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과학' 대신 'SF' 클래식, 두 번째 시간 후기

명식
2023-03-19 14:56
220

 

 

  공상과학이 아닌 SF 클래식 세미나, 두 번째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시간에 이어 호면님, 라니님, 모닝빵님 초희님, 그리고 새로이 참가하게 된 유하님을 더해 총 여섯 명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날은 로버트 하인라인의 책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의 첫 번째 시간이었는데요. 책을 읽는 중간의 모임이라 각자 읽어온 분량도 조금씩 달랐지만 그래도 충분히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우선은 로버트 하인라인이라는 작가에 대해 잠깐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3대 SF 거장, 미국 SF 작가협회 선정 최초의 그랜드마스터로 불리는 로버트 앤슨 하인라인은 1907년 출생입니다. 그는 젊은 시절 해군에 복무했으나 결핵으로 일찌감치 퇴역, 이후 다양한 직업을 전전하며 다채로운 경험을 쌓았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첫 단편 『생명선』과 함께 데뷔했습니다. 이후 전설적인 SF 편집자 존 캠벨의 서포트를 받으며 승승장구했고, 네 번의 휴고상과 세 번의 레트로 휴고상, 32개의 장편과 59개의 단편을 남기며 1988년 80세의 나이로 사망했습니다.

 

  그의 작품 세계는 특히 기술공학적 분야에서 탁월한 묘사를 보이며 근미래에 가까운 세계들을 그려냈는데요. 그 과정에서 현실 세계의 연장선상으로서 작품마다 다양한 정치체제들을 다루었습니다. 대표작 <스타십 트루퍼스>에서는 군대 복무 경력자만이 참정권을 얻으며 곤충형 외계인들과 맞서 싸우는 군국주의파시즘처럼 보이는 세계를, 또 다른 대표작 <낯선 땅 이방인>에서는 히피를 연상케하는 자유로운 정신문화와 성 해방의 미래를 그리기도 했죠. 이처럼 그가 작품마다 판이한 정치적 성향을 오가는 까닭에 대해서는 몇 가지 설이 있는데, 어떤 이는 그의 아내들이 서로 다른 정치성향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그의 사상이 개인의 자유를 최우선으로는 자유의지주의에 기반하며 얼핏 달라보이는 정치적 성향들은 기실 모두 자유의지주지로 귀결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을 소재로 한 동명의 팝송도 같이 들어본 다음, 본격적으로 작품에 대한 감상을 공유해보았습니다. 

 

 

 

 

  호면님은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이 주인공들이 일종의 혁명 세포를 조직하는 이야기이긴 하나 한편으로 곳곳에서 엘리트들의 소수 독재와 같은 체제를 용인하는 듯한 묘사도 느껴진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끝까지 이야기를 읽어봐야겠지만, 이러한 묘사들에 비추어 볼 때 하인라인이 자유의지주의자라는 해석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필요성도 있지 않을까 언급을 해주셨어요.

 

  그런가하면 유하님은 작중 착취하는 지구와 착취당하는 달 세계의 관계, 또 보통 황량한 지역으로 묘사되는 달에서 식량과 물자를 생산해 지구에 공급한다는 설정이 독특하고 흥미로웠다고 말씀을 해주셨고요.

 

  한편 라니님은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이라는 제목의 의미를 생각하며 앞부분을 읽으셨다고 말씀해주셨는데요. 음을 상징하는 존재로서라던가, 월경과의 연관성이라던가, 아무튼 동서양을 막론하고 달이 여성성과 깊이 연관된다는 점, 또 스토리 내에 일종의 모계 가족 형태가 등장하고 달세계에서 여성의 지위가 높다는 점 등 달과 여성의 연결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견을 제시해주셨고요. 또 지구에게 착취당하는 달세계이지만 사실 그저 돌 부스러기를 떨어뜨리는 것만으로도 지구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설정 등에서 ‘무자비함’이 드러나는게 아닌가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셨습니다.

 

  또 모닝빵님은 작중 슈퍼컴퓨터 ‘마이크’가 스토리 전개에 대단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을 지적하셨는데요. 마이크는 엄청난 능력을 지닌 슈퍼컴퓨터지만, 그런 마이크 앞에서 혁명의 성공 확률이 불과 7분의 1밖에 되지 않음에도 뛸 듯이 기뻐하는 인간들의 모습을 보면 그런 열정과 희망이 마이크로서는 가지지 못한 부분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고 말씀해주셨어요.

 

  모닝빵님의 바턴을 이어받아서, 저는 보통 휴머니즘적 인간 혹은 휴머니즘적 혁명에 있어 대척점에 서는 존재로 등장하는 슈퍼컴퓨터가 이 작품에서는 결정적인 조력자로 등장한다는 점이 흥미롭다는 감상을 공유했는데요. 이에 호면님은 작가인 하인라인이 2차 대전 당시 군대에서 복무(퇴역 후 2차 대전이 터지자 연구원으로 복무)하였는데, 2차 대전에서 앨런 튜링의 암호 해독기 등 초기 컴퓨터이 전쟁 승리에 공헌하였기에 이 작품에서도 컴퓨터가 그런 긍정적 이미지로 등장한 건 아닐까 하는 가설을 말씀해주셨습니다.

 

  또 그로부터 좀 더 나아가 아까 라니님이 말씀하신 달과 여성성의 이야기도 엮어보았는데요. 이 작품이 쓰인 60년대에는 미국과 소련의 경쟁적 우주탐사프로젝트가 한창이었는데, 당시 미국 NASA에서 여성 엔지니어들이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런 점에서 또 달 ― 여성 ― 슈퍼컴퓨터의 고리가 이어진 게 아닌가 생각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작중에서 슈퍼컴퓨터 마이크가 마이크인 동시에 여성형인 ‘미셸’로서 자신을 정체화하는 모습이 나오기도 하고요.

 

 

  아무튼 그 외에도 여러 다양한 이야기를 하면서, 남은 분량에서 어떻게 스토리가 전개될까 더 궁금해지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을 끝까지 읽고, A4 반 페이지 내외의 감상까지 각자 가지고서 만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댓글 1
  • 2023-03-20 14:20

    저는 단순하게 ‘이런 정치적인 느낌 SF도 있구나.’ 아님 ‘마이크는 또 언제 나오지?’ 하면서 읽었는데 ㅎㅎ
    중간에 다른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까 소설이 어떻게 진행될지 더 궁금해지네요! 정말 엘리트주의의 소설일지, 혁명에 대한 저자의 입장은 뭘지….

    + Moon is a harsh mistress는 요 버전도 좋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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