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구조> 마지막 후기 - my way

여울아
2022-12-06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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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상선약수님이 카톡에 마이웨이 노래를 올려서 다들 박장대소 혹은 정말 감상 다양한 반응을 불러 일으켰었다. 그런데 브라이언 그린이 마지막 장에서 다음과 같이 말해서 다시 마이웨이를 상기시켰다. 

 

"시간과 공간은 자신의 실체를 규명하려는 인간의 노력에 전혀 개의치 않고 내부의 은밀한 구조를 절묘하게 숨긴 채 지금도 태연하게 자신의 길을 가고 있다." 

 

브라이언 그린은 시공간의 정체는 아직까지의 과학으로는 규명할 수 없으며, 기껏해야 우리의 이해도는 "가장 친숙한 이방인"이라고 말한다. 아무리 상상력을 발휘해도 현실 감각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그러한 인간의 경험은 시공간을 벗어날 수 없다. 그러므로 언제나 시간과 공간은 그 자리에 있을 것이다. 단지 시간과 공간에 대한 우리의 이해도가 그때마다 다를 뿐. 이것이 시간과 공간이 자신만의 길을 가는 방법일 것이다. 아니 저자는 우리가 시공간을 시대마다 과학의 발견마다 다르게 이해하더라도 인간의 이해와 관계 없이 시공간은 자신만의 내부 구조를 갖고 있다고 말하는 것 아닐까. 우리 인간은 그저 외부를 밝히려고 발버둥칠 뿐. 

 

15장과 16장은 시공간에 관한 과학인가 철학인가 아니면 이 둘의 짬뽕인가... 과학적으로 접근하려고 하니 검증 안 된 얘기들을 남발하고 있는 저자를 이해하기 힘들었는데, 차라리 철학적인 접근으로 이해했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이것은 과학적 검증의 문제가 아니라 상상력의 발로이고 또한 세계관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저자(혹은 옮긴이)의 순간이동이라는 말이 정말 이동 맞나 의아했는데, 이것은  설계도가 같은 복제품을 두고 원본 타령을 했던 철학과의 싸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논란의 전말을 좀더 살펴보자면, 미르님은 이 돌과 저 돌이 원자와 분자가 같다고 해서 같은 돌인가? 라는 질문을 했고, 저자는 물리학자로서 "그렇다"는 입장이었는데 나 또한 이 부분에서 개념적 원리로는 저자의 주장이 이해되지만 미르님의 입장이었다. 저자는 이렇게 동의 못하는 경우 대부분 영혼과 자유의지라는 우리의 환상이 충족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도 적시하고 있다. 저자는 물리적 조건만으로 인간의 모든 것은 결정된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물리적 조건만을 따졌을 때 미래로의 시간여행은 아주 힘들긴 하지만 불가능하지 않고, 그나마 미래로는 가능하지만 과거로의 여행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로의 여행은 불가능할까?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과거로의 시간여행은 불가능하다고 대체로 동의한다고 소개하며, 저자 또한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웜홀 타임머신 연구를 소개하며 열린 마음을 당부하고 있다. 

 

요즘 뜨는 드라마는 시간 여행이 단골 소재다. 가령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송중기는 과거로 회귀(회생??)해서 인생 2회차를 살고 있다. 과학적 검증이야 어떻든 드라마 시청자들은 과거로의 여행에 마음을 연지 한참됐다.  그럼에도 과학자들이 대부분 납득하지 못하는 이유는 엔트로피의 법칙 때문이다. 맑은 물에 떨어뜨린 잉크 한 방울조차 물에 퍼지고 나면 다시 주워담기가 현재로서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만큼 이미 벌어진 일을 되돌린다는 것은 물리적 조건만으로도 어렵다. 그런데 앞선 내용에서 저자는 약간 녹은 얼음을 예로 들면서 이것이 단단한 얼음 상태에서 약간 녹은 것으로 생각하기 보다는 녹았던 상태에서 얼고 있는 중으로 보는 것이 가능하다며, 엔트로피의 대칭성을 주장했다. 엔트로피의 대칭적 관점에서는 어쩌면 과거든 미래든 되돌이키는 것이 다 가능할 터. 다만 힘들 뿐.  이러한 대칭적 관점은 과학인가 철학인가? 아렘님은 이 둘을 이분법으로 보지 말자고 했지만, 사람 참 헷갈린다!!

 

2022 과학세미나 마지막 시간은 존재론과 관념론, 과학과 철학, 결정론과 양자역학 등을 넘나들며 "시간과 공간"에 대한 얘기들을 나눴다. 저자는 마지막 장에 와서 시공간에 대한 근본적인 물리량이라는 믿음은 우리 스스로 만들어 낸 환상일지도 모른다는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특히 끈이론은 시공간이 근본적인 물리량이 아님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왜냐하면 5가지 끈이론 모두 각기 다른 크기와 형태의 공간이론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만약 시공간의 물리량이 같다면 이들의 (수학적)방식은 달라도 결과물은 같았을 테니까!! 그러면서 우주는 표면에 투영된 영상, 하나의 거대한 홀로그램일지도 모른다고 하며, 말다세나의 홀로그래피 우주가설을 소개한다. 

 

시간과 공간은 무엇인가? 이들은 존재하는가? 아니면 효과로서 드러나는 집합체인가? 처음 얘기로 돌아가서, 인간의 시공간에 대한 이해도가 어떻든 시간과 공간은 자신만의 길을 가고 있다. 

 

 

댓글 2
  • 2022-12-06 12:11

    글 잘 읽었습니다. 글을 보니 공부한 내용이 생각나기도 하고 정리도 돼 좋네요.^^

  • 2022-12-07 00:21

    후기를 자청하신 주최자 분께 심심한 사의를... 대전에 계셨던 사정에 대한 제 마음도 받아 주시길... 그리고 그 경황에 방학중 세미나를 세 개나 여시는 그 사정이 사정에 따른 것이 아닌 열의를 따른 것이기를...

    그러기를 바래 봅니다.

    그간 고생 많으셨습니다. 여울아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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