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내경과 양자역학 시즌2] 『픽션들』첫시간 후기

둥글레
2022-06-22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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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내경과 양자역학> 시즌 2는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픽션들』로 시작했다.

간만에 문학을 읽으려니 난해했지만 현실과 허구가 섞여 있는 글이 주는 해방감이 있었다.

책의 반을 읽었는데 유명한 단편이 다 포함되어 있었다.

<틀뢴, 우크바르, 오르비스 테르티우스>, <피에르 메나르, 『돈키호테』의 저자>, <바빌로니아의 복권>, <바벨의 도서관>, <두 갈래로 갈라지는 오솔길들의 정원> 등

하나하나 할 말이 너무 많은 단편들이다.

 

세미나 중에 가장 화제는 <틀뢴, 우크바르, 오르비스 테르티우스>였다.

‘틀뢴’이란 세상을 어떻게 봐야할지, 글의 몇몇 대목은 또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서로 얘기했다.

나는 이 작품을 보르헤스의 관념론에 대한 비판으로 읽어냈다.

하지만 꼭 그렇게만 읽을 순 없겠다는 의견들도 있었다.

우리는 옥신각신하면서도 어려워했는데 이 토론은 세미나 이후 단톡방까지 이어졌다

인터넷에 나와있는 여러 해석들, 책 뒤편에 실린 해제 등을 읽고 함께 공유했다.

 

 

 

‘틀뢴’이 텍스트에 대한 은유라는 것, 

그리고 텍스트가 현실에 대한 영향이 지대한 만큼 세계에 대한 은유이기도 하다는 것,

어떤 관념들과 텍스트들의 영향으로 현대에 이르렀는가를 보여줬다는 등

여러 해석들을 읽으면서

우리는 문학을 공부할 때는 닫힌 마음보다는 열린 마음으로

오독을 무서워하지 말고 공부해야 좋을 것 같다는 얘기를 했다. 

인터넷을 뒤지다가 ‘틀뢴’이 어느 메타버스의 이름으로 이용된 걸 보기도 했다.

비밀결사가 만들에낸 가공의 세계로 설정되어 있어서 메타버스와 맥락이 닿긴 하다.^^

 

<피에르 메나르, 『돈키호테』의 저자>에서는 독서의 중요성을 말한다. 

피에르 메나르는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읽고 고심하고 새로 썼지만 원작에서 글자 하나 안틀리고 그대로이다.

화자는 그렇지만 메나르가 쓴 『돈키호테』가 세르반테스의 작품보다 무한할 정도로 풍요롭다고 한다.

쓰기의 시작은 읽기라는 것을 보르헤스가 극단적으로 강조한 것같다.

읽는 사람의 해석은 무한하고 그것이 다른 글쓰기로 이어지는 풍요로움이 있으니까!

 

이구동성으로 <두 갈래로 갈라지는 오솔길들의 정원>을 모두들 재밌게 읽었다고 했다.

시간이 부족해서 이 작품에 대해서는 얘기를 길게 할 수 없지만,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이 오묘하게 뒤섞여 있어서 ‘양자역학’과 ‘일반상대성이론’이 절로 떠오르는 작품이었다.

 

참! 새로 합류하신 송님은 인문학세미나는 해보신 적이 없으시다고 하셨지만 왠지  ‘포스’가 느껴진다.

세미나를 풍성하게 해주실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 ㅎㅎㅎ

 

내일도 재밌게 공부해요~~~

 

 

댓글 4
  • 2022-06-22 08:35

    문학작품으로 세미나하니 메타포의 향연에 어디다 마음을 두어야하는지 자꾸 2차해석을 찾아 헤맸는데요.

    세미나에서 얘기하는게 오독일지언정 더듬더듬 만져가며 읽어내는 맛이 있긴하네요~ㅎㅎ

    둥샘 표현대로 포스가 느껴지는 쏭님의 합류로 시즌2가 더 기대됩니다~~

  • 2022-06-22 08:45

    보르헤스 있어빌리티의 결정판! 영화 테넷 본 느낌이었어요. 내가 모르는 우주, 시공의 비밀이 있고 그걸 알려는 자, 알고 활용하는자. 논리의 그럴듯한 비약이 연속되면서 딴 세상에 도달하는 구조

    테넷 한번 보면 '뭔진 모르지만 어마어마한데' 하는 것처럼, 보르헤스가 시공에 대한 새로운 문을 열어준 거 같기는 한데… 😭

     

    아직도 틀뢴을 잘 모르지만 메타버스 플랫폼 네이밍에 쓰였다니 찰떡이네요 ^^

     

    같은 텍스트 다른 느낌으로 내일 또 만나요~

  • 2022-06-22 20:12

    저에게 있는 포스란 스타워즈의 포스밖에...없습니다ㅎㅎ

     

    보여지는 텍스트 그대로 읽어도 상당히 쫄깃한 반전이 있는 픽션들, 웬만한 현대 추리소설보다 재밌었습니다. 기발한 반전이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생각나고. 당대 문학사가 전부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어서 그 시대에 살았다면 훨씬 재미있게 읽었을 듯 하네요.

    어떻게 보면 시대상을 잘 나타내는 소설이지 않을까 합니다. 현대의 창작물이 최신 과학이론의 영향을 받듯 보르헤스도 당대 폭발하던 양자역학 논쟁에 상상력을 더한 것이겠지요!

    부족하지만 열심히 읽어보겠습니다^^

  • 2022-06-22 21:42

    정말, 메타버스 이름으로 딱이네요! 

    읽으면서.. 이 복잡하게 반전되고, 또 반전되는 글들을 어떻게 썼을까.. 가 궁금하더라고요.

    정말로 이렇게 생각하다보면 진짜 실제 상황과 가상의 구별이 흐려질거 같아요. 무엇이 진짜일까요?? ㅎㅎㅎ 

    양자 역학도 재미있고, 그걸 소설로 쓴 글도 재미있고 그러네요. 자꾸 읽다보면 생각의 흐름이 다른데로 가게 되는 것도 모두 의도한 것??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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