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모더니티> 15회 후기

명식
2018-06-05 00:34
294
 
 오늘은 <돈의 철학> 제 4장, 개인의 자유 1절에서 3절까지를 다루었습니다.
 
 이 장에서는 화폐가 자유 개념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가를 설명하고 있으며 특히 인격-존재 개념과 소유 개념이 맺는 관계가 중요한 듯 보입니다. 정확히는 인격-존재 개념과 소유 개념의 분화 과정에 관한 것입니다.
 우선 그는 자유를 ‘실제로는 하나의 의무가 다른 의무로 교체되는 해방 과정’이라고 말하면서 자유를 세 가지 등급으로 나눕니다. 1) 권리자의 권리가 직접적으로 의무 이행자에 관련되는 것 = 완전한 구속 2) 의무 이행자의 노동 생산물에 관련되는 것 = 어느 정도의 자유 3) 생산물 자체에만 관련되는 것 = 상당한 자유. 화폐경제의 발달사, 특히 조세제도의 발달사는 이것을 그대로 따라갑니다. 그리고 이는 바로 인격-존재와 소유의 분화 과정이기도 합니다. 
 
 소유에 대한 짐멜의 정의는 상당히 독특합니다. 그는 소유가 ‘상태’가 아닌 ‘행위’, 나름의 자격을 지닌 주체와 객체가 각자의 힘 및 특성을 상호작용하는 행위라고 규정합니다. 따라서 소유물이 근본적이고 효과적으로 소유될수록 소유는 주체의 내면적 외면적 본질에 강렬한 영향을 행사합니다. (화폐가 중간에 끼지 않았을 때) 우리가 농장을 소유하기 위해 농장에 대하여 알아야하고, 결국은 농부가 되어가는 것처럼요.
 헌데 화폐는 전적으로 경제적인 가치이면서도 지극히 특수성이 낮은 소유 객체로서 이러한 관계로부터 자유롭습니다. 돈은 존재에 영향을 받지 않고서도 소유 가능한 객체이며, 따라서 존재와 소유를 분리할 수 있는 힘입니다. 더하여 소유에 대한 또 하나의 정의 - 자아의 의지를 사물에 각인시키는 것  - 에서도 돈의 지위는 독보적입니다. 일반적인 사물은 사물 그 자체의 한계로 인해 자아의 의지를 각인시키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돈은 텅 빈 기표로서 의지가 각인코자 하는 모든 형식과 목적에 쉽게 순응합니다. 비록 그 자신만으로는 어떤 특정한 형식도 ‘만들어’ 낼 수 없긴 하지만 말입니다. 이처럼 화폐는 소유와 존재의 분리를 가능케함으로써 개인의 자유에 크게 기여합니다.
 * 여기서 돈이 자아의 의지를 가장 완벽하게 각인시킬 수 있는 객체라는 점 - 가장 완벽한 자아의 확장을 체험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은 상품 그 자체보다 구매 행위에서 쾌락을 느끼는 쇼핑 중독자들의 특성을 설명할 수 있게 해줍니다. 이것은 최근 유행하고 있는 몇몇 라이프 스타일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힌트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분석 이후 짐멜의 시선은 약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지점들이 있습니다. 화폐가 주체와 소유 객체의 공간적 분리를 만들어내어 (회사의 주주, 소작을 준 지주 등) 소유자 뿐 아니라 소유물에게도 고도의 독립성을 부여한다는 분석, 노동자가 화폐 등가물에 기초하여 정확하게 규정된 노동을 제공하면서 ‘인격 자체’는 자유로워진다는 분석, 경영자도 오직 돈이라는 매개체로 관계를 맺는 소비자들을 위해 생산함으로써 객관화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다는 분석 등이 그렇습니다. 이러한 구절들은 논리와 현상의 차이를 잘 곱씹어가면서 여러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2부로 접어들면서 짐멜이 주는 현대사회 분석의 아이디어 소스가 점점 더 늘어나는 느낌입니다만, 그만큼 충돌하는 지점들도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끝까지 읽었을 때 짐멜의 생각과 저희가 지닌 관점 사이에 얼마나 많은 차이가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댓글 2
  • 2018-06-05 16:16

    깔끔한 정리네요!

    충돌과 수용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느라 더 힘든 <돈의 철학>인 거 같군요 ㅠㅠ

    사실은 돈을 둘러싼 우리의 태도도 그런 거 같구요

  • 2018-06-05 16:35

    개인적으로 저번주에 충돌했던 '자유'에 관련된 내용들이

    5장에 친절하게 잘 설명되어 있네요...

    그래서 끝까지 읽어봐야 한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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