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듦과 자기서사 S3] 3회차 후기 - 병든 의료 1~7장

김지영
2022-10-06 00:34
234

후기를 안 써도 되는 건가? 하고 있다가 토의해보고 싶은 내용을 쓰라고 하니 차라리 후기가 더 낫겠다 싶습니다. 사람 마음이란게 츠암...

1~7장 요약에 이어, 발제를 완성한다는 생각으로 책을 읽으며 느낀 점과 함께 나누고 싶었던 얘기들 간단히 적겠습니다. 

'병든 의료'는 얼핏 알고 있던 의학계 문제를 '그것이 알고 싶다' 수준으로 알려주는 책이었어요. 따뜻하고 부담스럽지 않게 읽혔던 앞 두 권의 책 때문인지 다소 딱딱한 느낌은 있었지만, 의료계를 포함해 사회 전체 시스템과 의심없이 그것을 받아들이고 사는 저에 대해 생각하게 했습니다.

2008년~2010년 사이 저는 PR회사를 다닌 적이 있는데, (저는 다른 부서였지만)그 회사의 주요 클라이언트가 외국계 제약회사들이었습니다. 그 회사를 다니면서 미디어에서 특정 질병이 갑자기 많이 다뤄지는 게 제약회사들의 농간(?)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미디어에 평소 잘 몰랐던 질병이 나오면, 혹시 나도 그렇게 될까 염려됐는데 실상은 마케팅에 당한 꼴이라니... 그 때 충격도 받고 열도 받았습니다. 이 책에도 나오지만 우리나라도 규제가 있어 약 광고를 할 수 없어서(아직도 광고 가능한 약품이 제한적인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 약을 팔기 위해 미디어와 의사를 섭외하고, 컨퍼런스 좌장 역할을 해줄 이름있는 의사들과 접촉해 설득하는 등등의 일이 그 업무를 하던 동료들의 일이었습니다. 그후 저는 미디어에서 특정 질병을 부쩍 많이 다루는 것을 볼 때면 그 시절이 떠오르는데, 책을 읽으면서도 자연스레 그 때가 떠올랐습니다. 저자는 영국 의료계 중심으로 거대 과학과 거대 제약회사에 대해 말했지만, 리베이트, 과잉진료, 과잉처방 등의 단어가 제 머릿 속에서 우리 의료계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걸 보면 우리나라 또한 그 체계에서 한치의 벗어남도 없는 듯 합니다. 저는 주체적으로 산다고 스스로 생각했는데, 노예처럼 살고 있는 건 아닌가 싶어 한심하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하고 무력해지기도 했고요. 

암튼, 제가 나누고 싶었던 생각은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 저자는 의료가 해야 할 일은 '치료'라고 강조합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프기 전에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예방이 개인이나 국가(특히 보험재정차원)에나 훨씬 낫다는 논리입니다. 저는 여기에도 동의하는 사람이었는데, 이 책을 보니 이것도 어떤 음모?에 의해서 새롭게 규범화 된 개념인가 의심하게 되네요. 우리가 의료전문가는 아니어서 한계는 있겠지만, 우리의 의료가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예방 활동 같은 건 어떻게 봐야 하는지 궁금했습니다. (저는 몇 년 전부터 얘기가 나온 '대사증후군 예방캠페인'이 생각났어요. 이것도 그런 것인가? 그럼 이걸 나쁜것 또는 나쁜 것까지는 아니어도 필요없는, 과한 일로 봐야하나.....이런 생각들이 머릿 속을 드나들어 심난했습니다). 

. 저자는 인식개선 캠페인을 멈추라고 했는데(물론 의산복합체의 시장을 조장하는 건 없어져야 한다는데 1만프로 동의), 이해관계자들의 그런 개입이 없는 것으로 예산 배정의 공정성이 확보될 지 의심이 들었습니다. 비단 의료 예산만이 아니고요. 정말 할 수 있는 게 피케팅과 행진밖에 없는 사람들도 있을텐데 싶기도 하고요. 하긴 그런 건 자본을 가지고 시장을 갖고 노는 캠페인과는 확연히 구분되긴 하겠네요(쓰면서 생각교정 효과 ㅋ). 여튼, 고치고 싶어도 어떻게 손대야 할지 막막한 상태 아닌가 하는 회의가 들기도 했습니다. 제가 아직 정부미(공무원) 티를 못 벗어서 그런 데 관심이 가더라고요. 

. 글루텐프리가 나오는 대목에서는, '건강한 식단이란 무엇인가?' 싶었습니다. 저는 글루텐프리 빵을 찾아다니는 사람은 아니지만, TV 채널 돌릴 때마다 나오는 콜라겐부터 비타민 눈 영양제.... 영양제 홍수 속에 사는 느낌. 어떤 친구들은 약(영양제)을 저렇게 먹으면 배불러서 밥 안 먹어도 되겠다 싶을만큼 많이 먹더라고요. 저도 가끔 홍삼도 먹고, 일리치약방에서 여름에 그 한약도 주문해 먹었는데.... 이런 건 어떤 기준을 가져야 하는 건지?

 여기까지 쓰겠습니다. 제가 내놓은 몇 가지 궁금증 수준의 주제에 대해 얘기하기 보다(물론 의견 나눠주시면 좋고요) 각자의 감상평, 문제의식 등등 자유롭게 생각 나눠주십시오. 

다음 발제는 언덕샘이 맡아주셨고요... 그럼 다음주 메모도 A조 나머지 분들이 하는 건가요? 이건 제가 잘 못 들었습니다. 들으신 분들이 알려주시고, 안 정한 거면 지침을 주십시오. 

댓글 4
  • 2022-10-06 10:04

    하하...좋습니다. 지영샘.

    담주는 발제만 언덕샘이고 메모는 b조 전원입니다^^

    • 2022-10-06 11:17

      메모를 안 해도 된다 생각하니 뭔가 해방된 느낌. 하지만 후반부 충실히 읽어가겠습니다. 헤헤

  • 2022-10-06 11:17

    지영샘의 후기 잘 읽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의 자본주의 시스템이 이렇게 촘촘하게 맞물려 돌아가고 있고, 그 안에서 나는  실제로는 '사유하지 않고 있는 껍데기'지만 마치 '생각하고, 자유의지를 가진'인간으로 스스로를 착각하며 살아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제 문탁샘의 푸코와 이반 일리치의 강의를 들으며 그런 생각들이 더 공고해졌고요. 그렇다면 결국에는 '나는 이런 매커니즘안에서 어떻게 살아가야하는가' 라는 의문이 남게되는데, 답을 구하기가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예를들면 내가 아팠을 때 고통의 어느지점까지를 자연치유에 맡길 것인지, 질병의 어떤 상태부터 외부 의료에 맡길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제 강의를 들으면서 푸코와 이반일리치에 대해서도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을 공부하다가 보면 조금듸 힌트가 더 생기지 않을까하는 기대가 들어서요.

  • 2022-10-08 23:36

    발제와 후기까지 다 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지영샘.

    저는 푸코의 담론과 병든 의료에서 말하는 현대 의학의 담론을 연결시켜서 생각하니 책 내용을 좀 다르게 볼 수 있었습니다. 푸코에 대한 강의를 처음 들었던지라 제가 제대로 파악했는지 모르겠습니다. 푸코가 말하는 담론의 범위를 찾아보니 신념 (진리라고 생각하는 것 포함), 태도, 행동, 믿음, 일상의 활동( practice) 을 포함한다고 나오더군요. 이렇게 이해하니 담론 분석이 조금은 이해가 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질병, 노화, 죽음에 대한 담론을 생명권력이 만들어낸다고 이해를 했습니다. 정상성의 규범을 생산해 내고 이를 때에 따라 변형시키기도 하고 영속화시키는 게 생명권력, 저자가 이야기한 Big Pharma, 대형병원의 이사진, 의학연구자, 연구 트랙의 의대 교수들이겠죠. 또 저자는 Big Tech 기업들의 소유주 (빌게이츠, 마크 주커버그, 구글이나 페이팔 창업자 등)도 포함시킨 것 같습니다. 나와 같은 이용자들이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빅텍 기업에게 제공하는 모든 정보들이 몸과 건강에 대한 새로운 규범과 담론을 만들어내는 데 이용될 수 있다는 걸 생각하니 섬뜩합니다.

    어떤 특정 질환이 있는 모든 사람에게 나이나 개별적 신체성을 무시하고 똑같은 약을 처방하는 것, 질병에 표준적 치료가 있다고 전제하는 것, 늙지 않고 병들지 않는 신체를 정상이라고 간주하는 것 등.. 현대 생명권력이 만들어 내는 담론이 책을 읽기 전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광범위한 것 같습니다. 담론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를 파악하고 좀더 정신차리고 살아야겠다는 자각이 생기지만 나의 지식, 지성, 사고, 시간의 한계로 인해 이게 쉽지는 않겠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의식을 구체적으로 갖게 된 게 다행입니다.

    생명권력의 정점에 있지 않거나 권력과는 거리가 먼 주변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왜곡되어 있는 정상성과 질병, 죽음에 관한 담론  몸과 질병에 관한 담론이 만들어지는 데 어떤 식으로 기여를 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책임이 있는지도 생각해 보게 됩니다.  

    정리되지 않는 생각들을 주절주절 적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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