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 읽기 2회차 후기

마음
2022-08-26 08:52
354

지난 시간에 이어 유세가의 시대, 맹자를 공부했습니다.

맹자는 공자에 대한 추앙이 극진합니다. 공자를 찬미한 것을 『맹자』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맹자는 항상 공자를 사숙한 후학임을 자처하며 공자가 창시한 유학을 빛내는 일에 남다른 노력을 한 인물입니다.

전국시대는 백가쟁명의 시대였습니다. 여러 학파가 일제히 출현하여 자기주장을 내세우고 상대방의 주장을

반박하였습니다. 유가의 학설을 변호하고 지키기 위해서 맹자는 당시 각 학파의 관점을 여러 면에서 비판합니다.

그가 호변(好辯)으로 이름난 것도 여기서 유래한 것입니다.

 

농가인 진상과 벌인 논쟁.

맹자의 시대에는 농가가 이미 번창했습니다. 허행은 맹자와 동시대 인물로 농가의 대표자입니다. 그에게는

수십 명의 추종자들이 있었으며 그들은 모두 거친 베로 짠 옷을 입고 자리를 짜는 일로 생업을 삼았습니다.

맹자가 등나라에 있을 때, 허행의 추종자 진상이 일부러 맹자를 찾아와서 허행의 관점을 말합니다.

농가의 기본 주장은 모든 사람이 직접 농사를 짓고 옷을 짜 입어야 합니다. 군주 역시 일반 백성들과

함께 농사를 지으면서 자급자족해야 합니다.

그러나 맹자의 입장은 달랐습니다. 그것은 “마음을 수고롭게 하는 자는 남을 다스리고, 몸을 수고롭게 하는

자는 남에게 다스림을 받는다.(勞心者 治人 勞力者 治於人 등문공 상 4)”라는 것으로 허행의 관점에 찬성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맹자는 진상과 논쟁을 벌입니다.

맹자가 진상에게 묻습니다. “허행은 반드시 곡식 농사를 지어서 먹습니까?”

진상이 대답합니다. “그렇습니다.”

“허행은 반드시 천을 짜서 옷을 입습니까?”

“아닙니다. 저희 선생님은 갈옷을 입습니다.”

“허행은 관을 씁니까?”

“관을 씁니다.”

“무슨 관을 씁니까?”

“흰 관을 씁니다.”

“그것을 자기가 직접 짭니까?”

“아닙니다. 곡식으로 바꿔서 씁니다.”

“허행은 왜 자기가 그것을 짜지 않습니까?”

“농사짓는 데 방해가 되기 때문입니다.”

“허행은 솥과 시루로 밥을 하고, 쇠로 만든 쟁기로 농사를 짓습니까?”

“그렇습니다.”

“자기가 그것을 만듭니까?”

“아닙니다. 곡식과 바꿔서 씁니다.”

“곡식을 가지고 쟁기와 기물을 바꿔 쓰는 것은 도공과 대장장이를 괴롭히는 일이 아니며, 도공과 대장장이

역시 그들의 쟁기와 기물을 가지고 곡식과 바꿔 먹는 것이 어찌 농부를 괴롭히는 것이 되겠습니까?

또 허행은 왜 도공과 대장장이의 일을 하지 않는 것입니까? 모든 것을 자기 집에서 만들어 쓰지 않고

무엇 때문에 귀찮게 여러 장인들과 교역을 하는 것입니까? 어떻게 허행은 그리도 귀찮은 것을 꺼리지 않습니까?”

“여러 장인들의 일이야 본래 농사를 지으면서 같이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그렇다면 천하를 다스리는 일만은 농사를 지으면서 같이 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이 대목에서 진상은 대답할 말을 잃은 듯합니다.

이 논쟁에서 맹자는 하나의 타당한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맹자는 정신노동(勞心)과 육체노동(勞力)의 분업이

합리적임을 논증합니다. 맹자는 농가가 분업을 부정한다는 주장을 가지고 논리적으로 공격합니다.

그래서 상대방이 이론에서 후퇴하게 만들어버리는 전략을 펼칩니다.

 

맹자 시대에는 묵자와 양주 학파가 특히 주목받았습니다. “천하의 말이 양주에게 돌아가지 않으면

묵적에게 돌아간다.(聖王不作 諸侯放恣 處士橫議 楊朱墨翟之言 盈天下 天下之言 不歸楊則歸墨 등문공 하 9 )”

묵가에서 겸애(兼愛)를 주장하자 맹자는 ‘부모도 모르는 짐승의 논리’라고 힘차게 공격합니다.

이런 주장은 인신공격에 가깝게 느껴집니다. 맹자는 포용적인 정신이 부족해보입니다.

맹자의 논쟁 태도는 논쟁 당사자들의 이해와 소통을 방해하며 그의 훌륭한 주장도 정치 영역에서는

쉽게 억지스러운 말로 논리를 억누르곤 합니다.

 

양주 학파는 이기(利己)를 주장하면서 개인의 권리 의식을 강조하였습니다. 자기 운명을 알기 힘든

전쟁 시대에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들었을 겁니다.

법가 학파도 이 무렵에 생겨났습니다. 그들은 농사일과 전쟁을 장려하고 폭력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유가의 인도(仁道)원칙 보다 제후들에게 더 잘 맞았습니다.

또 개별 약소국들이 연합하여 하나의 강대국에 맞서는 합종(合從)론과 한 강대국과 함께 다른 약소국을

공격하는 연횡(連橫)론을 주장하는 종횡가(縱橫家)는 강력한 지위를 얻게 됩니다.

유가의 성인과 군자는 완전한 덕성을 갖추고, 덕성의 힘으로 정치가를 감화시키는 것을 중시하는 반면,

종횡가는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전국시대에서

주인공 노릇을 한 것은 유가의 군자가 아니라, 권모 술수에 뛰어난 종횡가였습니다. 『맹자』에서도

경춘이라는 사람이 맹자 앞에서 종횡가를 칭찬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종횡가가 득세하였다는 것은 유가가 현실 정치에서 주변으로 밀려났음을 보여줍니다.

백가쟁명의 시대에 어떻게 유학을 다시 일으킬 것인가?

이것이 맹자가 마주했던 중요한 시대적 문제였습니다.

댓글 3
  • 2022-08-31 08:46

    지난 시간에 농가에 대한 내용이 기억에 남아요. 

    백가쟁명. 유가, 법가, 종횡가, 묵가, 명가 등등등. 전국시대 당시에 이룬 인문학적 유산이 엄청나게 느껴져요.
    중국 문명의 다양성과 역사성에 새삼 감탄이!

    그 안에서 맹자가 목놓아 외친 '인'이 무엇인지 슬금슬금 제법 궁금해집니다. 

    지난 시간 이후로 노심자와 노력자에 대해 생각을 (조금 많이? 자주?) 해보았어요. 왜 그랬을까요?ㅎㅎ
    전에 맹자를 읽을 때 노심자/노력자에서 괜히 마음이 불편했거든요. 이번에는 안 그렇더라고요. 왜 그랬을까요? ^____^

  • 2022-08-31 15:23

    필사하다가 공자를 시중의 성인이라고 칭한 맹자의 말에서... 

    그칠만 하면 그치고,  그만 둘만하면 그만두고...

    뭐 이런 문장에서 아, 이렇게 무심하게 받아들이려면 얼마나 수련이 필요한가...

    뭐 문득 이런 생각이^^ 

    버럭하는 맹자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 2022-08-31 15:25

    농가, 종횡가, 묵가. 명가..이런것들이 제자백가 중 하나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너무 모르는게 많네요.

    그래도 마음샘이 정리를 잘 해주셔서 여러번 다시 읽으며 이해하고, 정리가 되었습니다. 

    양주학파도 처음 들었는데, 양주 입장에서는 맹자가 그리 심하게 비판을 하니 억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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