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주차 후기> 『비폭력의 힘』~2장

둥글레
2023-05-24 12:30
248

버틀러의  『비폭력의 힘』은 상대적으로 읽기 수월했습니다. 그리고 정치와 윤리의 잇기가 더 구체적으로 다가왔다고 느꼈습니다.

 

이른바 ‘삶정치’라는 말을 내뱉게 된 게 5~6년은 넘은 것 같은데 그게 구체적으로 무얼까? 손에 잡히지 않았다고 할까요? 해서 개인적인 차원에서의 실천에 더 천착했던 것 같아요. 한데 버틀러는 확실하게 선을 긋더라구요. 그게 아니라고. 버틀러는 모여서 함께 (거리에서) 투쟁을 하자고 합니다. 구조적 폭력에 맞서는 공격적 비폭력 투쟁말이죠. 사실 ‘공격적’이라는 말에 대해 확실히 이해하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비폭력이 영혼의 평안한 부분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분노, 울화, 공격성의 표명인 경우가 많다는 말에서 또 폭력장에 진입하는 신체화된 정치적 행위주체성에 그 말의 뜻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책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었고 동의되는 지점은 리버럴 정치경제 사상의 핵심인 자연상태를 (라깡의) 상상계의 거울단계와 비교설명한 지점이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자유’를 외치는 많은 사람들이 거울앞에 서서 자기애에 사로잡혀 있고 자기와 자기가 욕망하는 어머니만이 있는 세상에 갇혀있는 아이 같을 수도 있겠구나! 그리고 자기 욕망이 저지당할 때는 자기에게 법을 가하는 게 아니라 타인에게 법을 가하는 상징계를 발동시키고 있구나! 이런 망상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침울할 만도 하지만 버틀러는 역으로 상상계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자고 한 것이지요. 

 

어찌보면 개인주의도 상호의존성도 결국 상상계의 산물이 아닐까요? 전 양자역학을 공부할 때 입자이면서 파동인 미립자들로 이루어진 내 몸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어요. 미시세계는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요. 실험도구들과 관계하면서 전자 등의 미립자가 파동이었다 입자로 바뀐다는 건 입증이 되었죠. 최신 과학이 모든 존재들의 관계적 상호의존성을 입증하고 있지만 우리 눈에 보이지 않으니 우린 이해하는 가운데에서도 열심히 상상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야 상호의존성에서 비롯되는 평등, 자유, 정의. 따라서 전 지구적 의무가 정식화 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상호적으로 의존과 의무를 가진 존재들이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맡겨져 있는 동시에 누군가를 맡고 있다!

 

상호의존성이 착취와 폭력의 조건일 수도 있다는 점을 잘 활용하는 게 기득권층이죠. 상호의존성에 기대서 지구화를 통해 자본을 증식하지만 사람들에게는 개인주의를 설파하며(너 혼자 다 감당하라면서) 노조를 탄압하고 복지를 후퇴시키죠. 여기에서도 망상적 상상계가 작동하는 것 같습니다.

 

애도가치(애도가능성)에서의 급진적 평등은, 애도가치가 생명체의 속성이라는 것에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해서 애도가치는 살아 있을 때 이미 작용하고 있고, 폭력 사망에서 진상이 밝혀지지 않느다면 애도가 불가능한 것입니다. 

 

2장을 읽지 못했지만 묘선주샘 발제문에서 가장 크게 다가 온 것은 ‘죄책감’입니다. 죄책감이 파괴성을 억제하는 방법이고 적극적으로 상대방의 삶을 돌보는 행위라고요. 이 지점에서 급 루쉰이 떠올랐습니다. 다케우치 요시미가 루쉰을 죄책감으로 조명했던 게 생각나더라구요. 오래돼서 잘 기억은 안납니다만, 루쉰이 세상에 대한 죄책감이 있었다고요. 연루된 세상에서 벌어지는 폭력이든 불의든 자신도 공모자라는 의식이 루쉰에게 있었다는 겁니다. 아무튼 루쉰의 이런 생각이 버틀러가 말하는 비폭력과 얼마나 연결될 지는 모르겠네요. 한 주 쉬니까 2장도 마저 읽어 봐야 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먼불빛샘의 질문, 성폭행범이 출소해서 이웃으로 살 게 될 때 그 사람을 자기 동네에서 쫓아 내야 할지 함께 살아야 할지… 어려운 문제였습니다. 성폭행범이 늘상 폭력(성폭행)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재범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자기방어 문제가 나옵니다. 온 나라 사람들이 자기방어를 들고 나온다면 이 출소자가 발 붙일데가 있을까? 감옥밖에는 없나? 폭력이 개인차원으로 축소되면 이런 문제가 더 복잡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가 과연 그 사람 개인의 문제일까? 되묻고 싶어지더라고요. 개인 문제로 축소하고 싶어서 자꾸 소시오패스 사이코패스라는 말이 더 자주 나오는 걸까? 잘 모르겠네요 . ㅠㅠ 다음 시간에 계속해서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한 주 쉬고 6월 3일에 뵙겠습니다~~

댓글 1
  • 2023-06-06 09:41

    아이공 노 댓글은 아니되옵니다.
    늦게라도 반성하며 앞으로는 정서적보상을 늦지않게 하도록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둥글레님.
    그리고 얼릉 쾌차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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