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 26일차> 빈빈책방, 유희왕 카드, 우리동네30분의원 _자룡

관리쟈
2022-12-26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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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자룡이 신세 진 빈빈책방, 유희왕 카드, 우리동네30분의원

 

  1. 1. 고맙다 ‘빈빈책방’, 이제 너를 미워하지 않아 ‘유희왕 카드’

작년 8월 고양으로 이사 오고 난 후 나를 제외한 우리 가족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 작은코끼리는 새로운 학교에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물방울은 문탁 공동체 생활에서 해방(?)된 홀가분함과 동시에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새로운 동네에서 자신의 존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먼저 물방울은 고양시 관내의 독립서점들을 찾아다니며 세미나에 참석하고 새로운 친구들을 찾고 싶었다. 하지만 문탁에서 빡세게 공부하던 (빡센 공부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습관으로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세미나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고 방황했다. 바로 그 때 집 바로 앞에 ‘빈빈책방’이라는 동네 서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양한 책들을 펴내는 출판사인 동시에 서점도 겸하고 있다. 물방울은 여기에서 세미나를 시작하며 조금씩 활기를 찾아갔다. 출퇴근 시간을 줄이고 가족들이 함께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지자는 의도로 이사했지만, 나만 편해졌다. 출퇴근 시간은 줄었지만 새로 시작한 사업은 신경쓸 일이 너무 많았고, 여전히 퇴근은 늦었다. 물방울과 작은코끼리만 함께 집에 있는 시간이 늘었고 괜히 이사왔다는 생각에 미안함도 들었다. 빈빈책방은 혼자라는 생각에 속상하고 화나던 물방울에게 새로운 친구가 되어주었고, 물방울에 대한 나의 죄책감(?)도 조금 덜게 해 주었다. 고맙다! 빈빈책방! 앞으로도 잘 부탁해.

 

 

작은코끼리 찬결이도 이사 후 많은 일을 겪었다. 동천동에서 만나던 친구들과 다른 분위기를 가진 이 동네 친구들과 많은 일을 겪었다. 이사 온 첫 달 동네 놀이터에서 주먹다짐을 한 것이 시작이었다. 학교 폭력의 피해자가 되었다가 가해자가 되기도 하는 좌충우돌 속에서 친구관계를 넓히지 못하고 어려워했다. 앞으로도 어떤식의 우당탕탕이 벌어질지 알 수 없지만, 최근 동천동에서 형들을 따라다니며 하던 유희왕카드를 학교 친구들과 함께 하면서 조금씩 친구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작은코끼리의 방에 널려있는 유희왕카드를 보고 싹 모아서 태워버리고 싶은 적이 있었지만, 이제는 아니다. 조잡한 유희왕카드를 이제 더 이상 미워하지 않으리라! 앞으로 얼마나 유희왕카드와 함께 지낼지 모르지만, 이제 잘 지내보자 유희왕카드.

 

 

 

  1. 2. 나를 살려준 ‘우리동네30분의원’에 감사합니다

작년 11월 말 내 인생에 가장 슬픈 일이 있었다. 대학 후배이자 쿠바여행도 같이 가고 동업자로 새로운 사업을 함께했던 친구가 죽었다. 동업을 하며 싫은 소리도 많이 하고 다툼도 있었기에 잘 보살피지 못한 자책 속에 작년 연말을 보냈다. 멍때리는 시간이 늘어나고, 밤에 잠도 못자고, 술마시면 매번 울었다. 전형적인 우울증 증세였지만 스스로는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폐인 모드로 처리하지 않으면 안되는 최소한의 일만 하며 두 달여를 보냈다. 가족, 집안일도 신경쓰지 않고, 자책과 자기 연민속을 헤매고 있었다.

 

보다 못한 물방울은 병원에 가볼 것을 권유했고, 내가 찾아간 곳은 회사 바로 옆에 있는 우리동네30분의원이었다. 명칭에서처럼 이 곳에서는 환자 1명당 30분의 진료시간을 원칙으로 의사선생님과 최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눈다. 고양이도 다섯 마리가 있는 아늑한 공간이다. 이전에 금연치료를 위해 방문했을 때 약물만 처방해주는 다른 병원과 달리 선생님께서 일상의 다양한 부분에 대한 질문을 하며 꼼꼼하게 생활 패턴까지 함께 고민해 주셨다. 그런 점이 좋아서 찾아간 병원에서 거의 1시간 가까이 진료를 하며 눈물을 펑펑 쏟았다. 다른 사람 앞에서 이렇게 큰 소리로 엉엉 울어본 적은 처음이었다. 나의 마음 상태를 적어간 글을 읽어본 선생님은 우울증이 위험한 상태라 진단하고 주변의 정신건강의학과로 연계해 주셨다.

 

만약 우리동네30분의원이 아니었으면 조금 꺼려지는 정신건강의학과에 내 발로 찾아가지는 않았을 것 같다. 내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진심이 느껴진 우리동네30분의원 때문에 나의 정신과행이 가능해졌다. 정신과 상담을 하면서 다양한 검사를 하고 세로토닌재흡수억제제라는 약을 먹으며 두 달 정도를 보냈다. 정신과에서는 다행히 나름대로의 결론을 찾았다고 하며 진료를 그만해도 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만약 물방울의 병원가라는 이야기가 없었으면? 우리동네30분의원이 없었으면?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아직도 눈물펑펑에 더해 스스로를 나쁜사람이라 생각하며 바닥을 헤매고 있지 않을까? 저 깊은 우울의 바닥에서 나를 건져준 물방울과 우리동네30분의원에 감사하다.

 

 

 

댓글 10
  • 2022-12-26 11:16

    이 글을 읽는 동안 코끝이 시큰거립니다.
    빈빈책방과 유희왕 카드와 우리동네 30분 의원 의사선생님께 저도 함께 큰 절 올리고 싶습니다.
    비록 그 집의 작은 코끼리보다도 더 작지만.. 한 해 동안 누구보다 애쓴 큰 코끼리를 안아주고 싶네요.
    힘든 한 해 잘 보낸 자룡의 글을 읽을 수 있어서 정말 고맙고 고마운 아침입니다.
    작은 코끼리와 물방울에게도 더 행복해지자고 말하고 싶습니다. 코끼리 가족,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 2022-12-26 16:16

    일년간 정말 다사다난하고 스펙타클힌게 보낸 자룡네!
    팍팍 성장한 티가 나네요.
    수고 많았어요

  • 2022-12-26 16:24

    계묘년의 수기운과 목기운으로 유연하게 구불구불 뻗어가기를 기원합니다~~~ 자룡^^ 화이팅~~입니다~~

  • 2022-12-26 16:38

    자룡, 한번 와라. 정군과 청량리도 불러내서 술마시자, 이 겨울이 가기전에~~

  • 2022-12-26 17:13

    2022년 자룡네에게 잊지못할 한 해가 되겠군요
    어려운 고비 잘 넘으며 담담하게 글로 정리까지 해내다니
    자룡의 품이 엄청 넓어지고 깊어졌군요
    자룡도 방울도 찬결이도 모두 넘 대단^^
    많이 배웁니다 고맙습니다~~

  • 2022-12-26 19:17

    작은 코끼리에게 전해주었던 라쳇앤클랭크는 어떻게 되고 있는지 궁금하군요. 다음에는 부디 야구 같은 거 하지 말고 삼촌과 피파23 같은 진짜 스포츠를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농...농담입니다) 그리고 저희는 회식으로 맺어진 인연인데 최근에 회식에 너무 소홀한 것 같아요. ㅎㅎㅎ 문탁샘 말씀처럼 이 겨울이 가기 전에 만나요! 정말로 다사다난하셨던 올해가 가고 있군요. 축하드리옵니다~!

  • 2022-12-26 21:18

    아~~~ 유희왕 카드! 넘 반갑네요ㅋㅋ
    몇 해전 양양 가던 차안이 떠오릅니다~~
    어느새 막국수 먹었던 일이 지난 기억이 되었듯 올해도 이제 끝!!!
    자룡님, 한해 정말 애쓰셨구요..
    공생자행성이든 문탁에서든 늘 환영합니다~~
    그리고 물방울님 여전히 예뻐요~
    찬결이도 늘 보고 싶구요(시우도 가끔 안부를 묻습니다)
    세 사람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 2022-12-27 05:35

    보고싶다~

  • 2022-12-28 10:48

    자룡샘~~ 한번 오셔요~~~

  • 2023-01-09 22:25

    너무너무 보고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