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해의 철학> 5,6장 후기

2023-06-01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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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해의 철학> 마지막 시간 후기

 

‘5장 떠들썩한 장례식’에서부터 ‘에필로그 분해의 향연’까지 읽고 모였다.

튜터 자누리샘이 중이염과 이명으로 고생하고 계셔서 모두 걱정하고 있다. 잘 회복하시고 담주에 뵙길.

느티샘은 대구 어머님께 가셔서 못 오셨다.

우리는 먼저 뚜버기샘의 똑똑한^^ 발제를 읽고 질문과 메모를 이어 갔다.

 

나치즘과 협정을 맺지 않는 생태학적 앎이란 있을 수 있는 것일까?

저자와 시노하라의 대담에서의 그는 생태계 개념을 확립한 나치가 그것을 어떻게 유대인과 장애인 절멸정책으로 이용했는지 설명한다. 그러므로 생태학과 철학을 합일시키는 과제의 성패는 분해현상을 어떻게 하나의 중앙으로, 하나의 목적으로, 한 명의 지도자로 환원되지 않도록 그려내는가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저자는 분해자와 소비자 사이에 선을 긋기 어렵다는 점, 바로 그 지점으로부터 하인리히의 제안을 불러온다. 베른트 하인리히는 <생명에서 생명으로>에서 분해자 개념을 의도적으로 느슨하게 사용하자고 주장한다. 책은 하인리히가 친구에게서 받은 편지글로 시작하는데, 우선 그 편지글을 한번 옮겨 보고 싶다.

 

안녕, 베른트

난 얼마 전에 심각한 병을 진단받았어. 그래서 내 바람보다 더 일찍 죽을 경우를 대비해서

장례 절차를 정해 놓으려고 해. 내가 원하는 건 자연장이야. (사실 장례라고도 할 수 없지만)요즘에 사람들이 하는 장례식은 죽음에 대한 그릇된 접근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야.

좋은 생태학자라면 다 그렇겠지만. 나는 죽음이 다른 종류의 생명으로 바뀌는 과정이라고 생각해. 죽음은 무엇보다 재생에 대한 야생의 찬양이지. 우리 몸으로 파티를 여는 거야. 야생에서 동물은 죽은 장소에 그대로 누운 채 청소동물의 재순환 작업에 몸을 맡기지. 그 결과 동물의 고도로 농축된 영양분이 파리, 딱정벌레 등등의 대이동을 통해 사방으로 퍼진다고, 그에 비해서 매장은 시체를 구멍에 넣고 밀봉하는 것이나 다름 없어. 인간 육체의 영양분을 자연계로부터 박탈하는 것은, 인구가 65억 명이나 된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지구를 굶기는 일이잖아. 관에 넣어서 매장하면, 즉 시체를 감금해버리면 그런 결과가 생긴다고. 화장도 답이 아니야. 온실 기체가 누적 될 테니까. 3시간 동안 시체를 태우는 데 드는 연료를 고려해도 그렇고 말이지. 아무튼 내말의 요지는, 사유자에 묻히는 게 대안이라는 거야.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짐작하겠지......자네는 오랜 친구를 캐프의 영구 거주자로 받아들이 걸 어떻게 생각해? 나는 현재로서는 상태가 좋아. 평생 이렇게 좋았던 적이 없을 정도야. 하지만 늘 세상일이란 나중에 생각하면 늦는 법이니까.

 

 

과연 우리는 죽음으로 여는 파티를 즐길 수 있을까?

토토로샘은 최근 미국에서 논란이 된 퇴비장에 대한 메모를 해주셨다. 퇴비장은 시신에 짚, 들꽃, 톱밥 등을 섞어 컴퓨터로 온도와 습도를 맞추고 산소를 공급하여 시신을 퇴비로 만드는 것이다. 종교계의 반발이 심하지만, 워싱턴주 하나에서 여섯 개 주로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내 몸은 흙으로 돌아가려면 디톡스가 꼭 필요할 것 같긴 하지만 퇴비장은 솔깃하다. 노라샘은 얼마전 이탈리아 여행지 숙소에서 묘비뷰를(호수뷰도 마운틴뷰도 아닌 묘비뷰라니 하고 강조하심^^) 만끽하셨다고 한다. 그들은 죽음과 일상이 함께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는. 현실에서는 사유지가 아니면 흙으로 돌아가는 것도 불법이니, 다 함께 달팽이샘네 마당을 이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다. 죽어서도 다 같이 책 읽고 회의하고 있을지도 ㅎㅎ

몸에는 죽음과 분해가 깃들여 있다?

요새는 어릴적부터 똥이나 흙에 대해 더럽다는 생각을 주입 시킨다. 윤구병선생님의 지난 강의에서도 똥의 역할, 똥에 대한 사유의 변화를 강조하셨었다. 곰곰샘의 말처럼 하늘호수로 여행을 떠난 류시화 시인이 만났던 자연과 배설에 대한 아름다운 명상을 과연 우리도 할 수 있을까? 뚜샘이 몽골 여행지에서 서로 망을 봐가며 큰 일을 해결한 이야기는 우리가 똥에서 얼마나 멀어져 있는지 새삼 생각하게 해준다. 아... 얼마전 이우학교 백두 등반 때도 나는 쉬와 똥을 참느라 얼굴이 누렇게 떴었다. 어렵다.

하인리히는 특히, 소똥구리의 분해작용에 매료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다시 볼 수 없는 소똥구리. 고대 이집트에서부터 소똥구리는 재생과 부활의 상징으로 추앙받았다. 그가 수행하는 작용의 아름다움에 대한 쓰카모토 게이이치의 말을 들어보자. “생물학적으로 생각하면 생명과 죽음의 혼돈의 공간에는 썩은내와 사체라는 현실이 있는데, 그곳은 ‘진짜 생명의 아름다움’을 아는 공간이었다.”

파브르가 남긴 묘사에서도 소똥구리에 대한 분해 현상이 잘 드러난다. “배설은 식사를 차리는 일과 경계를 그을 수 없는 행위이고, 의도치 않게 자식들과 다른 생물들의 주거 공간을 정리 정돈하는 일이며, 또 자신의 소화기관을 의도치 않게 물질 순환의 통로 만드는 일이다”(298)

외부가 내부에 들어와 있다?

특히, 장臟에 대해 “외부가 내안에 들어와 있다”는 저자의 표현은 상당히 흥미롭다. 다시 말하면 분해작용이 몸 안에 들어와 있다는 말이다. 우리의 몸이 분해작용에 연결되어 있음을 저자는 <잠시 깃듦>, <탑승과 하차>( 일찍이 공생자행성 형식을 ‘타고 내리기’로 제안했었던 탁월한 우리 블랙샘!)<바턴  터치>의 개념으로 설명하면서 ‘기능’이 아닌 ‘작용’임을 강조한다. 분해를 기능으로 인식할 때, 위계나 배제의 개념이 끼어드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 아닐까? ‘작용’이라는 말이 좀 더 중립적이긴 하다.

이같은 논의들은 모두 분해자 개념을 느슨하게 만들고 먹는다는 것을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게 한다.

물론 몸에 대한 고질적인 인식이나 노화를 질병으로 바라보는 관점, 몸에서 만들어지는 배설물들에 대한 생리적 혐오감 등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몸과 몸이 만들어내는 분해를 소재로 작업을 하는 작품들이 떠올랐다. 얼마 전 서울시립 미술관 전시에서 본 키키 스미스의 작업들이다. 키키 스미스는 ‘신체야말로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형태이자 각자의 경험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라고 말한다. 특히, <소변보는 몸>(1992), <테일>(1992)-똥을 누는 웅크린 몸, <트레인>(1992)-흐르는 월경을 되돌아 보는 몸, 등의 작업들은 몸에 깃든 분해작용(여러 가지 배설)과 몸을 바라보는 나의 근대적 관점에 빠지직하고 틈을 낸다.

 

이제 분해의 공간으로

근대사회에서 배설행위는 경직된 맥락에 한정되어 더러움과 혐오의 의미만 남게 되었다. 배설, 즉 분해에 대한 다른 작용들은 삭제되고 그것이 쓸모없고 의미없는 무위가 된 시대. 여전히 생산과 성장이 주도권을 잡고 물질이든 존재이든 새로운 것들로 쉽게 대체되는 세계에서, 고쳐 쓰고 나눠 쓰고 다시 쓰는 수리의 미학에서부터 분해를 다루는 새로운 해석들과 작업들은 더 많이 다뤄지고 더 많이 경합하고 더 많이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닐까? 띠우샘의 말처럼 사람은 배워야 한다.^^

하인리히에게 편지를 보낸 친구의 말처럼 너무 늦지 않게 말이다.

 

 

 

 

 

 

 

 

댓글 3
  • 2023-06-01 22:35

    와 후기가 좋네요~ 하인리히 친구분 편지도 좋고~~ 정말이지 그렇게 주변에서 받아놓고 죽을때 아무 것도 안 돌려주겠다는 인색한 죽음이라니 슬픕니다

  • 2023-06-02 01:06

    바쁜 와중에도 너무 늦지 않게(ㅋ) 좋은 후기를 올려주셨군요. 소비나 생산 관점이 아닌 분해를 중심으로 '풂' 논의들은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저도 책에서 나온 베른트씨의 친구 얘기가 궁금했는데 편지 원본을 보니... 생각보다 더 멋찐 분이였네요. 또 배워갑니다.

  • 2023-06-02 06:43

    후기가 늦은 이유가 이었군요. 깊어진 사유가 느껴집니다.
    올해 읽은 책중 가장 재밌었던 책이 <분해의 철학> 입니다. 이제 저도 분해자로 어엿하게 제 역활 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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