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노자의 뇌> 2회차 후기

새털
2018-06-14 21:20
337

<스피노자의 뇌> 2회차 후기가 많이 늦었다.

이렇게 후기가 늦어진 데에는 그만한 사정이 있다. 

스피노자를 공부하며 스피노자연구서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마트롱, 발리바르, 네그리, 내들러 그리고 올해는 들뢰즈! 이들의 정리와 문제제기로

스피노자의 개념들이 좀 이해될 것 같은 느낌(이건 그냥 느낌일 뿐이지만^^)이 들 때

공부를 계속해나갈 수 있는 '재미'가 쌓이게 된다. 

내가 안토니오 다마지오의 <스피노자의 뇌>를 산 건 몇 년 전이다.

스피노자와 관련된 책은 일단 사고보던 때에 구입은 했지만,

뇌과학과 신경의학과 관련된 용어들에 엄두가 안 나서 책꽂이 한켠에 그냥 꽂아두고만 있었다.

그 책을 이번 시즌 세미나를 하게 되었는데....

1장에서 필자 안토니오 다마지오가 네덜란드의 스피노자가 살았던 집을 찾아가는 부분을 제외하고

(올여름 스피노자의 집으로 여행간다는 여울아를 떠올리니 질투심에 불타 더 생생하게 읽힌 것 같은 느낌도 있다)

이 책은 내 기대와 달랐다. 

스피노자의 <에티카>를 생물학적 용어와 의학적 용어로 번역해서 들려주는 듯한 느낌(이것도 느낌에 불과하다!!)에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지 방향을 잡기 힘들었다.

후천적인 뇌손상으로 뇌의 일부기능이 떨어지게 된 환자 가운데

지능의 영역에는 전혀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종합적인 판단이나

윤리적 행동에 있어 적합한 선택을 하지 못하는 이들에 대한 사례는

인지뿐 아니라 감정이 이성적 판단과 행동에 필수적인 요소임을 

의학적이고 과학적으로 밝혀주고 있어 흥미로웠다. 

흔히 이성의 기능을 감소시키는 것이 감정과 정서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오히려 감정과 정서의 신호가 작동하지 않을 때 이성의 기능은 제대로 발휘되기 어렵다.

그러니 감정이 없어 냉철한 법적 판단에 유능하다는 설정의 조승우가 나온 드라마는 문제가 있다.

감정이 없으면 정말 이성적 판단을 하기 어렵다.

올바른 삶을 위해서는 이성과 함께 감정과 정서의 작용이 모두 필수적이다.

이 내용은 기존의 철학자들과 달리 스피노자가 <에티카> 3부에서 다루고 있는 부분이라

특히 눈에 들어왔다.

안토니오 다마지오는 이런 감정과 정서의 기능을 개인뿐 아니라 좀더 넓은 범위의 공동체에도

적용해 사회의 항상성으로 다룬다. 사회의 윤리와 제도가 개인의 감정과 정서와 같이

사회 전체를 유지하기 위해 '조절의 정도'를 세심히 살펴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런 부분은 사실 상식적인 수준의 논의들이다.

이것을 의학적이고 생물학적 버전으로 한 번 더 반복한다는 것이 나에겐 의미있게 다가오지 않았다.

세미나에선 이에 대해 물론 찬반의 의견이 나누어졌다.

뇌과학자가 자신의 영역에서 스피노자의 철학을 적용해보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지 않은가?

스피노자의 철학에서는 모호했던 부분이 좀더 명료하게 정리되어서 좋았다 등등의 호의적 의견들과

뇌와 뇌가 아닌 부분으로 나누고 있는 듯한 '뇌중심주의'의 혐의가 느껴진다

또는 사회적인 문제를 생물학적으로 환원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 등등의 반감의 의견들이

오고갔다. 

이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스피노자의 뇌> 세미나는 내일로 끝을 맞게 된다.

이런 뇌과학자가 있다니....존경스러운 마음도 분명 있는데, 그에게 '불평불만'만 늘어놓은 것 같아 미안하다.

아마도 몇 년 전 이 책을 읽었다면, 훨씬 더 유익하다는 생각을 하며 읽었을 것 같다.

그 사이 이것저것 주워들은 것이 많아 어지간한 것에는 성이 안 차는 '시건방'을 떨고 있다. 

그러니 이 책은 몇 년 전에 읽었어야 했다. 이게 다 어긋난 인연 탓이라고 변명해본다. 

이 책을 읽으며 나에게 남은 문제의식은 있다. 감정과 정서는 뭄과 마음 두 영역에서 모두 일어나는 일이고,

몸과 마음을 이어주는 교량이기도 하다. 감정과 정서의 이해 없이 우리는 몸과 마음, 신체와 정신에 대한 올바른 인식에

이르기 어렵다는 점이다. 감정과 신체, 우리가 감각할 수 있는 두 지점을 발판으로 우리는 파악하기 어려운 정신에

좀더 가까이 접근해갈 수 있다. 나의 불만과 나의 낮잠으로 나의 정신을 추론해봐야겠다. 

댓글 10
  • 2018-06-15 00:40

    아직 아무도 메모를 안 올리고 있군요. 결석계를 올리려 들어왔는데 말이죠. ㅜ.ㅜ.

    지난 주만 해도, 아니 어젯밤만 해도 제가 오늘 결석계를 올릴 줄은

    전혀 짐작하지 못했어요. 

    메모하느라 잠 못 이루는 친구들에게 미안하네요.

    서두가 길었지요?  

    어젯밤에 시아버님이 입원하셨어요. 심각한 질병(심각해질뻔했으나 좀 우픈 사연이..)은 아니지만

    일시적으로 거동이 불편하신 상황이라 오늘, 내일 병실을 지켜야 해서요. 

    지난 주에 이어 이번 주 결석까지... 일련의 상황들, 뭘까요?  

    집에 오는 길에 자누리샘에게 한 번 무슨 기운인지,  주역 괘를 풀어봐달라고 해볼까 아니면 

    둥굴레에게 타로점을 쳐달라고 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암튼 세미나 결석 양해부탁드립니다~

  • 2018-06-15 01:54

    음.. 아침에 읽어보면 어떨지 모르겠군!

  • 2018-06-15 02:56

    올립니다..

  • 2018-06-15 05:26

    아니 왜 여기에 올린거에요??

  • 2018-06-15 05:55

    올려요

  • 2018-06-15 07:46

    올려요

  • 2018-06-15 08:15

    올립니다. 

  • 2018-06-15 08:30

    다시 올립니다

  • 2018-06-15 08:37

    .

  • 2018-06-15 09:34

    정서에 대한 기초 상식1.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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