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와 수치심>2장 후기

겸목
2022-09-12 20:33
224

<혐오와 수치심> 2장에서는 혐오가 도덕적 지침이 될 수 있는, 오래된 지혜라는 견해를 갖고 있는 학자 네 명의 논리를 점검하고 있다. 데블린, 카스, 밀러는 보수주의적 입장을, 케이헌은 진보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들은 다른 사람에게 위해가 되지 않는 자기본위의 행위에 대해서는 법적 처벌을 할 수 없다는 밀의 근거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며, 다른 사람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더라도 사회의 도덕적 붕괴를 가져올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법적 처벌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에게 위해가 되지 않으나 도덕적 붕괴를 가져오는 행위는 어떤 것이 있는가? 미국에서는 흑인과 백인의 결혼, 동성애 등이 대표적이다. 마약, 음주, 도박 등도 이러한 범주에 든다. 그런데 마약, 음주, 도박과 동성애를 같은 범주에 둘 수 있을까? 이 점이 논란의 지점이다. 혐오와 위험을 일치시킬 수 있는가 또한 논의의 대상이다. 혐오의 대상 가운데를 위험을 야기하는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혐오는 상상의 영역에서 작동하며 '추정상의' 문제일 수 있다. 마사 너스바움은 추정상의 문제를 법적 규제의 근거를 삼을 수 있는가 문제시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동성애에 대한 혐오담론은 사람마다 편차가 크다. 누군가에게는 개인의 성적 지향으로 개입의 여지가 없는 부분이고, 누군가에게는 혐오의 진원지로 작동한다. 이 문제는 3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3장의 끝에서 저자는 혐오를 '위험한 사회감정'으로 주의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혐오가 아니라 분노의 감정으로도 법적 규제는 가능하며, '괴물' 취급하며 나와 다른 존재를 '선긋기'해버리는 혐오보다는 나와 같은 존재가 어떻게 그런 행위를 할 수 있는가 분노하고 그러지 말았어야 한다고 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이 보다 건강한 사회감정임을 밝히고 있다.

 

마사 너스바움이 분노와 혐오의 차이에 대해서 정치를 가지고 설명하고 있는 부분은 이해가 쏙 되었다. 자신이 미국정치에 대해 분노한다면 저항과 실천적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지만, 혐오한다면 핀란드로 떠나버리는 환상에 빠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혐오는 사회적 순수함에 대한 비현실적 낭만적 환상에 사로잡히게 하며, 정치인들의 행위를 개선하기 위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에 대한 사고에서 멀어지게 한다. 이날 우리가 강렬하게 혐오를 느낀 때가 언제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누군가는 N번방 사건을, 누군가는 세월호를 거론했다. 그리고 지금 뉴스가 되고 있는 정치사안에 대해 우리는 거의 분노가 아니라 혐오의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에겐 정치혐오가 가장 강력한 것일까?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요즘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작은 아씨들>에서는 가난을 가장 강력한 혐오로 등장시키고 있다. 나에겐 이 갭이 흥미롭다. 우리는 세미나에서 우리가 가장 혐오하는 것으로 정치를 꼽았는데, 드라마에서 우리가 공감했던 부분은 가난에 대한 혐오이다. 가난은 이제 불평등과 정의의 문제로 언급되지 않고, 혐오의 감정을 갖는 것이 되었다. 가난이 분노해야 할 것이 아니라 혐오하는 것이 되었을 때 일어나는 문제가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감정의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편견>을 공부할 때 나왔던 성과사회의 이면으로 존재하는 탈락자들의 좌절과 무기력이 약자에 대한 혐오로 왜곡돼서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도 함께 생각났다.

 

혐오의 인지적 특성으로 언급되는 몸 안과 밖의 경계, 동물적인 것, 취약함, 배설물과 체액 같은 축축하고 끈적이는 것으로 여성의 몸이 많이 환기된다. 혐오엔 오염과 순수의 이분법이 작동하고 논리적이기보다는 신비적인 힘에 의해 전염된다. 이이님은 이러한 특성을 '좀비'와 유사하다고 보았고, 최근 좀비물의 인기도 뭔가 요즘 세태와 연관을 가지리라는 짐작이 됐다. 하현님은 서울신문에 연재중인 <정중하고, 세련된 혐오사회>기획을 소개해주셨다. <편견>을 공부할 때는 주변에 편견이 넘쳤는데, 이제는 혐오가 넘친다. 이를 어떻게 정리해볼 것인가가 우리의 과제다. 일단, 마사 너스바움의 책으로 혐오에 대한 입문을 해본다.

 

퐁당퐁당으로 휴일-셈나-휴일-셈나 이어지다보니, 집중력이 떨어지는 면이 있다. 벽돌책들은 너무 두꺼워서 퐁당퐁당 읽으려 했으려 했는데, 그러다보니 알다가도 모르겠고 헷갈리는 게 많아졌다. 추석연휴도 지났으니, 이제부터는 집중모드로 달려봅시다~~ 3장 읽어보니, 2장을 다시 정리해주고 있고, 아마도 4장은 3장보다 더 재미있을 것 같아요(낚시중!!)^^ 토욜에 봬요! 이번주는 <혐오와 수치심> 3~4장 세미나 합니다~

 

 

댓글 1
  • 2022-09-23 22:30

    저는 편견보다 혐오와 수치심이 더 재미있긴 해요- 5장 발제하고 스르륵샘과 겸목샘 후기를 거꾸로 읽어보니, 혐오와 수치심보다 타인를 뭉개서 자신의 우월감를 느끼려는 욕심과 같은 감정이란 공통점이 있는 것 같네요- 빨리 끝까지 읽어보고 싶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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