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거> 줌 세미나 2회차 후기

서인
2022-05-25 19:18
222

<헝거> 줌세미나 두 번째 시간은 저번 시간보다 더 희망적인 이야기로 시작했다. 우리는 록산 게이가 치유 되는 과정을, 아니 치유가 될 수 있다고 믿는 과정이 책을 통해 드러나는 것을 이야기 하였다. 록산 게이가 그 사실을 직시하게 된 계기는 위경련으로 넘어지고 그렇게 다친 발로 병원에 가게 되면서였다. 그녀는 자신을 향한 주변 사람들의 걱정으로 인해 자신이 받고 있었던 사랑을 추상적인 개념이 아닌 실제 하는 개념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내가 사랑하고 날 사랑하는 사람들을 고통스럽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인생을 돌보아야 하며, 자기 자신을 중요하게 여길 책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마침내, 록산 게이는 치유란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며, 먼저 내 스스로 내 몸을 돌보고, 내 몸과 더 인간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라는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가 이 사건만을 계기로 변하게 된 것은 결코 아니었다. 록산 게이는 요리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은 보살필 가치가 있다’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였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안에서 자신은 충분히 이해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결론도 얻었다. 록산 게이의 이야기는 자기혐오에서 벗어나 자신을 치유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하고, 치유란 결코 쉽지 않음을 다시 한번 우리가 느끼게 해준다.

 

세미나에서 나온 첫 번째 질문은 과연 우리가 자기혐오에서 탈출하는 것이 가능한 지, 그렇다면 어떻게 탈출 할 수 있을지에 관해서였다. 누군가는 하나가 아닌 다양한 경험들을 겪으면서 자기혐오를 이겨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반복적으로 느끼면서 말이다. 그러면서 그 자신 또한 사소한 경험들을 통해 스스로의 자기혐오를 지워나갔다고 이야기했다. 또 다른 사람은 자기혐오는 나 자신만이 아닌 세상과의 싸움이기도 하다고 했다. 과연 나는 통제 할 수 없는 주위 환경과 주변 사람들이 내 몸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 할 수 있을까?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인식의 개선이 필요 할 것 같다. 내가 바뀌는 것도 어렵지만 세상이 바뀌는 것은 더 어렵다. 그러나 세상이 바뀐다면 자기혐오를 만드는 굴레를 완전히 끊어버리는 것도 가능 할 것 같다.

 

두 번째 질문은 고백적 글쓰기에 관한 것 이였다, <헝거>는 록산 게이 자신과 그 몸에 대한 솔직한 고백이다. 우리는 이 솔직한 고백적 글에 관해 이야기를 했다. 자신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은 쉽지만, 자칫 그 글은 감성 팔이, 사연 팔이가 되기도 쉽다. 그런 점에서 록산 게이의 글은 놀랍다. 수치심을 느낀 시간들에 대한 고백을 그 어떤 프레임도 씌우지 않고 날 것 그대로 이야기하는 것은 분명 저자에게도 힘든 과정이었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록산 게이는 해내었고, 자신의 표현에 따르면 ‘상처받고 인간적인 자신’을 풀어 놓았다. 고백적 글쓰기라는 것은 자신을 마주하는 것이다. 어떤 잣대도, 거품도 모두 걷어내고 ‘나’를 마주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런 글쓰기를 통해 나를 인정 할 수 있는가를 고민했다. 누군가는 고백적 글을 쓰면서 나를 마주하고, 누군가는 내가 어떤 일들을 겪어 왔고, 겪고 있는지에 대해 알게 되었다고 했다. 흔히들 고백적인 글을 쓰면 뭔가 성취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나의 잘못과 생각을 쓰고 느끼면서 말이다. 하지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있는 그대로를 마주하고, 알고, 인정하는 행위를 한다는 것 자체가 아닐까? 고백적 글쓰기는 잊고 싶은 경험을 쓰고, 마주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모두 록산 게이의 책 <헝거>에 관해 부제를 붙이며 각자의 생각을 이야기 했다. 이 책은 배고픔, 갈망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 갈망은 다양한 방법으로 표출되며, 록산 게이의 경우에는 식욕이었다. 세미나에서 우리는 이 ‘허기’가 ‘이해받고 싶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이야기했다. 사람들은 누구나 이해받고 싶어 하고, 나 자신을 위로하고 싶어 한다. 인간은 욕망의 동물이라고들 한다. 욕망은 어떤 폭력으로부터 발생하기도 하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발생하기도 하며 그냥 저절로 생기기도 한다. 욕망이 생기고 갈망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럽다. 중요한 것은 이 갈망을 어떻게 표출하느냐이다. 갈망을 인정하지 않고 숨기려고 하면 그건 반드시 다른 방향으로 나오기 마련이다. 이것은 나의 몸을, 마음을 병들게 할 수 있으며 또 다른 종류의 갈망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헝거>는 갈망하는 나의 정신과 나의 몸을 파헤치면서 나의 욕망을 깨닫고, 정리하고, 인정하는 과정의 연대기이다. 몸은 항상 각자의 ‘헝거’를 가지고 있으며 그것을 다루는 것은 세밀하고, 까다로운 과정이다. 허기를 인정하는 것은 때론 부끄러울 수 있지만, 그것은 건강하게 표출 되어야만 한다. 내 안의 허기를 인정하고, 알게 되면서 우리는 더 건강한 욕망과 그것의 표출로 나아 갈 수 있을 것이다.

 

록산 게이는 자신의 몸이 타인을 이해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고 한다. 자신이 겪은 몸의 괴로움이 다른 사람들의 고통도 고민할 수 있게 해 주었다는 것이다. 록산 게이는 자신의 몸을 혐오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깨달음을 준 그 몸이 감사하다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완벽 할 수 없으며, 그럴 필요도 없다. 그리고 나의 헝거는 다른 이의 헝거를 이해하는 밑바탕이 되기도 한다. 정말 아름다운 과정이 아닐 수 없다. 나도 그 과정의 일부가 되고 싶다. 어쩌면 우리가 완벽하지 않은 건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자기 인정의 종착점은 타인에 대한 이해일지도 모른다.

댓글 5
  • 2022-05-25 19:54

    서인아^^ 이렇게 꼼꼼 차분히 <헝거>를 읽고 세미나에서 나눈 이야기를  들려주다니^^

    서인이의 음성지원이 되는 듯 하다~~~

    <헝거>를 만난 결론으로

    "어쩌면 우리가 완벽하지 않은 건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자기 인정의 종착점은 타인에 대한 이해일지도 모른다."

    에서 뭉클해짐~~~

    서인아~~ 열 여섯에 다시 만나 함께 공부해서 기쁘고 기특하고^^ 아~~ 좋네~~

    기회가 되면 또 함께 공부하자~~~

  • 2022-05-25 20:10

    늑대님! 자기 혐오로 시작해 스스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작은 성취감과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로 우리의 세미나가 마무리될 수 있어 너무 흐뭇했어요^^ 줌으로 들려오는 늑대님 목소리가 많은 기여를 했어요! 고마워요~~

  • 2022-05-26 07:29

    서인, 리스펙^^👍

  • 2022-05-26 07:51

    서인님 말처럼 자신의 헝거를 인식하고 타인의 헝거를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덕분에 풍성한 세미나였어요~~~^^

  • 2022-05-26 09:37

    자분자분 단정하게 서인님의 후기 들려주어서 고마워요~

    "어쩌면 우리가 완벽하지 않은 건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자기 인정의 종착점은 타인에 대한 이해일지도 모른다."

    자기혐오에서 자기 인정으로 타인 이해로 이어지는 따뜻한 마무리가 마음에 울림을 주네요~^^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193
[수면장애편]10월 23일 줌게릴라 세미나 <시간의 향기> 공지
관리자 | 2023.10.16 | 조회 303
관리자 2023.10.16 303
192
[리뷰 오브 대사증후군④] 당신도 느리게 나이들 수 있습니다 (5)
자작나무 | 2023.05.24 | 조회 280
자작나무 2023.05.24 280
191
후기 [만성질환에 대한 최근의 의학적 이해]를 듣고 생각한 것들 (7)
정군 | 2023.05.23 | 조회 354
정군 2023.05.23 354
190
일리치 약국에 놀러와_ 게릴라세미나 [병든의료] 2회차 후기 (2)
정의와미소 | 2023.05.20 | 조회 197
정의와미소 2023.05.20 197
189
[리뷰 오브 대사증후군③] 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 (5)
나래 | 2023.05.17 | 조회 326
나래 2023.05.17 326
188
[리뷰 오브 대사증후군②] 아픈 자 돌보는 자 치료하는 자 모두를 위한 의료윤리 (3)
블랙커피 | 2023.05.10 | 조회 275
블랙커피 2023.05.10 275
187
<일리치약국에 놀러와 5회 고혈압/당뇨/고지혈증편> 후기 (2)
김지연 | 2023.05.05 | 조회 246
김지연 2023.05.05 246
186
[리뷰 오브 대사증후군①] 외로운 사람끼리 배추적을 먹었다 (7)
인디언 | 2023.05.03 | 조회 347
인디언 2023.05.03 347
185
5월 1일 줌게릴라세미나 1차시 공지
겸목 | 2023.04.25 | 조회 183
겸목 2023.04.25 183
184
[2023 인문약방 양생캠프] 드디어 일주일 후로 다가왔습니다. (필독! 최종공지) (2)
문탁 | 2022.12.31 | 조회 398
문탁 2022.12.31 398
183
12월 29일(목) 저녁 7시반 - 기린 북콘서트에 초대합니다
인문약방 | 2022.12.23 | 조회 498
인문약방 2022.12.23 498
182
2023 사주명리 강좌 - 'MBTI보다 명리학' (15)
둥글레 | 2022.12.02 | 조회 1184
둥글레 2022.12.02 1184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