도 가짜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아직도 무형상 유식학파의 세계관이 이해가 안 가는데... 그들은 그렇다면 속제의 성립도 부정하는 건가요? 지난 시간에 이런 생각을 얼핏하다가 이해를 끝내 못하고 입다물고 말았네요.

 

남은 지혜품을 꼼꼼하게 읽으면서 이해가 미진한 것들을 다시 생각해보겠습니다.

읽다보면 앞에서 가졌던 의문들이 같이 풀리기도 하더라고요. 또한 유식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이 지혜품에서 중요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계속해서 수론학파 승론학파도 칼들고 기다리고 있고요...

 

한 순간도 일체가 공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때 바로 경보음이 울린다는 생각으로 사고를 중무장하는 연습을 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이런  각오로 남은 지혜품을 읽어볼까합니다.^^

댓글 2
  • 2022-04-07 08:52

    도라지님, 멋져요!! 저도  처음에 김성철 선생님이 번역한 <중론> 보았을 때 정말 황당했어요. 물론 지금도 크게 달라진 것 같지는 않지만요.

    들뢰즈의 <차이와 반복> 서론에 "사유는 침략이다"는 말이 나오는데.. 신심 아니더라도 이런 말도 크게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맞아요. 도라지님 말대로 유식을 잘 아는게 핵심은 아닌 것 같아요. 중관적인 사유를 익히는 것, 그게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공부 아닌가 싶기도 해요.

    현실에 그걸 적용할 줄 안다면 '공성의 지혜'가 조금 자라난 것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그래서 지난 세미나에서 데자와님이 유식의 입장에서 '주체'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항변할 때 재미있었어요.^^

    몇년전에 신상환샘의 입보리행론 제9품 온라인 강좌를 신청한 적이 있는데 온라인 강좌다 보니 제대로 듣지도 않았나봐요.

    이번에 지혜품 읽어보니 게송 하나 하나가 무지막지하네요. 아, 이렇게 하드할 줄이야!!ㅋㅋㅋ

    덕분에 지혜품 해설한 책들만 계속 주문하고 있네요.  

    글고 최로덴 스님이 옮긴 <달라이라마의 지혜명상>이 며칠 전에 도착했어요.

    달라이라마가 지혜품 강의한 것을 책으로 옮긴 것인데.. 참고서로 같이 봐도 좋을 것 같아요.^^(해설서 중에 가장 얇아요.ㅎㅎ)

    우리가 앞서 읽은 <강의>가 1품~8품에 대한 해설서였다면 <명상>은 9품에 대한 달라이라마의 해설이네요.

    이렇게 지성적이면서 영성적인 비전과 실천력을 가진 종교지도자라니!! 참, 조금씩 알아갈수록 티벳불교가 놀랍군요.

    원래 공부에 순서는 없어요. 읽기 시작하는 그것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고, 우리가 서 있는 지금의 시작점, 저는 괜찮은 것 같은데..ㅎㅎ

  • 2022-04-07 10:46

    다들 저보다 성큼성큼 걸어나가시네요^^

    저는 아직 지난 시즌 배운 것도 소화 못했는데 이번 시즌에서는 그것을 반론하는 이야기들이 나오니 아무것도 모르면서 유식학파를 보호하고 싶은 이상한 마음이 올라오네요. 한번 본 것도 인연이라 ...

    도서관에가서 입문서 책들을 찾아봅니다^^

    부처님은 그저 괴로움과 그 괴로움의 소멸을 가르치셨다고 하니 이번 시즌에는 그저 괴로움을 깊이 느끼고 도망가지 않는 것 만으로도 만족합니다. 

    산띠데바가 조건 때문이라고 했으니 제가 이해 못하는 것도 조건 때문이고, 헛소리만 하는 것도 조건 때문이고, 이해한다면 조건 때문이고, 뭐가 있어야 그 조건도 알 것 아니냐는 생각에서 벗어 나지 못하는 것도 조건 때문이고를 계속 외쳐봅니다. 

    기초가 없음을 깊이 느끼고 불교의 아주 아주 기초적인 것들부터 공부해가야 겠어요 ^^

    저는 그냥 서당개 레벨로 가서 열심히 듣는 걸로 ...

    부처님이 왜 사람들에게 설법하기를 주저했는지 알 것 같네요. 말해도 못 알아 듣고 고통이 가중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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