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독사의 사유] 세번째 후기-포정해우, 애태타

한스
2022-08-07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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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장자-파라독사의 사유』 세미나는 양생주, 인간세, 덕충부로 이어졌다.

각각 기린샘, 봄날샘, 인디언샘이 발제해 주셨다.

 

양생주 편의 ’포정해우(庖丁解牛)‘ 이야기는 정말 멋진 이야기이다.

나는 늘 포정의 마음으로 일하고 살아가고 싶다. 포정의 길이 양생(養生)의 길이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에 또 한명의 주인공이 있으니, 바로 문혜왕이다.

문혜왕은 제후의 신분이었지만, 천한 신분인 포정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는 신분에 마음을 쓰지 않았다. 포정의 진실된 이야기에 그의 마음을 비웠다((). 그리고 진심으로 경청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훌륭하도다. 나는 오늘 ’양생의 道‘를 터득했노라”

정말 멋지지 않은가? 그러니 포정해우의 이야기 속에는 포정과 문헤왕, 두 양생의 도를 깨우친 사람이 있었다.

 

그러면, 양생(養生)의 도란 무엇일까? 그것은 생명을 기르고, 生하게 하는 이다.

천리(天理) 따르기 때문이다. 장자는 천리를 ’자연의 결‘이라 말한다. 

천리란 하늘의 이치, 우주의 이치를 말한다. 그 이치를 따라가니, 생명이 生하게 되는 원리다. 어려운 말이다.

그런데 이걸 장자는 우화를 들어서 설명한다.

장자의 ’우화설법‘. 온갖 언어로 추상적으로 말하는 것보다, 스토리로 설명하는 것이 훨씬 설득력 있다. 장자가 매번 스토리를 들어 설명하는 이유일 것이다. 양생은 어떤 것이라 아무리 말해도, 하나의 스토리가 주는 직관적 깨달음만 못하다.

그러니까 막연히 양생을 하려면 어떻게 하지? 라고 묻는다면 포정의 이야기를 생각해보면 된다.

 

왜 양생의 길인지 생각해 보자.

아 잠깐. 여기서 문탁샘은 이정우 선생님이 포정해우를 소개하면서

베르그송, 들뢰즈의 '되기' 등과 비교해서 설명하는데, 그렇게 하는 것은 좀 비약이 심한 것 같다고 말한다. 나도 책을 읽다가 연결이 잘 되진 않았다. 아마도 이정우 선생님은 요즈음 베르그송이나 들뢰즈에 관한 글을 쓰고 있을지도 모른다. 또 아마 다른 뜻이 있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나는 우선 포정이 평소 그가 하는 일, 그의 ()에서 양생을 찾았다는 것이 흥미롭다. 그는 그 도를 터득하기 위해 속세를 떠나거나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의 일상, 내가 하는 일(業), 내가 늘 부딪치는 일에서 도가 있다. 시간이 좀 걸리긴 했다. 무려 19년 동안이나. 사실 공부(工夫)란 단어는 한자 어원상 시간개념이 들어가 있다고 한다. 그러니 공부에는 숙성되는 기간. 체화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아까도 언급했듯이 포정은 '백정'이었다. 당시 백정이란 사회에서 최하위 계층이다. 포정은 먹고 살기 위해 그 일을 했을 거고. 그거라도 해야 살 수 있었을지 모른다. 아무리 할 일이 없다해도 소 잡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몇 달 하고 관두는 사람이 훨씬 많았을 것이다.

그 일을 무려 19년이나 했다고? 그 일이 너무 지겹지 않았을까? 어떻게 19년동안이나 매번 같은 일을 하지?

그런데, 매번 같은 일이 아니다. 왜 그럴까? 소는 매번 같은 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소 잡는 일은 매번 반복적으로 일어났지만, 소는 매번 다르다. 그 다른 소가 ‘차이’를 만든다. 그래서 포정은 매번 소 잡는 일이 새로웠을 것이다.

매일 환자를 보는 나는 그 느낌을 알 수 있다. 환자의 병명은 같을지라도, 동일한 환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설령 동일한 환자가 오더라도 매번 다르게, 다른 느낌으로 온다. 

반복되지만 매번 새롭다. 포정은 그걸 느꼈을 것이다. 매번 새로웠을 것이다. 그래서 매번 일에 몰두할 수 있었고, 거기서 生함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포정이 힘들었을까? 나는 힘들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된다. 힘들게 느껴진 사람은 무려 19년이나 같은 일을 할 수 없다. 그렇다면, 포정은 왜 힘들지 않았을까? 

나는 그가 마음을 비웠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몸에 힘을 뺏기 때문이다.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면, 한 번의 움직임에도 쉽게 지쳐버린다. 지치면 그 일을 계속할 수 없다. 그런데, 그가 마음을 비웠다는 걸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포정은 소의 몸체에서 근육과 인대의 ‘결’을 보았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자연의 ‘결’. 아까 말한 천리(天理). 그 '결'은 마음을 비워야 보인다. 그 결을 따라 칼을 썼으니, 포정은 힘들지 않았고, 칼날은 상하지 않았다.

나의 시각이나 청각 등 나의 감각기관에 내가 물들면 그 길은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인디언샘이 낭송장자를 재인용한 글에서도 나타나 있지만, 어떤 오관의 감각 즉, ‘마음에 침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우리의 감각기관은 우리를 얼마나 호도하는가.

 

바라보기 미안할 정도의 추남, ‘애태타이야기

 

덕충부는 장애인, 외형적으로 뭔가 문제가 있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세계 고전 중 장애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스토리가 또 있을까? 장자의 이야기가 ’파라독사‘인 이유이다.

 

그런데, 제목이 ’덕충부‘이다. 德充符.. ’덕이 충만한 표시‘

나는 갑자기 제목이 덕충부라는 게 새삼스럽다. 그래서 질문을 해 본다. 외적으로 장애가 나타난 사람들과 덕(德)이 무슨관계?

그런데 덕이 충만하다는 표시는 어떻게 나타날까? ‘내적으로 덕이 충만하여, 그 내면성이 밖으로 드러나는..’

나는 애태타가 기억에 남는다. 그는 ‘슬플정도로 어리석고 둔한 곱사등’을 가진 사람,

그와 함께 지낸 사내들은 따르면서 떠나지를 못하고, 그를 본 여자들은 <다른 이의 아내가 되느니 차라리 그 분의 첩이 되겠다>고 간청했다니..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장자는 애태타가 사람을 끄는 이유를 '재능이 온전하고 덕이 겉에 나타나지 않는(才全而德不形)' 것에서 찾는다.

내적으로 덕이 충만한 것이다. '재(才)'는 하늘에서 준 것이고 '덕(德)'은 스스로 이룬 것이다. 그러니까 '재전(才全)'이라 함은 천성이 외물(外物)로 인해 전혀 손상되지 않은 상태를 뜻하는 게 된다는 거다. 애태타가 바로 그런 '재전(才全)'의 경지에 이른 인물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흉한 외모조차 그의 약점이 될 수 없다는 것.

 

글쎄, 알 듯 모를 듯하다. 아무튼 내적으로 덕이 충만하다는 것.

내면의 근본을 중시하는 장자의 말씀이다.

댓글 2
  • 2022-08-07 08:26

    포정해우를 읽으면서 소는 결과 마디가 있는, 우리가 부득이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 세상이고

    포정의 칼은 그 결과 마디를 따라 이 세상을 살아가는 존재가 아닐까 하는 ㅋ

    이런 생각도 들었더랬습니다

    바쁘실텐데 공부도 열심히 하시고 후기도 써주신 한스샘 존경스럽습니다~^^

  • 2022-08-07 09:39

    오호...인디언샘!....그렇게 생각해볼 수도 ........저도 좀 더 고민을 해보고 싶네요.

    전 <파라독사의 사유>라는 책 자체가 파라독스를 품고 있는 듯 해요. ㅋㅋ

    장점이 곧 약점이 되는 역설? ㅋㅋㅋㅋ

    그래도 이정우샘의 안내에 따라 장자를 다시 읽고 고민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아요.

     

    전 덕충부의 올자를 '불구crip'으로 읽어보면 어떨까, 라고 <짐을 끄는 짐승들>을 읽고 나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동일성과 규범의 폭력을 드러내고 동시에 차이와 생성을 사유할 수 있는 키워드로서 '불구'!

    ㅋㅋ... 지난번 고쿠분 세미나할 때는 '원자력 시대의 장자'라는 언표도 가능하겠구나, 라고 생각했었는데.

    즉 고쿠분이 하이데거의 개념 'gelassenheit'을 원자력 시대의 대안적 실천으로 내놓을 때, 전 그게 바로 장자의 무심 3종 세트, 오상아, 심재, 좌망과 같다고 느꼈거든요.

     

    어쨌든 결론은, 장자는, 다시 읽어봐도, 정말 좋다는 것입니다. ㅎㅎㅎ

     

    그리고 한스샘... 정규직?(전문직?) 일하시면서, 세미나도 여러 개... 정말 놀라와요. 

    리스펙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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