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학교>3회차 후기

초빈
2023-03-21 23:49
272

 이번주는 붓다의 생애 중 인상깊은 장면을 골라쓰는 과제가 있었습니다.

 

 도라지쌤은 자기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해 명증하게 지혜를 얻으려는 붓다의 고행을 통해 그의 완벽주의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게 되었다고 하셨어요. 효주님은 붓다의 일상적인 모습을 묘사한 부분을 보고 이제껏 깨달음은 마술적인 것이라고 생각해 일상의 중요성을 놓치고 있었던 게 아닌가 하며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셨고요. 미리내님은 연기법에 대한 부분을 인용하면서 청년 붓다의 생동감의 느껴지는 삶을 통해 그의 깨달음을 엿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는 소감을 전해주셨습니다. 저는 어린 붓다의 농민-소-벌레-새 에피소드를 보고 타인의 고통에 대한 깊은 공감이 불러오는 환희에 대한 글을 썼고요. 경덕님은 나이든 붓다와 파세네디왕의 일화를 통해 자신의 주변인물들과 연결지어 노년기에 대해 상상해보게 되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오영쌤의 글을 잘 이해했는지 자신이 없어서 요약해 적기 조심스럽지만... 오영쌤은 자신의 삶과 붓다의 가르침이 겹치는 지점이 많아 한 에피소드를 고르기 어려웠다는 이야기를 하셨어요. 개인적으로 오영쌤한테 하고 싶었던 질문이 있었는데 세미나 중에는 타이밍을 놓쳐서 못했어요. '자신의 경험으로 실증하라'라는 제목을 달 만큼 이 붓다의 가르침이 특별히 마음에 들어왔던 이유가 있나요? 오영쌤의 삶과 어떤 맥락에서 겹쳤기에 이 부분을 고르신 건지 궁금했는데 글에는 잘 드러나지 않아서 물어보고 싶었어요. 왜냐하면 실은 저도 이 주제로 메모 쓸까 고민하다가 앗 겹치네 하고 다른 걸 썼거든요ㅋㅋ 댓글로 남겨주셔도 좋고 길어질 거 같다면 다음주에 만나서 이야기 해주셔도 좋아요....ㅎㅎ

 

 세미나 질문 타임 중에 '붓다의 깨달음이 실질적인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는가?' 하는 이야기도 오갔었는데(정확한 질문이 이게 아니었던 거 같은데... 기억이 안 나네요 수정할 부분이 있다면 댓글로 정정해주세요!) 요요쌤은 여러 종류의 혁명이 있을 수 있다고, 정치 권력을 바꾸는 것만이 혁명이 아니고 승가를 세우는 것도 하나의 혁명이 될 수 있다고 답하셨어요. 그리고 붓다는 실제로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서 조언을 구하는 이들에게 답을 주기도 했다고 해요. 사회적 참여를 안한 것은 아니었어요. 개인적으로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떤 생각이 났는데... 세미나 때는 생각이 정리가 안 되어 말 못했어서 후기에라도 조금 적어봅니다.

 

 이야기 해봄직한 주제라는 생각하는 한편... 왠지 스스로의 마음 속에서는 이미 종결된 문제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저도 고등학교 때는 이 세상(학교!)을 어떻게 바꿔보겠다고 구조적인 문제에 몰두했던 적도 있어요. 그렇지만 돌이켜보면 제 근본적인 불안을 감추기 위해 다른 문제에 탐닉한 것이지, 나 자신에게는 그리 가까워지지 못했더라고요. 물론 그 시간들을 후회하지는 않고, 사회 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하려 드는 이들의 활동이 결코! 무의미하다는 게 아니에요. 아마 사람마다 길이 다른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제 길은 세상의 구조보다는 '저 자신을 아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세상을 구하고 싶어도 저 자신을 구하는 게 우선이라고 믿어요. 붓다도 스스로 깨달음을 얻지 못했다면 다른 사람들을 깨달음으로 인도할 수 있었을까요? 물론 그렇다고 타인을 외면하고 세상의 문제를 외면하면서 자신의 해탈만을 위해 앞만 보고 내달려야 한다는 것도 아니에요. 붓다도 그리 살았을 거라고 생각되지도 않고요. 내 역량 되는만큼 주변에 마음쓰되 그것에 너무 휘둘리지 않으며 자신의 깨달음을 위해 나아가고, 함께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격려하며 같이 가기. 그 정도면 충분하고, 애초에 그 이상은 할 수 없지 않을까요? 모 아니면 도의 태도를 버리는 게 '중도' 아닐까요? ㅎㅎ불교에 대해서 잘 모르면서 개념을 막 갖다쓰네요.
그리고 제 생각에는... 깨달음을 얻은 사람은 아마 뭘 해야하는지, 무슨 행동이 옳은지를 안다고 생각해요. 마냥 추측은 아니고요, 경험적인 믿음이기도 해요. 저는 십대 때 제 행동이 옳을 근거가 없다고 생각하면서 자존감 낮은 모드로 오래 살아왔는데, 공부를 하고 생각을 정리하고 정신이 맑아질 수록 어떤 선택이 나에게 충실하고 옳은 선택인지가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그에 어떤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라 반박해도 할말은 없지만요, 그냥 감각적으로 이것이 '옳다'라는 강렬한 느낌이 들어요.(그 강렬한 느낌 덕에 지금 불교를 공부하고 있기도 하고요ㅎㅎ) 그 옳음을 따라가다보면 스테레오타입적인 이미지의 '혁명가'는 못되더라도 세상을 더 낫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이상 제 개인적인 의견이었습니다... 다른 의견도 있다면 더 듣고 싶네요. 떠오르시는 게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다음주는 <최초의 불교는 어땠을까> 4~7장, <숫타니파타> '뱀의 품'을 읽어오시면 됩니다. 읽는 텍스트 중 궁금한 점을 질문으로 올려주시고, '뱀의 품'중 각자 맡은 파트의 개념, 소감, 의문들을 1p이내로 메모해오시면 됩니다~(저 이번주 숙제 분량을 착각했는데 다음주도 착각한 건 아니겠죠?ㅋㅋ 혹시 틀렸다면 알려주세요) 다음주에 만나요~

댓글 4
  • 2023-03-22 13:21

    “옳음을 따라가다보면 스테레오타입적인 이미지의 '혁명가'는 못되더라도 세상을 더 낫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나를 이롭게 하는 것과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것의 이분법을 넘어서는 삶을 붓다가 보여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 붓다의 말씀를 계속 듣게 되는 것 같고요. 초빈님이 따라가고 있는 ‘옳음’과 어제 말씀해주신 ‘해방감’, 언니와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 모두 연결되는 것 같아요. 저는 어쩌면 스테레오타입적으로 알고 있었던 붓다의 생애를 좀 더 역사적으로 해석하는 부분이 너무 재밌었어요. 초월적이고 신화적인 붓다 만큼이나 인간 붓다를 알아가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간 붓다 너무 매력적이에요ㅎㅎ 근데 붓교 용어와 개념을 익히는 것도 중요하니까 세미나 하면서 많이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요. 마지막에 에세이 대신 서술형 시험을 본다는 말씀을 듣고 저는 조금 긴장하게 되었습니다..^^

  • 2023-03-22 20:25

    초빈쌤의 말씀과 비슷한 생각을 저도 해요.
    '나'에 대해 잘 아는 것이 '세상'을 잘 아는 것과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어찌보면 불교가 바로 그 공부이기도 할테고요.

    초빈쌤이 이번 불교학교에서 쌤에 대해서 세상에 대해서 많은 공부를 하게 되셨음 좋겠습니다.
    (후기로 쌤의 고민과 생각들을 만나게 돼서 참 좋았습니다. ^^)

    저도 막상 시험 볼 생각을 해보니... 은근 걱정이...에세이와 시험을 가지고 저울질 마냥 하게 되네요. ㅋ
    그런데 요요쌤이 진짜 시험을 치실까요? 글쎄요...?!ㅎㅎ

  • 2023-03-23 14:25

    전에 허리가 몹시 아팠던 적이 있어요. 간혹 허리가 아프긴 했어도 느껴본 적 없는 통증이라서 놀라고 힘들었죠.
    한의원에 가서 치료를 받았는데 허리와 관계없어 보이는 부분에 침을 놓았어요. 나중에 그 이유를 알게 되었지만 처음엔 깜짝 놀랐어요.
    한동안 치료를 받으니 통증이 가라앉으면서 나아졌는데 허리 통증이 나아지니 이번엔 어깨가 아팠어요.
    계속 그런 패턴이 이어지면 한의원을 동네 마실 다니듯 다녀야 할 것 같더군요. 그래서 다른 해법을 찾아야 했죠.

    제가 부처의 가르침이 제 삶과 겹쳤다고 말한 맥락도 이와 비슷해요. 공부가 왜 필요한가 생각하면 누구나 더 좋은 삶에 대해 고민하기 때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파하기 어려운 지점이 생길 때 고민하게 되잖아요. 이번 과제를 하면서 부처의 생애 중 인상 깊은 에피소드를 고르지 못했던 것은 그런 시행착오들이 많이 떠올랐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카렌이 서술하는 부처의 가르침은 매력적이면서도 어려웠어요. 여러 개념들을 이해해보려고 과거의 경험들을 예시 삼아 생각해보는 시간들도 길어졌어요. 가장 혼란스러웠던 것은 구도의 과정에서의 깨달음(혹은 깨달음의 차원?) 이었어요.
    부처가 왕궁을 떠나기 전에도 깨닫고 깨달음을 얻기 위해 여러 스승들을 찾아가서도 깨닫고, 떠나고, 또 깨닫고 떠나고 고행하고.... 구도의 길이 이렇게 계속 이어지는데 그 깨달음의 내용들이 다 어렵고 뭐가 어떻게 다른지 혼란스러웠어요.
    다행히 수업 시간에 그 부분이 좀 해결되었어요.
    제가 이해한 바를 정리하면, 왕궁을 떠나기 전 부처는 자신을 둘러싼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죠. 즉 무지를 깨달은 거죠. 뭔지 모르겠으나 이건 아닌 것 같다. 괴로움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가 무지이고 이 무지의 상태를 자각하고 기존의 삶의 방식을 버리고 떠나는 것, 버림이 그 출발이었어요.
    출가한 부처는 당시 인도 구도자들의 수행법인 요가수행을 통해 최고 경지까지 도달합니다. 그러나 그 최고 경지의 황홀경을 경험했음에도 현실로 돌아오면 다시 욕망과 공포와 고통을 고스란히 겪으면서 다시 떠나죠. 요가 수행자들 역시 자아가 깨달음의 가장 큰 장애라고 여기고 수행하지만 그들의 수행법은 자아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낡은 자아(세속적인 자아)를 죽임으로써 영적인 자아(진정한 자아, 아트만)를 깨우는 것이었어요. 그러나 부처는 그러한 방식으로 얻은 황홀경의 체험이 일상과는 철저히 분리되어 있음을 경험합니다. 인간의 삶이 황홀경의 체험 속에만 머물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래서 마약에 탐닉하게 되나봐요) 이후 자아를 철저히 속박하고 제한하는 고행 수행을 했으나 완전한 깨달음을 얻을 수는 없었어요.
    그것이 궁극의 해방은 아니었기 때문이죠. 계 정 혜 삼학이 그 비법이죠. 그리고 이것이 우리가 우리 자신의 경험으로 실증해야 하는 비법이죠. 누가 대신해 줄 수 없는.
    과제를 하면서 정리가 안 되었던 부분을 생각해봤어요. 그건 제가 왜 불교 공부를 하는가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첫 시간에 그에 대해 뭐라고 말을 하긴 했는데 그땐 느낌적인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이젠 좀 제대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요요샘이 수업 중에 하신 말처럼 우리 일상 속에서도 깨달음의 순간은 많아요. 부처의 초선정 경험처럼 예기치 못한 순간 찾아온 기쁨이 우리에게도 있죠. 미처 몰랐던 무언가를 알게 되는 아주 짧은 순간의 희열과 만족감이 하루를 채우기도 하죠. 그런데 요가 수행의 최고 경지의 황홀감도 그 짧은 순간의 기쁨처럼 허망하게 사라지기 마련이죠. 그래서 그런 무상함 속에서도 균형을 잡고 평온함을 이어갈 수 있는 지혜를 얻고 싶다는 것, 그게 제가 불교 공부를 시작한 이유입니다.
    다시 몸의 통증에 대해 말하자면, 제 통증의 원인 오래된 생활습관과 운동부족 때문이었어요. 그 때문에 골반 불균형과 근력 감소가 진행되면서 여기저기 통증이 생긴 것이죠. 이런저런 정보와 지식을 통해 통증이 생기는 원리도 이해하게 되고 근력 운동도 하면서 지금은 어느 정도 균형도 잡고 통증을 조절하며 잘 지내고 있어요.

    p.s : 다 읽지 못한 나머지 부분을 읽었는데 카렌이 서술하는 부처의 마지막 여정이 정말 뭉클하네요. <대반열반경>을 읽을 때마다 감동한다는 도라지의 말에 충분히 공감합니다. 근데 전 뜬금없이 영화 그랜 토리니와 밀리언 달러 베이비가 떠올랐어요.

  • 2023-03-23 22:23

    세미나를 마치고 그런 생각을 해봤어요.
    불교학교의 1년 과정을 마칠 즈음 다시 붓다의 삶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골라 글을 쓴다면 다들 어떻게 쓰게 될까?
    이번에 쓴 메모와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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