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내경과 양자역학 시즌3> 불교와 양자역학 3, 4장후기

자작나무
2022-10-11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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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맨스필드의 <불교와 양자역학>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여기서 그가 다루는 불교는, 그가 티벳불교에서 배운 중관사상이다. 그는 중관사상의 공과 양자역학의 비국소성 이론을 다룬다. 그것의 같음만을 논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 둘 간의 대화를 시도한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한다. 

 

 

"공과 양자 이론 간의 세세한 연관성의....아이디어들을 설명하는 어려움은 본질상 기술적인 것이 아니다. 문제는 이 아이디어들이 존재의 본성, 즉 세계가 실제로 어떻게 존재하는가를 우리가 이해하려고 할 때 혁명을 요구하기 때문에 생긴다."(102)

 

 

중관사상의 공도 모르고 양자역학의 비국소성 이론도 모른다면, 이게 뭐하는 짓이냐 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의외로 조곤조곤 실험과 비유와 에피소드를 통해서 그는 두 이론을 설명해내고 있고, 거기에서 "독립된 존재란 결코 없다"라는 공통점을 발굴한다. 근데 사실 도출된 결론이 참신하지는 않다. 그런데 저자에게 이 문제 혹은 불교와 양자역학에서 배운 독립된 존재란 결코 없다는 결론이 자신은 물론이고 일반 서구인이 느낄 거부감과 저항감은 적지 않다. 그래서 일까, 그는 세계가 존재하는 양상을 이해려고 할 때 '혁명'이 필요하다고까지 말한다. 

 

중관사상의 공은, 사물은 원인과 조건, 전체와 부분들, 그리고 그것을 그것으로 아는 앎 모두와 서로 밀접한 관계를 이루고 깊이 의존함으로써 존재함(113)을 말한다. 양자역학의 비국소성 이론은, 물체들은 공간과 시간의 제한된 영역에 국한될 수 없으며 우주의 나머지 부분과 맺고 있는 관계가 그들의 고립된 현존보다 더 중요하다(101)는 이론이다.  여기서의 키워드는 '관계'이며, 고립/독립의 현존보다 관계가 우선한다는 점이다. 개인의 자유를 우선시하는 서구인, 그 자유의 기본은 바로 독립된 개인이 아닌가. 그렇게 독립된 사물들이 있어 그것들이 관계를 맺는다는 사고를 그들은 가졌는데, 불교와 양자역학은 관계가 있기에 사물은 사물로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서구의 자유와 독립, 개인주의 등의 세계관은 물리학/과학을 기반으로 생겨났으므로, 만약 그 세계관을 지탱하는 과학이 독립된 존재는 없다는 양자역학으로 바뀐다면 그 위에 설 세계관은 도대체 어떤 모습일까. 아니, 어떤 모습이기 이전에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 그들 혹은 우리가 겪을 세계관의 혼란은 가히 혁명적일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3장이 사물이 어떻게 존재하는가에 대한 설명이었다면 4장에서는 '평화'라는 단어가 어찌보면 뜬금없이 나온다.  양자역학의 비국소성 이론을 반대한 아인슈타인의 EPR이론과 그것을 까는 실험과 논증을 주욱 설명한다. 그렇게 불교와 양자역학의 이론과 실험을 넘나드는 저자. 그런데 실험이나 물리, 수학, 더더욱 양자역학은 쥐약인 나는 정신이 멍~~하여 후기는 여기까지 하기로 한다. 

 

올해 내내 띄엄띄엄 양자역학 책을 읽어 모를 때보다는 알게 되었지만, 여전히 어렵다. 그래서 사실 나는 구체적인 양자역학 실험이나 수식이 나오면 그냥 마음을 비우고, 뛰어넘는다. 그래서일까, 저자가 말하는 결론이나 그가 왜 이런 작업을 하는가 등등에 더 많은 관심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이 책 다 읽고 나면 그래도 뭐 또하나 양자역학에 관해서 한 글자 남게 되겠지. 그럼 이만 총총.

 

 

 

댓글 3
  • 2022-10-13 08:13

    4장의 평화는, 그간 물리학이 전쟁과 깊은 연관이 있었던 것에 반해 양자물리학은 오히려 평화와 더 관련이 있다고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양자역학의 비국소성은 모든 존재가 연결되어 있음을 증명하고 있어서 사람들과 국가들 사이의 충돌을 유발하는 단절이나 분리에 대해 부정할 수 있는 것이지요. 비국소성과 공의 연결 그리고 거기서부터 비롯되는 자비까지. 흥미로웠습니다!

  • 2022-10-13 15:53

    좋은 책을 함께 읽고 있어서 재미있는 시간입니다.

    저는 지난 시간에 둥글레쌤이 지나가다면서 가볍게 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아요. 다른 사람이 어떤 행동을 했을 때, 그 사람이 자유의지를 가지고 행동한거라고 착각하고 화가 나는 경우가 있다고 한 말입니다.

    책에 나오는 예를 들었을 때, 잔잔한 호수에서 배를 타고 있는데, 어떤 빈 배가 와서 툭 하고 친다면 화가 나지 않겠죠.

    하지만 사람이 조정하고 있는 모터보트가 부왕~하고 와서 배를 툭 하고 친다면 "어라, 저 사람이 일부러 그런건가?"하고 화가 난다는 겁니다. 배가 서로 부딪힌 상황은 같은데 말이죠. 

    다른 사람에게 화가 나는 일이 있으면 (특히 신랑 ㅋㅋㅋㅋㅋ) 이 생각을 해보면 좋을 거 같습니다. 저 사람도 분명 자기의지가 아니라, 상황과 환경과 많은 것들이 중첩되어서 저런 행동이 나왔을 것이야 하고요. ^^

    • 2022-10-13 18:20

      저도 지난주 내내 둥샘의 저 예시가 머릿속에 남아 있었어요. 나뿐만 아니라 타자도 의지를 가진 독립적인 존재로 규정한다는걸 알아채는 순간이였습니다.

      전 종종 내가 아무리 잘 행동해도 상대가 나쁘게 굴면 어떻게 해야하지? 이런 의문을 품곤하는데 이것도 굉장히 개별적 존재로써 나와 타자를 인식하기때문에 나오는 반응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올해 계속 관계성에 대해서 질문을 하고있는데 다양한 예시로 관계성을 배우니 점점 몸안으로 들어오는듯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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