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가 좋다>> 첫 시간 후기

둥글레
2022-09-16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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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3는 루틴, 모로, 자작나무, 둥글레 4인이 모여 오붓하게 공부하게 되었다.

새로운 회원이 없다는 점이 약간 아쉽기는 하지만 계속 함께 공부해온 4인이라 시너지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첫 시간에는 <<불교가 좋다>> 1~3장까지 공부했다. 읽기 전에는  카렌 암스트롱의 <<스스로 깨어난 자 붓다>>와 비슷한 결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오히려 나카자와 신이치의 전작 중 <<녹색 자본론>> <<대칭성 인류학>>과 내용이 많이 겹친다는 느낌이다. 불교가 왜 ‘종교가 아닌 종교’이고 ‘종교를 초월한 종교’인가를 국가에 대항해 탄생한 일신교와 불교가 결국 다른 길을 가게 된 과정을 통해 설명한다. 

 

다만 이 책 안에는 이러한 과정이 자세히 설명되고 있지 않아서 <<녹색 자본론>>과  <<대칭성 인류학>>에서 그 과정을 짧게 정리했다.

후기 구석기에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의 대뇌에서 생긴 변화로 유동적 지성이 생겼고 그 덕분에 인류는 합리적 사고와 마술적 사고를 동시에 하게 되었다. 합리적 사고는 차이가 있는 사물(생물)들 사이에서 동일성 또는 대칭성을 발견하는 지성이고, 마술적 사고는 동일성으로부터 넘쳐흐르는 과잉 부분이 산출되어 생긴다. 신석기 혁명으로 농업과 동물의 가축화가 실현되자 그것을 근간으로 국가가 생겼다. 국가는 곧 엄청난 권력을 가진 대제국으로 성장한다. 국가는 마술적인 사고를 대규모로 이용해 ‘인간 왕’의 권력을 보장한다. 이때 반인반수의 다신교의 신들이 생기는데 이 신들은 인간이 가진 힘을 훨씬 능가한 ‘초월성’을 갖추게 된다. 초월적인 영역과의 접촉을 시도하는 샤머니즘은 대칭성을 발견하는 신화적 사고 또는 야생의 사고와 공존하다 대제국과 함께 샤머니즘이 확대되게 된다. 이때 이 ‘초월성’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려고 유동적 지성의 작동 내부에 변화하지 않고 증식하지 않고 한계가 없는 근원적인 ‘초월’의 존재방식을 발견하고 이것을 ‘일’이라고 말한 사람들이 일신교를 산출하게 된다. 즉 일신교는 자기증식을 하는 것에 대해 항상 경계를 하였던 것이다.

 

일신교가 신석기적인 마술의 문화를 부정함으로써 국가를 초월하고자 했다면 불교는 오히려 신석기적인 ‘야생의 사고(또는 신화적 사고)’를 적극적인 형태로 활용함으로써 국가를 초월해 보편성을 추구하고자 하였다. 즉 대제국이 탄생하는 시대에 완전히 분열한 샤머니즘적인 것과 야생의 사고의 성격을 띤 것을 다시 한 번 결합하여 이 두 가지를 분리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나타난 것이 바로 불교다. 불교 사상은 철저한 ‘대칭성의 사고’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일신교로 인해 불거진 작금의 문제에 대한 대안은 불교라고 신이치는 이야기한다. 그 문제란 우선 마술적 사고에서 생긴 초월적인 샤머니즘의 편집증적 확대, 거기서 기원한 자본주의의 무한 증식 속성(특히 상품)과 이것의 글로벌리즘일 것이다. 또 크리스트교가 야기한 비대칭성(신과 인간 사이, 서구와 이슬람 사이, 인간과 동물 사이 드)이다. 광우병과 911테러는 이런 비대칭성이 심화된 결과이다.

 

일신교라는 사막의 종교가 농경사회에 들어가면서 불거지는 문제는 풍요, 초월성, 증식성 즉 여성성이다. 여성의 문제는 모든 종교에 있어서 율법의 문제와 직접적 연관이 있다. 또 여성이 생명을 낳는 풍요로움을 어떻게 이해하고 사유할 것인가의 문제가 종교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지금의 자본주의의 증식성과 연결되어 있다. 정통 크리스트교(가톨릭이나 정교회)는 마리아를 통해 여성의 문제를 받아들였다. 불교는 여성의 문제에 있어서도 타 종교와는 다르다. 

 

불교 사상을 이루고 있는 ‘대칭성의 사고’에 이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 불교는 먼저 일신교와 다르게 절대적 신이 없고 그래서 거기서 기인하는 1)비대칭성은 없다. 그리고 일신교의 신은 남성적이고 로고스적 명령을 한다. 즉 여성은 진리에 참여하지 않는다. 하지만 불교는 야생의 사고의 어떤 부분이 비대칭의 출현을 저지하려고 하는 데 이를 ‘지혜’라고 한다. 불교는 2)‘공(空)’이라는 여성적인 존재 안으로 들어가고자 하는 종교라고 신이치는 말한다. 또 불교의 수행은 ‘인식의 어머니(반야바라밀다母)’라는 거대한 여성적인 존재를 향해 자신의 존재를 그대로 갖고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여성형인 진리를 향해 접근해가는 수행에 필요한 매뉴얼로서 구체적인 챠트가 바로 불교의 계율이다. 불교의 계율은 순간순간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지침을 가르쳐주는 구체적인 매뉴얼이다. 신이치는 이 3)계율이 단적으로 말해 성의 문제이고 여성의 문제라고 말한다. 불교의 계율은 그때 그때 질문되었을 때 상황에 따라 붓다가 답을 하는 케이스를 모아놓은 것이다(상상도 못할 정도로 갖가지 케이스가 나온다). 크리스트교의 계율처럼 일반론으로 얘기하지 않는다. 또 죄와 벌로 연결되지도 않는다. 아무튼 계율은 결국 여성을 멀리하라고 말한다.

 

불교는 일신교와 달리 여성을 부정하면서 자기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즉 자연 그대로의 여성이라는 존재를 부정하면서 그것을 형이상학적으로 변모시킨 여성성을 받아들였다고 책에서 설명하고 있지만 이 부분이 가장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왜 불교의 진리가 여성형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

댓글 3
  • 2022-09-16 15:02

    역시 깔끔한 정리!! 

    시즌 3도 함께 잘해봅시당! ㅎㅎㅎ

  • 2022-09-16 15:04

    둥샘이 앞부분에 <녹색자본론>과 <대칭성 인류학>을 정리해주셔서 더욱 이해가 됐어요~

    분명 <대칭성 인류학>을 감탄하며 읽었는데 잘못 이해하고 있었던 부분이 있었네요.

    불교에서 도달하고자 하는 인식의 지점을 '반야바라밀다母' 의 '인식의 어머니'로 표현했는데, 저도 이부분이 아직 이해가 안되었어요.  뒷부분을 보면 알 수 있을까요...?

     

  • 2022-09-16 21:46

    나카자와를 이리저리 파헤치고 열심히 설명해주어 감사캄사~~

    다음주에 나카자와가 불교에 대해서 뭔 말을 할까도 궁금하지만, 둥씨 설명이 더 기대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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