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노자 5회차 후기

오영
2018-07-03 18:35
235

작년에 몇 번씩이나 읽었던 책인데 이번에 다시 읽으니 모든 것이 무척 새롭다.


무엇을 놓치고 잘못 이해했는지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무수히 많은 구멍들이 여기저기서 드러난다. 


덕분에 처음 스피노자를 공부하면서 겪었던 오해와 혼란, 짜증과 원망이 결국은 


나의 무지 탓이었음을 깨달았다. 


지금은 뚜렷이 보이는 그 구멍들을 그땐 왜 보지 못했던 것일까?


그건 그때 내가 사로잡혀 있던 것들 때문일 것이다. 보고 싶어하는 것들 때문에 정작 봐야 할 것은


보지 못했다. 


스피노자에게서 나는 무엇을 찾았던 것일까? 그건 정답 혹은 비법이었다.


정작 스피노자는 내게 줄 정답을 갖고 있지 않았는데 말이다. 그는 그가 직면했던 난점들을 끝까지 밀고 나갔을 뿐이다.


그가 고민하고 풀어가려고 했던 작업을 통해 우리는 현재 우리가 직면한 과제를 직시하고 그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를


고민했어야 하는데 난 그의 비법을 전수받기만 바랬던 것이다. 


그러니 스피노자의 아포리아 앞에서 우왕좌왕, 도대체 뭔 소리를 하는 거냐고 댓거리를 하다가 제풀에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물론 여전히 스피노자를 붙들고 씨름하며 끙끙거리고 있기는 하지만...


조급하진 않다.




이번 세미나에서 인상깊었던 것은 '정치적인 것의 자율성과 정치의 타율성'이었다.



'대중들의/대중들에 의한 공포'로 표현되는 대중들이 지닌 양가적 역량은 단번에 해결되기 어려운 아포리아이다.


이를 직시하고 현실에서 당면한 정치적 과제를 해결해가는 데 있어서 '정치적인 것의 자율성과 정치의 타율성'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과연 우리는 스스로를 통치할 수 있는가, 우리의 역량은 실질적이 될 수 있는가하는 고민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개체들은 잠재적인 해체와 파괴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서로 변용되고 변용시키면서 뒤섞이며 자율적인 통일체로서 공동체로


재합성된다.


이 같은 관개체성의 관점에 따르면, 개체의 역량의 증대와 공동체의 역량의 증대는 원리상으로는 대립하지 않지만,


실존적으로는 항상 해체의 위험을 지니고 있다. 이성적 인식으로 나아가는 화합의 장소인 동시에 불화의 장소이기도


공동체는 그래서 늘 불안하다. 


개체 자체가 끊임없이 부분들의 교환으로 재생산되어야 하는 역동적인 존재인 한, 외줄을 타는 것과 같은 불안과 균형


사이의 위태로움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그 외줄타기를 피할 수 없다면 즐겨야 할까?   

  

댓글 3
  • 2018-07-03 19:32

    오늘 아침 나오면서 라디오에서 샤갈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결혼식 춤추는 커플 염소를 그리고 있는 그의 그림들의 대상들은 대부분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다

    유대인으로서의 정체성이 주었던 수난과 압박감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샤갈의 무의식이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특히 주목한 것은 서커스하는 사람이라고 하는데

    줄타기의 긴장을 느낄 줄 아는 사람들의 기쁨이 있지 않을까?

    줄을 타봅시다 아슬아슬하게~

  • 2018-07-03 21:42

    '정치적인 것의 자율성'을 말하는 계약론과 자유주의 전통을 넘어서는 것,

    '정치의 타율성'을 말하는 경제적 계급-주체의 입장을 넘어서는 것,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고 말하기는 쉽지만

    과연 스피노자를 통해 이론적으로 실천적으로 이 둘을 넘어설 수 있을까, 

    네그리의 '영원한 민주주의'와 '다중의 군주되기'가 그 대답이 될 수 있을까?

    혹은 발리바르의 '자유평등명제'와 '시민성(시빌리테?)'이 그 대답이 될 수 있을까? 

    우리가 말해온 삶정치가 근대정치의 대안이 될 수 있는지, 

    삶정치를 어떻게 말하고 행해야 하는지 더 밀고 나가봐야 할텐데.. 

    좀 더 담대하게 문제설정을 해야 하는건 아닌지.. 여전히 어렵군요.

  • 2018-07-04 16:00

    이후 일정입니다. 참고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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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13일 에세이 개요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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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시즌3 에티카 5824~921

    에티카 강독(참고: 네그리 민주주의와 영원성, 마트롱 이성의 역량)

    에티카 5부 에세이 921

     

    3. 시즌4 파이널 에세이

    나는 고수다 10824~1026

    에세이 준비 10~11

    에세이 데이 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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