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카메오 열전 6회] 이윤, 사람을 알아보는 능력

진달래
2022-05-29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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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

 

하루는 번지가 공자에게 인(仁)이 무엇인지 물었다. 공자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愛人)’라고 알려 주었다. 번지는 다시 안다는 것(知)은 무엇인지 물었다. 공자는 ‘사람을 아는 것(知人)’이라고 알려 주었다. 그런데 번지의 얼굴을 얼핏 보니, 자기가 해 준 말이 무슨 말인지 영 감을 못 잡은 듯하였다. 공자는 “정직한 사람을 등용하여 모든 부정한 사람을 버리면, 부정한 사람을 바르게 만들 수 있다.”고 다시 한 번 말해주고 그 자리를 떠났다. 하지만 번지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마침 지나가고 있던 자하를 불러 물어보았다. 내가 이러이러한 것을 물었더니 스승님께서 이렇게 대답하셨는데 이게 무슨 뜻일까? 그 말을 듣고 자하가 말했다.

 

“훌륭한 말씀이군요! 순임금이 천하를 다스리실 때 많은 사람 중에 선발하여 고요를 등용하시니 어질지 못한 사람이 멀리 사라졌습니다. 탕임금이 천하를 다스릴 때 많은 사람 중에 선발하여 이윤을 등용하시니 어질지 못한 사람이 멀리 사라졌습니다.” (樊遲問仁 子曰 愛人 問知 子曰 知人 樊遲未達 子曰 擧直錯諸枉 能使枉者直 樊遲退 見子夏 曰 鄕也吾見於夫子而問知 子曰 擧直錯諸枉 能使枉者直 何謂也 子夏曰 富哉言乎 舜有天下 選於衆 擧皐陶 不仁者遠矣 湯有天下 選於衆 擧伊尹 不仁者遠矣) 『논어』 「안연,22」

 

번지가 안다는 것(知)이 무엇인지를 물었을 때 공자가 대답한 ‘사람을 안다는 것(知人)’은 『논어』의 가장 중요한 주제 중 하나이다. 그래서인지 1편인 「학이(學而)」에는 첫 장에 “다른 사람이 알아주지 않아도 노여워하지 않는다.(人不知而不慍)”라는 문장이, 마지막 장에는 “다른 사람이 알아주지 않는 것을 걱정하지 말고 내가 다른 사람을 알지 못함을 걱정해라.(不患人之不其知 患不知人也)”는 문장이 함께 나온다. 게다가 『논어』 마지막 편인 「요왈(堯曰」은 “말을 알지 못하면 사람을 알 수 없다(不知言 無以知人也)”로 끝을 맺고 있다. ‘사람을 안다는 것’이 유가(儒家)에서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제인가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유가(儒家)에서 사람을 안다는 것은 두 가지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다른 사람이 나를 알아주는 것, 또 하나는 내가 다른 사람을 알아보는 것이다. 이는 현실적으로 군주의 눈에 들어 관직에 나가야 했던 사(士)들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 뿐만 아니라 군주의 입장에서도 뛰어난 인재를 알아보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갈수록 중요해졌다. 능력이 있는 신하를 얻은 군주가 천하를 얻거나 패자(覇者)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훌륭한 군주는 반드시 훌륭한 신하와 함께 하는데 대표적으로 순임금과 고요, 탕임금과 이윤, 제 환공과 관중, 진 목공과 백리해 등등이 있다.

 

  1. 탕임금을 도운 이윤

 

이 중에서 이윤(伊尹)은 탕(湯)임금이 하(夏)나라의 마지막 왕인 걸(桀)을 정벌하고 은(殷)나라를 세울 때 큰 공을 세운 인물이다. 이윤의 이름은 아형(阿衡)으로 유신씨(有莘氏)의 사람이다. 이윤에 대한 기록은 이곳저곳에서 조금씩 볼 수 있는데 그에 대한 견해가 달라서 그가 어떤 인물이었는지 쉽게 알기 어렵다. ‘사서(四書)’에서의 이윤은 탕임금을 도운 충신(忠臣)으로 대체로 이야기 되고 있는데 『여씨춘추』와 같은 곳에서 본 이윤은 또 다른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씨춘추』를 보면 먼저 이윤의 출생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다.

 

그의 어머니가 이윤을 잉태하고 있을 때 꿈을 꾸었는데 신이 ‘절구에서 물이 나오면 절대 돌아보지 말고 도망가라’고 하였다. 다음날 진짜 그런 일이 일어나서 이웃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함께 도망가고 있었다. 그런데 언뜻 마을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여 돌아보았더니 그녀의 몸이 뽕나무 숲으로 변하였다. 그 뒤에 어떤 여자가 뽕나무 숲에서 갓난아기를 얻어 주인에게 데리고 갔더니 그 주인이 아기를 요리사에게 기르도록 하고 이름을 이윤이라고 지었다. 『여씨춘추』 「효행람」 발췌

 

 

아마도 후대에 만들어진 이야기이겠지만 그가 평민출신으로 비범한 인물이었음을 알 수 있다. 나중에 탕임금이 훌륭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이윤은 유신씨의 딸이 탕임금에게 시집갈 때 잉신(媵臣)으로 따라갔다. 잉신은 귀족들이 결혼할 때 함께 보내는 신하 혹은 몸종을 말하는데 이윤이 이 때 솥(鼎)과 도마(俎)를 메고 갔다고 하니 요리사의 신분으로 따라간 모양이다. 그의 요리가 마음에 들었던 탕임금은 이윤을 만났고, 이윤은 음식의 맛을 예로 들어 정치를 이야기하며 왕도를 실행하도록 하였다. 그 후 함께 걸왕을 정벌하고 은나라를 세웠다.

이윤은 탕임금이 죽은 후에 그의 손자 태갑(太甲)을 즉위시킨 이야기로도 유명하다. 태자였던 태정(太丁)이 일찍 죽었기 때문에 탕이 죽고 난 후에 태정의 동생인 외병(外丙)이 즉위했다. 그런데 2년 뒤 외병이 죽었다. 다시 동생인 중임(中壬)이 왕이 되었는데 즉위한 지 4년 만에 또 죽었다. 이에 이윤이 태정의 아들인 태갑을 왕위에 올렸다. 그런데 태갑이 즉위하고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법령을 지키지 않고 문란한 생활을 하자, 이윤은 그를 내쫓고 동궁(桐宮)에 가두어 버렸다. 3년 동안 이윤이 섭정(攝政)을 했고, 그 사이에 태갑이 자기 죄를 뉘우치자 이윤은 정권을 돌려주었다.

『맹자』는 이런 이윤을 ‘임무를 자임한 성인(聖之任者)’으로 칭했다. 이윤은 누구든 섬기면 군주이고 부리면 백성이 되니 혼란한 때나 평화로울 때나 ‘하늘이 먼저 깨달은 자로 하여금 뒤늦게 깨닫는 자를 깨우치도록 하였다’고 하며 스스로 이런 역할을 자임(自任)했다고 여겼다. 특히 태갑을 어진 군주로 이끌기 위해 이윤이 그의 자리를 빼앗았다가 돌려준 것에 대해서 『맹자』에는 그런 일은 오로지 ‘이윤의 뜻(伊尹之志)’을 가지고 있을 때만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1. 요리사에서 재상으로

 

하지만 『논어』에서는 이윤이 번지의 질문에 대한 답으로 딱 한 번 등장한다. 이윤은 『맹자』에서 자주 볼 수 있는데 맹자의 말과 다르게 제자들의 질문 속에 보이는 이윤은 과연 어떤 사람이었을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맹자의 제자인 만장이 묻는다. “이윤이 요리사가 되어 탕임금을 만나 벼슬자리를 구했다는데 그런 일이 있습니까?” (萬章問曰 人有言 伊尹以割烹要湯 有諸) 『맹자』 「만장 상,7」

 

이윤이 요리사가 되어 탕임금을 만났다는 것은 『사기』에도 나와 있는 것으로 아마도 만장이 실제 이런 일이 있었는지 아닌지를 묻고 있는 것은 아닌 듯하다. 그러니 이는 요리사로 들어간 이윤이 탕임금을 맛있는 음식으로 꾀어내어 관직을 얻은 것이 아니냐는 질문이다. 정당한 방법으로 관리가 된 것이 아니라 요즘으로 치면 비선이나 낙하산식 등용이지 않느냐를 묻는 것이다. 맹자가 살던 전국시대에 왕의 주치의나 요리사, 환관과 같이 최측근에 있는 사람들이 권력을 쥐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에 만장이 이윤 역시 그런 류의 사람이 아니었는지 의심한 것이다. 물론 맹자는 그가 요순의 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등등의 말을 하지만 보기에 따라서는 이윤이 관직을 얻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이윤의 모습은 『여씨춘추』에 드물게 볼 수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걸왕을 염탐하러 가는 이윤이다. 탕임금이 걸왕을 정벌하려는 뜻은 오래 전에 가지고 있었지만 섣불리 군사를 일으키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자 이윤이 하나라의 사정을 알아보기 위해 걸왕에게 나아갔다. 이 때 탕임금은 행여 걸왕이 이윤을 의심할까봐 이윤을 향해 직접 활을 쏘았다고 한다. 마치 죄를 짓고 도망을 간 것처럼 보이게 한 것이다. 3년 동안 하나라에 있던 이윤이 돌아와 보고를 마치자, 탕임금은 그제야 정벌에 나섰다. 흥미로운 것은 이윤이 하나라에 있을 때 그를 도운 사람으로 걸왕이 가장 총애하던 말희가 등장하는 것이다. 말희가 하루는 이윤에게 걸왕의 꿈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그 내용이 ‘서쪽의 해와 동쪽의 해가 서로 싸워서, 서쪽의 해가 이겼다.’는 것이었다. 이를 전해들은 탕임금은 그해 심한 가뭄이 들었음에도 군대를 일으켰다.

이런 이야기들 속의 이윤은 우리가 흔히 가지고 있던 충신의 이미지와는 조금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인의(仁義)를 고집한다거나, 자기 뜻을 굽히지 않는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서는 자기를 낮추는 일을 스스럼없이 하고 상대를 속이는 일도 마다하지 않고, 남에게 비난 받을 만한 일도 거침없이 해 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탕임금이 걸왕을 치기로 마음먹고 자기를 도와 줄 사람을 구하는데 주변에서 이윤을 추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는 힘이 세고 부끄러움을 참는 사람입니다.”(彊力忍訽) 『여씨춘추』「이속람」

 

  1. 사람을 아는 것이란

 

그런데 이윤의 이런 저런 이야기에서 중요한 점 중에 하나는 이윤을 알아 본 탕임금이 있었다는 것이다. 탕임금과 이윤의 만남에 대한 다른 이야기에서는 탕임금이 이윤을 만나기 위해 일부러 유신씨의 딸과 결혼을 하고, 이를 빌미로 이윤을 잉신으로 삼아 자기 옆으로 데리고 왔다고 한다. 또 탕임금이 이윤을 다섯 번이나 찾아간 끝에 이윤이 탕임금에게 갔다고도 한다. 자기를 알아봐주는 군주를 찾아간 이윤뿐 아니라 자기를 도와 줄 능력 있는 신하를 알아보고 그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탕임금이 있었기 때문에 은나라는 하나라의 자리를 대신 할 수 있었다. 이러한 탕임금이 가지고 있던 ‘사람을 알아보는 능력’은 어쩌면 그가 죽고 더 빛을 발했다고 볼 수 있다. 건국 초 불안정한 정국을 안정시키고, 왕위 세습을 공고히 할 수 있도록 만든 이가 이윤이기 때문이다.

이윤 역시 그가 이런 일들을 할 수 있는 바탕에는 그의 ‘사람을 알아보는 능력’이 있다. 이윤의 모습이 때로는 우리가 흔히 아는 절의를 지닌 신하로, 혹은 권모술수의 대가로 상반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탕임금, 혹은 태갑이 어떤 능력을 가진 인물인지 알아보는 능력이 있었기 때문에 하나라에 스파이로 가기도 하고, 태갑을 내쫓고 섭정을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후대에 유가는 이렇듯 서로의 능력을 알아보는 군주와 신하가 만났을 때 제대로 된 정치를 펼 수 있음을 강조한다. 정치를 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을 잘 쓰는 것이다. 이렇게 ‘사람을 알아보는 능력’은 단지 군주와 신하, 두 사람의 능력뿐만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영향을 주게 되고 이것이 결국 ‘좋은 정치’로 백성들을 편안히 살 수 있도록 만드는 것으로까지 연결된다. 이것이 공자가 “정직한 사람을 등용하여 모든 부정한 사람을 버리면, 부정한 사람을 바르게 만들 수 있다.”것의 의미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이윤에 대한 이런 저런 의혹들이 끊임없이 거론되는 것을 보면 단지 겉으로 보이는 언행(言行)만으로 ‘사람을 알아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깨닫게 한다. 태갑을 가두고 3년 동안 섭정한 이윤의 행동은 오랫동안 찬탈(簒奪)이라는 의혹을 받았다. 아니, 실제 그의 마음이 어땠는지, 왕의 자리를 빼앗을 정도의 권력을 쥐고 있었으면서 왜 다시 정권을 돌려주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인 듯하다. 그럼에도 이윤을 통해 곧고, 올바르고, 현명한 사람이 자리에 있음으로 드러나는 좋은 영향을 생각한다면 “정직한 사람을 등용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새로운 대통령의 인선문제로 연일 시끄럽다. 어떤 사람이 자리에 오르는지가 어떤 정치를 하고자하는가를 보여주는 것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지인(知人)’이라는 말이 더 무겁게 느껴진다.

 

댓글 4
  • 2022-05-31 10:47

    '지인'이라는 말의 무게를 느껴봅니다. 지인이란 말 쓰기 쉽지 않은 말이네요

  • 2022-05-31 11:29

    <여씨춘추>를 읽어보고 싶네요.

    확실히 사기나 논어, 맹자와 다른 결의 이윤이 등장하나봐요.

    이런 차이를 우리는 어찌 해석해야 하는 걸까?

    갑자기 지적 호기심이 막 생기네유. ㅎㅎㅎ

  • 2022-05-31 16:54

    겉으로 보이는 언행에서 비롯되어 그 사람을 '제대로' 알아보게 되기까지 필요한 시간을 생각해보게 되네요~

     

  • 2022-06-03 18:10

    유가외에 다른 제자백가 책을 읽는 재미는 이런데 있는것 같아요. 같은 사람인듯 아닌듯 제각기 입맛에 맞게 변주되는 느낌이랄까요 ㅎㅎ

한문이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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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은 2024.03.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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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미의 알지만 모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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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미 2024.03.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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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대로 42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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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리 2024.03.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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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64괘에서 42번째 풍뢰익(風雷益)괘는 산택손(山澤損)괘의 다음에 배치된 괘이다. ‘덜어낸다’는 뜻의 손괘와 ‘보탠다’는 뜻의 익괘를 보면 어딘지 경제적인 관점이 생기는 듯 하다. 그 관점으로 보면 손은 손해, 익은 이익으로 보게 되고, 결국 손괘는 안좋은 괘이고, 익괘는 좋은 괘라는 일차적인 감정을 가지게 된다. 경제는 고대사회에서도 그 사회를 이루는 다양한 영역 중 하나였으니 주역에 경제개념을 다루는 괘가 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주역에서 다루는 손과 익은 기업의 ‘손익계산서’같은 단순한 숫자의 문제에 국한하는 것은 아니다. 손괘와 익괘 모두 풍요로움, 풍성함, 여유있음을 상징하는 부(富)를 소재로 하고 있는 것은 맞다. 그리고 손괘의 손이라는 의미가 덜어내거나 빼는 마이너스(-)를 뜻하고, 익괘의 익이 더하다는 의미의 플러스(+)를 가리키는 것도 맞다. 하지만 손괘가 무작정 마이너스나 손해를, 익괘가 무한정한 플러스만 말하는 것은 아니다. 주역은 부의 크고 작음, 부의 커지고 작아짐의 관점보다는, 오히려 ‘유동하는 부(富)’, 즉 고정되어 쌓이지 않고 끊임없이 흐르는 부가 만들어내는 ‘효용’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위에서 덜어 아래에 보탠다는 뜻은 이천은 손괘와 익괘를 비교하면서 “손괘는 아래를 덜어 위에 더하는 것이며, 위를 덜어 아래에 더하면 익괘가 된다. 백성의 위에 있는 자가 은택을 베풀어서 아래에 미치면 익(益)이 되고, 아래의 것을 취하여 자신을 후하게 하면 손(損)이 된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손괘와 익괘는 무언가 흐르는 방향이 정반대로 대비되는데, 흐르는 것이 부(富)라고 했을 때, 손괘의 부는 아래에서 위를 향하고(↑) 익괘의 부는 위에서 아래를 향한다(↓)는 것이다. 조금 더...
주역64괘에서 42번째 풍뢰익(風雷益)괘는 산택손(山澤損)괘의 다음에 배치된 괘이다. ‘덜어낸다’는 뜻의 손괘와 ‘보탠다’는 뜻의 익괘를 보면 어딘지 경제적인 관점이 생기는 듯 하다. 그 관점으로 보면 손은 손해, 익은 이익으로 보게 되고, 결국 손괘는 안좋은 괘이고, 익괘는 좋은 괘라는 일차적인 감정을 가지게 된다. 경제는 고대사회에서도 그 사회를 이루는 다양한 영역 중 하나였으니 주역에 경제개념을 다루는 괘가 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주역에서 다루는 손과 익은 기업의 ‘손익계산서’같은 단순한 숫자의 문제에 국한하는 것은 아니다. 손괘와 익괘 모두 풍요로움, 풍성함, 여유있음을 상징하는 부(富)를 소재로 하고 있는 것은 맞다. 그리고 손괘의 손이라는 의미가 덜어내거나 빼는 마이너스(-)를 뜻하고, 익괘의 익이 더하다는 의미의 플러스(+)를 가리키는 것도 맞다. 하지만 손괘가 무작정 마이너스나 손해를, 익괘가 무한정한 플러스만 말하는 것은 아니다. 주역은 부의 크고 작음, 부의 커지고 작아짐의 관점보다는, 오히려 ‘유동하는 부(富)’, 즉 고정되어 쌓이지 않고 끊임없이 흐르는 부가 만들어내는 ‘효용’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위에서 덜어 아래에 보탠다는 뜻은 이천은 손괘와 익괘를 비교하면서 “손괘는 아래를 덜어 위에 더하는 것이며, 위를 덜어 아래에 더하면 익괘가 된다. 백성의 위에 있는 자가 은택을 베풀어서 아래에 미치면 익(益)이 되고, 아래의 것을 취하여 자신을 후하게 하면 손(損)이 된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손괘와 익괘는 무언가 흐르는 방향이 정반대로 대비되는데, 흐르는 것이 부(富)라고 했을 때, 손괘의 부는 아래에서 위를 향하고(↑) 익괘의 부는 위에서 아래를 향한다(↓)는 것이다. 조금 더...
봄날 2024.03.08 |
조회 163
토용의 서경리뷰
무슨 책을 읽을까?   한문강독세미나는 한문으로 된 동양고전을 강독하는 세미나이다. 2010년부터 시작했으니 문탁의 역사와 함께한 세미나라고 할 수 있다. 한 권의 책을 읽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강독하던 책이 끝을 보일 무렵이면 다음 번 책을 두고 즐거운 고민을 시작한다. 『서경』을 시작하기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강독 중이던 『근사록』이 끝나갈 무렵 다음 책을 두고 세미나원들간에 설왕설래가 시작되었다. 동양고전의 기본이 사서삼경인데 사서는 읽었으니 이제 삼경으로 가야하지 않을까? 『시경』,『서경』,『주역』 중 무엇을 읽을까? 『주역』과 『시경』은 이문서당에서 읽고 있거나 읽을 예정이니 패스.(이문서당에서는 2018년에 『주역』을 2019년에 『시경』을 읽었다.) 자연스럽게 남은 것은 『서경』. ‘그래 너로 하자. 그렇잖아도 네가 많이 궁금했다.’ 큰 이견 없이 『서경』으로 결정되었다.   그동안 사서를 읽으면서 중간 중간 튀어나오는 ‘시왈(詩曰)’, ‘서왈(書曰)’에 당혹스러운 적이 많았다. 한자와 문장도 어려운데다가 앞뒤 맥락도 모르는데 한 구절 뚝 떼어다가 써 놓았으니 말이다. 그럴 경우는 대부분 주장하는 논리의 근거로 인용을 한다. 직접 인용을 하지 않았더라도 『서경』의 내용이 문장 속에 녹아 있는 경우도 많다. 『논어』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인 ‘군자의 덕은 바람이고 소인의 덕은 풀이다. 풀 위에 바람이 불면 풀은 반드시 눕게 마련이다.’의 출전도 『서경』이다.   『서경』은 공자가 성군으로 칭송하는 요순의 정치와 본받고 싶다던 주공의 교훈을 자세하게 싣고 있는 책이다. 그래서인지 『논어』의 마지막 편인 「요왈」은 제왕의 정치에 대해 『서경』에 나오는 요, 순, 탕왕, 무왕의 말을 간추려 전하고 있다. 맹자도 자신의 왕도정치를 주장할 때...
무슨 책을 읽을까?   한문강독세미나는 한문으로 된 동양고전을 강독하는 세미나이다. 2010년부터 시작했으니 문탁의 역사와 함께한 세미나라고 할 수 있다. 한 권의 책을 읽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강독하던 책이 끝을 보일 무렵이면 다음 번 책을 두고 즐거운 고민을 시작한다. 『서경』을 시작하기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강독 중이던 『근사록』이 끝나갈 무렵 다음 책을 두고 세미나원들간에 설왕설래가 시작되었다. 동양고전의 기본이 사서삼경인데 사서는 읽었으니 이제 삼경으로 가야하지 않을까? 『시경』,『서경』,『주역』 중 무엇을 읽을까? 『주역』과 『시경』은 이문서당에서 읽고 있거나 읽을 예정이니 패스.(이문서당에서는 2018년에 『주역』을 2019년에 『시경』을 읽었다.) 자연스럽게 남은 것은 『서경』. ‘그래 너로 하자. 그렇잖아도 네가 많이 궁금했다.’ 큰 이견 없이 『서경』으로 결정되었다.   그동안 사서를 읽으면서 중간 중간 튀어나오는 ‘시왈(詩曰)’, ‘서왈(書曰)’에 당혹스러운 적이 많았다. 한자와 문장도 어려운데다가 앞뒤 맥락도 모르는데 한 구절 뚝 떼어다가 써 놓았으니 말이다. 그럴 경우는 대부분 주장하는 논리의 근거로 인용을 한다. 직접 인용을 하지 않았더라도 『서경』의 내용이 문장 속에 녹아 있는 경우도 많다. 『논어』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인 ‘군자의 덕은 바람이고 소인의 덕은 풀이다. 풀 위에 바람이 불면 풀은 반드시 눕게 마련이다.’의 출전도 『서경』이다.   『서경』은 공자가 성군으로 칭송하는 요순의 정치와 본받고 싶다던 주공의 교훈을 자세하게 싣고 있는 책이다. 그래서인지 『논어』의 마지막 편인 「요왈」은 제왕의 정치에 대해 『서경』에 나오는 요, 순, 탕왕, 무왕의 말을 간추려 전하고 있다. 맹자도 자신의 왕도정치를 주장할 때...
토용 2024.02.29 |
조회 269
영화대로 42길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습니다.   • 이번에 '영화대로42길'로 가는 법은 '같은 영화 다른 이야기' 컨셉입니다. 그 첫 번째 영화는 <디 아워스>(2002)입니다.        불안은 어디에서 오는가 - 스티븐 달드리 감독의 <The Hours(2002)>       <디 아워스>는 1923년 영국 리치몬드에서 소설 〈댈러웨이 부인〉을 집필 중인 버지니아 울프와 1951년 미국 LA의 풍요로운 일상에서 <댈러웨이 부인>을 읽는 로라 그리고 2001년 뉴욕의 출판 편집인으로 별명이 ‘댈러웨이 부인’인 클라리사의 ‘어느 하루’를 교차 편집하며 보여준다. 버지니아와 로라가 살았던 때는 여성의 사회진출이나 동성애 자체를 감추어야 했던, 혹은 전쟁 직후의 경제 번영 속에서 미국 전체가 가부장제 질서를 견고히 하던 시대였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 직후의 삶을 살았던 앞의 두 여성과는 달리 2000년대의 클라리사를 둘러싼 사회환경은 많이 달라져 있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시대를 관통하는 정서가 있었다. 그것은 불안이다.     각각 버지니아, 로라, 클라리사로 분한 니콜 키드먼, 줄리언 무어, 메릴 스트립의 뛰어난 연기는 오늘날 여성의 삶으로 중첩되기도 하고 미묘하게 어긋나기도 한다. 여기서 리처드라는 인물의 등장은 의문을 낳는다. 그는 로라의 아들이자 클라리사의 첫사랑이며 버지니아와 같은 작가다. 또한 버지니아처럼 자살에 성공하는 인물이다. 여성의 삶에 대한 문제의식만으로도 영화는...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습니다.   • 이번에 '영화대로42길'로 가는 법은 '같은 영화 다른 이야기' 컨셉입니다. 그 첫 번째 영화는 <디 아워스>(2002)입니다.        불안은 어디에서 오는가 - 스티븐 달드리 감독의 <The Hours(2002)>       <디 아워스>는 1923년 영국 리치몬드에서 소설 〈댈러웨이 부인〉을 집필 중인 버지니아 울프와 1951년 미국 LA의 풍요로운 일상에서 <댈러웨이 부인>을 읽는 로라 그리고 2001년 뉴욕의 출판 편집인으로 별명이 ‘댈러웨이 부인’인 클라리사의 ‘어느 하루’를 교차 편집하며 보여준다. 버지니아와 로라가 살았던 때는 여성의 사회진출이나 동성애 자체를 감추어야 했던, 혹은 전쟁 직후의 경제 번영 속에서 미국 전체가 가부장제 질서를 견고히 하던 시대였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 직후의 삶을 살았던 앞의 두 여성과는 달리 2000년대의 클라리사를 둘러싼 사회환경은 많이 달라져 있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시대를 관통하는 정서가 있었다. 그것은 불안이다.     각각 버지니아, 로라, 클라리사로 분한 니콜 키드먼, 줄리언 무어, 메릴 스트립의 뛰어난 연기는 오늘날 여성의 삶으로 중첩되기도 하고 미묘하게 어긋나기도 한다. 여기서 리처드라는 인물의 등장은 의문을 낳는다. 그는 로라의 아들이자 클라리사의 첫사랑이며 버지니아와 같은 작가다. 또한 버지니아처럼 자살에 성공하는 인물이다. 여성의 삶에 대한 문제의식만으로도 영화는...
띠우 2024.02.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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