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차 후기-스피노자의 평행론(역능과 신관념)

여울아
2018-03-20 05:33
313

우와~ 읽어도 읽어도 모르겠는 들뢰즈의 스피노자, 지난 시간 4, 5, 6, 7장까지 마쳤습니다.

블랙커피님이 몸살로 쉬었는데, 병원 다녀와 몸조리 잘 해서 완쾌했는지 궁금합니다.
지난 겨울 감기는 아주 오래 갔는데, 봄 감기는 좀 어떠한지 소식전해주세요~

먼저 스피노자는 데카르트의 신존재증명이 무한하게 완전함이라는 신의 고유성을

신의 본질과 혼동했다고 비난한다. 데카르트는 불완전한 인간은 근본적으로 신과는 등급이 다른 존재라고 주장한다. 

이에 비해 스피노자는 인간이 얼마나 신적일 수 있는가를 역능의 차원에서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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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 들뢰즈가 거울과 씨앗의 비유를 드는데, 좀 혼동을 가져왔죠.

씨앗은 나무 전체를 표현하는 발생론적 원인으로서의 비유라는 것에는 일치했는데,

거울의 비유에 대해서는 서로 의견을 달리했지요.

제가 다시 그 단락(표현주의 철학(112p))을 읽으며, 우선 이들 비유가 들뢰즈로부터 온 게 아닌 걸 알고 좀 찾아봤더니.

라이프니츠가 인간의 영혼과 정신에 대한 구별을 두면서 영혼은 (우주의)거울이며,

여기에 이성을 더 한 것이 정신이며, 마치 완전한 씨앗처럼 이성을 포함하고 있다고 비유하네요.  

그런데, 들뢰즈는 이 동일한 비유를 가져와서 속성을 설명해냅니다.

관점에 따라 속성들은 실체의 본질을 거울처럼 이미지로 표현하기도 하고

속성들이 씨앗처럼 나무의 본질이 감싸여 있듯이 구성된다고도 합니다.

전자는 거울의 반사 기능을, 후자는 씨앗의 발생적 원인 측면이 강조된 예입니다^^

저는 이 둘은 각각 인식론적 관점과 존재론적 관점의 차이를 설명하는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속성의 재현이냐 표현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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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6(나는 절대적으로 무한한 존재자, 곧 각자 영원하고 무한한 본질을 표현하는, 무한하게 많은 속성들로 구성된 실체를 신으로 이해한다.)
정리11(~ 무한하게 많은 속성들로 구성된 실체는 필연적으로 실존한다.)

신은 절대적으로 무한한 존재로 정의할 때 존재 유무를 선택적이 아니라 필연적으로 구성한다고 정의한다.

이로써 완전함은 본성을 연역하지는 않지만 본성은 그 자체로 완전해진다.

스피노자는 데카르트의 후험적 신존재증명으로부터 신관념을 가져와 변형한다.

즉, 신관념은 절대자로부터 전달받은 무한한 사유 역능이며, 이로써 양태들은 신의 역능을 부분적으로 표현하게 된다.

이때 관념에는 이미 (표상적)실재가 포함됐으며, 실재 역시 관념을 포함한 형상적 실재이다.

이들 관념과 실재는 서로 독립적이면서도 하나의 질서가 있다는 스피노자의 발견은 "평행론"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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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여기서부터 저는 놀라게 됩니다. 제가 그동안 이해한 스피노자의 평행론은

인간이 사유속성과 연장속성, 관념과 실재에 대한 복합체라는 정도였거든요.

그런데, 이 결과에 도달하기 위해서 스피노자는 인식론 관점을 통과해 설명하고 있다는 것.

즉, 인간이 존재한다 치자, 로 시작하는 게 아니라 존재하는 인간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의 문제로부터 출발한다는 것.

이때 속성은 동일성(질서/연결/존재)의 원리로 파악된다.

이때까지도 관념과 대상 사이의 관계에만 적용되는 인식론적 평행론으로 설명된다.

하지만 신관념으로부터 온 사유역능은 대상들(실체와 양태들) 간의 존재론적 평행론으로 이행하는 열쇠가 된다.

신관념을 매개로 표상적 필연성(신의 본질을 표현하는 모든 속성들에 의해 구성됨)은 실체의 절대적 통일성과 연관되고

신의 형상적 가능성(무한지성안에서 이해되지만 각 속성속에서 표현하는 양태들에 의해 구성됨)은 변양의 양태적 통일성과 연관된다.

신관념은 이 두가지 측면을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실체와 양태를 잇는 매개 역할을 할 수 있다.

스피노자의 평행론은 정신이 신체의 관념이기 때문에 신체의 한계로 인한 유한성의 문제가 아니라

무한지성으로부터 연유한 정신이 신체의 관념을 어떻게 무한하게 구성하느냐의 문제라는 놀라운 사실.

제가 평행론을 단단히 오해하고 있었습니다!!! 정말 이런 줄 몰랐습니다.

댓글 2
  • 2018-03-21 00:18

    흠. 전 아직 잘 모르겠는데, 아주 어려운 부분의 발제를 맡아주신 여울아샘은 뭔가 많은 것을 아신듯 하네요.ㅎㅎ

    고생많으셨고요~ 매주 여전히 복습하시는 모습이 아주~ 보기에 좋습니다! 화이팅이요~~

    어쨌거나 들뢰즈가 7장에서 무지 복잡하게 사유역능과 사유속성을 설명하는 것은...

    연장이나 다른 속성들과는 다르게 독특한 사유속성의 특성을 다른 철학자들이 너무 우월한 것으로 설명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네요.

    사실은 우월한게 아니라, 역능의 동등성으로부터 그리고 속성들의 동등성으로부터 자연스레 그렇게 흘러나오는 것일 뿐이다!

    그런데...데카르트에 맞서는 건 알겠는데...들뢰즈가 라이프니츠에 왜 집착하는 것처럼 보이는건 왜그런지...그걸 아직 모르겠어요~ 

    • 2018-03-21 09:16

      스피노자와 라이프니츠가 공통으로 딛고 선 반데카르트주의를 드러내기 위하여,

      또 '표현'의 중요성을 강조한 철학자로서 라이프니츠를 소환하는 것 아닐까요?

      들뢰즈의 <표현의 문제>를 읽다보면 스피노자보다 오히려 라이프니츠가

      더 명시적으로 데카르트를 비판하며 자신의 철학을 전개했구나, 싶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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