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학세미나] <해러웨이 선언문>두 번째 시간 후기

진달래
2023-01-11 14:52
306

개 이야기인가요

 

오래전에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게시판을 확인해 보니 2021년에 읽은 책이네요. <해러웨이 선언문> 분명 책을 읽고 메모도 하고, 세미나도 했던 것 같은데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 때도 개가 무섭다, 요즘 개는 개가 아니다 이런 이야기를 했던 것 같습니다.

 

이번 세미나 시간에는 동물권에 대한 이야기가 좀 더 많이 나왔던 것 같다.

 

“린다 와이저는 30여 년을 그레이트 피레이즈라는 가축 파수견의 브리더로 지내면서 이 품종을 보살피는 법, 행동과 역사, 복지의 모든 측면을 가르치는 교사이자 품종 보건 활동가로 일해왔다. 그녀가 이 개들과 반려인들에게 느끼는 책임감은 정말 대단하다. 와이저는 특정한 종류, 특정한 품종의 개에 대한 사랑을 강조하며 자신만의 개가 아니라 개 전체를 배려할 때 해야만 하는 일들에 대해 말한다. 그녀는 공격적인 구조견이나 아이를 문 적이 있는 개는 죽여야 한다고 서슴없이 제안한다. 이렇게 해야만 인간 아이는 물론이고 품종의 평판 및 다른 개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녀에게 ‘개 전체’란 종류임과 동시에 개체다. 그녀의 사랑은 자신은 물론 아주 소박한 중산층 수준의 재산만 있는 사람들을 과학적 및 의학적 자기교육, 공공의 행동, 멘토링, 상당한 시간과 돈을 바치는 활동으로 유도한다.”(161,162p)

 

이 문장에서 논란이 되었던 것은 ‘서슴없이’라는 단어였다. 공격적인 구조견이나 사람을 문 적 있는 개에 대한 기사를 우리도 가끔 접한다. 나야 개를 안 키우는 입장이니까 당연히 그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개를 키우는 사람들이 들을 때는 여러 가지 입장이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헤러웨이가 여기에 이렇게 ‘서슴없이’라는 말을 넣었을 때 우리가 주의해서 보아야 하는 것이 ‘책임감’이라는 말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 개 한 마리의 행동이 결국 개 전체의 평판이 되기 때문이다.

사실 정확하게 와 닿지는 않았다. 나는 책을 읽는 내내 ‘개’의 이야기이지만 ‘사람’으로 바꿔도 하등 이상하게 생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굳이 개의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뭘까? 아무래도 지금의 ‘개’가 경계성을 드러내는 데 가장 적절하기 때문인 건 맞는 것 같다. 개와 인간이 서로 존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도 우리가 ‘함께 살기’ 위해서는 한쪽의 노력이나 희생이 아니라 결국 쌍방으로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개가 무슨 권한이 있다고 책임을 지는가라는 말도 나왔지만 서로 길들여지는 과정에서는 ‘한쪽만’이라는 말은 없는 것 같다.

자연스럽게 동물권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누구는 이런 이야기들이 결국 인간 중심으로 사고하는 것이라는 둥, 동물을 존중하는 것이 과연 뭐냐, 중성화 수술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냐 등의 의견들이 있다고 한다. 알 수 없지만 어쩌면 이런 이야기들이 논의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

 

“마르코와 저는 동물 보호소 훈련 수업에 가기 전에 버거킹에 가지 않을 거예요! (웃음) 산업화된 동물 사육 문제에 대한 제 정치적 견해가 변했어요. 저는 아직도 생명-우선 활동가는 아니에요.”(284p)

 

이 부분도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왔다. 문탁에서도 <훔친 돼지만이 살아남았다>를 읽고 될 수 있으면 고기를 먹지 말아야겠다는 분들이 많이 생긴 걸로 안다. 그런데 해러웨이가 ‘먹기 위해 죽이고 내다 팔기 위해 죽이는 걸 포함해 생명을 관장하는 문제는 아직도 중요하고 필요하다.’고 한 부분에 대해서는 좀 다른 입장들이 있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고민해 봐야할 지점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우리는 망가진 지구에서 사는 기술을 좀 더 얻었을까?

토토로샘은 다른 종을 염두에 두고 생각해본 적이 거의 없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이 바뀌었다고 했다. 그리고 멸종을 막아야겠다는 구호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고 했다.

자누리샘은 인간중심주의를 조심해서 써야겠다고 했다. 어쩌면 인간중심주의에서 벗어나자고 하는 말이 오히려 인간 책임이 아니라는, 그래서 책임을 회피하는 것으로 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아낫샘은 기쁨의 정치가 실천이 된다는 것, 구체적으로 나에게 가까운 종들과 기쁨을 나누는 것이 실천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명식샘에 의하면 사람들이 이런 문제에 대해 말은 많이 하지만 실천적인 문제로 들어가면 그래서 어쩌라는 거냐 뭐 이렇게 되기가 쉬운데 그에 비해 헤러웨이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한다를 말하고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읽는 내내 사실 동양고전에서 읽는 이야기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 잘 설명은 못하겠지만 - 그래서 이번에는 특히 '훈련'에 대한 부분에 꽂혔다. 아마도 요즘 <예기>를 읽고 있어서 그런가보다. 어떤 사회의 일원이 된다는 것은 그 사회에 속한 구성원의 생활방식을 익히는 것이다. 그 방식을 익히지 못한 사람들은 배제된다. 그런데 이걸 요즘 사회에는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혹은 적용해야 하는 건지, 뭐 등등 그런 건 잘 모르겠다. 

여하튼 낯선 타자와의 사이에서 우리는 어떻게 윤리를 말할 수 있을까? 바로 나와 가장 가까이 있는 반려00에서 시작하면 된다. - 이렇게 말해도 될까?

댓글 2
  • 2023-01-16 10:15

    더시 한번 새길 수 있는 후기 감사합니다. 오늘은
    “ 어떤 사회의 일원이 된다는 것은 그 사회에 속한 구성원의 생활방식을 익히는 것이다. ”라는 부분에 눈길이 갑니다.
    당연하고 옳은 것이 아니라
    눈 앞의 반려 ㅇㅇ에게 좀 더 튜닝한달까.. 계속 너와 함께살기에 대해 배우면서.. 그리고 반려를 만들거나 반려로 개발해가는 모습 등을 상상하게 됩니다.
    ㅎㅎ 그치만 당장은 …집에 화분들이랑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라도 살펴볼 수 있겠네요.

  • 2023-01-17 12:10

    <트러블과 함께하기> 1장,2장 발제 올립니다.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239
N 마니세미나 <미술이야기 1> 3장 메소포타미아 미술 (3)
노라 | 13:53 | 조회 25
노라 13:53 25
238
[분해의 철학] 3강 후기 (7)
코난 | 2024.03.24 | 조회 87
코난 2024.03.24 87
237
<낭독> 세번째 후기; 디오메데스의 무훈 (4)
잎사귀 | 2024.03.23 | 조회 28
잎사귀 2024.03.23 28
236
마니 세미나 <미술사> 후기 1 (3)
담쟁이 | 2024.03.21 | 조회 101
담쟁이 2024.03.21 101
235
[레비스트로스의 숲] 세번째 메모 (8)
| 2024.03.21 | 조회 69
2024.03.21 69
234
[레비스트로스의 숲] 두번째 시간 후기 (5)
한가위 | 2024.03.19 | 조회 136
한가위 2024.03.19 136
233
<더 낭독> 두번째 시간-메넬라오스와 알렉산드로스의 결투 (4)
느티나무 | 2024.03.17 | 조회 57
느티나무 2024.03.17 57
232
[분해의 철학] 2강 후기 (7)
수수 | 2024.03.15 | 조회 134
수수 2024.03.15 134
231
[레비스트로스의 숲] 두번째 시간 메모 (8)
뚜버기 | 2024.03.14 | 조회 85
뚜버기 2024.03.14 85
230
[레비스트로스의 숲] 첫시간 후기 (10)
뚜버기 | 2024.03.13 | 조회 108
뚜버기 2024.03.13 108
229
<더 낭독> 첫 번째 후기 (4)
담쟁이 | 2024.03.09 | 조회 81
담쟁이 2024.03.09 81
228
[분해의 철학] 1강 후기 (5)
새은 | 2024.03.08 | 조회 112
새은 2024.03.08 112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