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공개강좌> 고미숙의 동의보감 리라이팅

관리자
2011-12-22 12:32
3876

인문의역학 세미나의 출범을 맞아

고미숙샘의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 >  공개강좌를 엽니다.

 

시간 : 1월10일 (화) 저녁 7시반

장소 : 문탁네트워크 강의실

 

==========================================

 경향신문 서평 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10281950225&code=900308

 

[책과 삶]질병을 통하여 생명과 우주를 이야기하다

                                       김풍기 | 강원대 국어교육과 교수
 

 

▲동의보감-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고미숙 | 그린비

보약 한 재 지어 먹어본 적 없는 사람도 <동의보감>이라는 책 제목은 알고 있다. 소설이나 드라마를 통해 허준의 이름도 익히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그 책을 펼쳐본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가 고전을 대하는 태도는 언제나 십대 초반에 머물러 있기 일쑤여서, 저자와 제목을 열심히 외우지만 책의 내용이 무엇인지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마치 <춘향전>을 읽어본 적 없는 사람이 그 작품을 읽어본 적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대부분의 고전은 단순 지식수준에서 우리에게 남아 있을 뿐이다. 그러니 고전이 우리 삶에 영향을 끼친다는 소박한 명제는 많은 사람들에게 해당되지 않는다. 그런 맥락에서 <동의보감> 역시 읽히지 않는 고전이라 할 수 있다. 물론 한의학 분야에서야 언제나 책상머리에 놓아두고 참고하겠지만, 그 바닥에서 한걸음이라도 떨어져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접해볼 일이 없다.

인간은 ‘몸’을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는 존재다. 몸은 영원불변한 것이 아니어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부단한 운행을 한다. 그 사이에 다양한 변화를 일으키는데, 가장 쉽게 우리 삶에서 포착되는 변화는 ‘질병’이 아닐까 싶다. 콧물 훌쩍이게 하는 미약한 건강이 존재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우리 몸은 병과 떨어질 날이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으며’ 열심히 인생을 살아간다. 세속에서의 바쁜 나날은 몸을 돌아볼 기회를 빼앗는데도, 그 사이클 속에서 숨가쁘게 돌아가는 중생들은 그게 건강하고 보람찬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문제의식은 거기서 시작된다.

 

이미 전작에서 증명했듯이 고미숙(51)의 글은 동아시아의 고전부터 서양근대 철학을 넘나들면서 그 자신의 리듬을 가진다. 전혀 주목하지 않았던 구절을 드러내 거기에 생각의 두께를 덧입히고 인생사의 복잡한 사연을 담는다. <동의보감>에서도 정밀한 판단과 처방을 발견하는가 하면, 흥미진진한 서사와 즐거운 민담의 세계를 드러낸다. 그러는 사이에 우리는 생경하고 엄숙한 의학을 벗어나 인생의 희로애락을 유영하고 있는 의학을 발견한다. 일상이 우리를 병들게 하지만 동시에 일상이 우리의 병을 낫게 한다는 것을 알고 무릎을 친다.

우리 삶에서 소외됨으로써 의사들의 전문분야가 된 의학은, 근대 이전의 지식인들에게는 일상의 여러 교양 중의 하나였다. 선비들의 집에 의서 몇 권 없는 집이 없었고, 간단한 약방문 작성하지 못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성리학이 이 땅을 지배하던 시절에도 몸은 마음과 함께 언제나 공부의 중요한 두 축 중의 하나였다. 몸과 마음은 둘이면서 하나였으므로 마음을 수양하는 바탕에는 몸에 대한 관심과 단련이 전제되기 마련이었다. 누가 아프다고 하면 그 증상을 살펴서 처방을 할 수 있는 기초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그런 행위는 불법이 됐다. 이런 사정을 근대 이전에는 병원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간단히 치부할 수 있을까. 오히려 병원이라는 제도가 생기면서부터 자신의 몸과 질병을 다른 사람의 손에 온전히 맡기게 된 것은 아닐까. 내 몸을 내가 가장 잘 알아야 마땅한데 이제는 내 몸을 다른 사람이 가장 잘 아는 세상이 된 것이다.

허준은 17세기 초반까지 축적돼온 의학적 성과를 온전히 받아들여 시대를 대표하는 의서를 편찬했다. 그 안에는 질병이나 약초, 처방에 관한 단편적 지식만 들어 있는 것은 아니다. 유·불·도는 물론 민간에 떠도는 이야기까지 모두 수습해서 차곡차곡 수록했다. 그리하여 허준은 우주로부터 인간으로, 다시 인간의 세부적인 경락이나 장부로 이어지는 거대한 체계를 만들고, 그것에 맞추어 명료하면서도 자세한 분류를 감행한다. 근대의 분류법에 익숙해진 시선으로는 허준의 분류가 낯설고 불편하지만, 그 이치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환자들에게 편리한 방식으로 구성했음을 알 수 있다. 고미숙은 허준이 보여주는 ‘차별성’ 혹은 ‘특이성’을 흥미롭게 드러내면서, 그것이 의학사뿐 아니라 당대 사상사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설명하고 있다. 그의 글을 따라 읽다 보면 어느새 우리는 허준과 마주해 질병과 사람의 몸, 생명과 우주를 이야기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물론 한의학을 전공한 사람들에게는 불편할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세부적인 약방문을 이야기할 때나 구체적인 병에 대해 처방을 제시하는 것은 비록 단편적인 언술이지만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런 차원의 문제제기를 하는 순간, 우리는 고미숙이 펼쳐내려는 중요한 지점들을 놓치게 된다. 단편적 지식을 넘어서 우주, 생명, 인간, 자연 등이 어우러지는 큰 그림을 전제로 해 허준이 <동의보감>을 통해 구성하고 있는 세계관을 파악하자고 제안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파악하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그것을 구체적인 삶 속에서 우리의 몸으로 실천하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는 바로 인간의 마음이다. 고미숙은 마음을 살피고 바로잡는 일이야말로 만병통치약이라는 사실을 믿고 실천하는 것이 <동의보감>을 읽는 보람이라고 했다. “의서를 넘어 자연철학서로서의 <동의보감>”을 읽어야 비로소 이 책은 고전으로서 우리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존재가 된다고 했다.

행간에서 고미숙이 여러 병으로 꽤 고생을 했다는 것, 자기 몸을 대상으로 다양한 실험을 해봤으리라는 것을 유추해낼 수 있다. 그것은 허준의 <동의보감>이 고미숙의 <동의보감>으로 이동하는 하나의 과정이었으리라.

몸속 깊은 곳에 기억돼 마침내 생생한 체험과 함께 실천되는 공부를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면, 이 책은 분명 과거의 <동의보감>을 지금 이 시대에 불러내 인생길의 도반으로 삼도록 권하고 있다.

의학이라는 전문분야에 유폐돼 20세기를 보낸 이 책이 드넓은 교양의 세계로 진출해 많은 사람들의 벗으로 화려하게 재기하게 된다면, 상당 부분은 아마도 고미숙의 공이 아닐까 싶다.

 

댓글 29
  • 2011-12-22 15:24

    오홋!

    고미숙 샘이 동의보감 책을 냈다는 소식을 들은지는 오래이건만

    아직 책을 읽지는 못하였습니다.

    이번에 오랜만에 문탁 나들이를 하신다고 하니..

    기회에 책을 구입해야겠군요.. 저자 사인도 받을 수  있겠지요? ㅎㅎㅎ

  • 2011-12-22 15:26

    강좌 참여 신청합니다. 사인 받으려고 책 샀습니다. ^^

  • 2011-12-22 20:14

    강좌 참여 신청합니다.

  • 2011-12-22 20:25

    책 사실 분 신청하시면

    그날 구입할 수 있도록 해볼께요

    저자 사인도 부탁드려보죠 ^^

     

    책 안사셔도 강의들으러 많이많이 오세요!!!

  • 2011-12-22 23:05

    새해에 몸과 우주에 대한 유쾌통쾌상쾌한 특강을 듣게 되다니...

    기대만빵입니당.^^

  • 2011-12-23 21:39

    저도 가야겠습니다. ㅎㅎ

    • 2011-12-28 16:35

      ㅎ ㅎ 반갑군 !!!

      저는 시간 변경이 가능하면...

      꼬옥 가고 싶어요

  • 2011-12-25 19:55

    강좌도 책도 신청이요!

  • 2011-12-26 23:38

    저도요 ^^  책이랑 강좌...

  • 2011-12-27 11:51

    이런 강의를 듣게 해줘 고맙습니다. 책은 어제 구입했습니다.

    경혈 뜸을 배우며 이론적으로 더 알고 싶었는데... 저한텐 소중한 기회입니다. 감사^^

  • 2011-12-27 15:30

    간만에 문탁 갈 일이 생겼네요.^^

    책은 벌써 구입했는데... 다시 한 번 곰숙샘 말씀 들으러 갑니다.~~~

    • 2011-12-27 19:31

      저와 제 남편 갑니다.아마,아이들도 옆방에서

  • 2011-12-30 10:02

    풍경이랑 신영이랑 신청합니다.

    세빈이는 밖에서 잘 논대요.

  • 2011-12-30 11:51

    저도 가고 싶네요.

    사실 책은 미리 읽고 가는 게 맞는거 같긴한데...^^ 그전까지 동하지 못해서 안 읽으면 구매신청할께요.ㅋㅋ

  • 2011-12-30 16:06

    여성세미나 다음 시즌에 이책을 같이 읽기로 했어요

    저희도 저자 싸인을 받고 싶어요 ㅎㅎ

    6권 부탁드려요   그리고 6분도 저녁에 같이 강의 듣기로 했어요

  • 2012-01-01 13:53

    문탁의 인기강좌, 저도 꼭 듣고 싶어서 신청합니다^^ 책은 그날 살 수 있겠지요?

  • 2012-01-02 12:44

    강좌 신청합니다.

  • 2012-01-02 16:30

    책 20권 주문했습니다

    주문하신 순서대로 일단 챙기고

    나머지는 현장 판매하겠습니다.

    의역학세미나 하실 분 중 아직 안사신 분들은

    필히 신청하셔서 책을 사시는게 좋겠지요?

    책값도 싼데...^^

  • 2012-01-02 20:56

    2명 강좌 신청합니다. 책두요...

  • 2012-01-03 11:47

    지인의 소개로 첨 와봅니다. 강좌와 책 신청합니다

  • 2012-01-03 14:37

    2명 신청합니다. ~

  • 2012-01-03 17:34

    강좌 신청합니다. 책도요~

  • 2012-01-03 18:32

    문탁 강좌에 처음 도전해 봅니다.  지금 신청해도 되겠지요?  책도 함께 신청할께요 

    이웃언니도 함께 갈께요 ^-^

  • 2012-01-03 19:26

    공개 강좌 신청합니다. 책은 이미 구입했습니다. 오랜만에 문탁에 가네요.

  • 2012-01-04 13:06

    책 신청하신분 : 요요, 빛내, 산새, 다라락, 노라(6권), 정연, 최예심(2권), 행복, 라면땅, 마음 

    이제 4권 남았습니다 ^^

    • 2012-01-05 10:13

      제 지인들도 함께 할 수 있겠죠? 4명 함께 합니다.

  • 2012-01-06 00:08

     

    강좌신청 합니다.

  • 2012-01-06 14:14

    책과 강좌 듣기 신청합니다

  • 2012-01-09 14:45

    강좌 신청합니다. 궁금했었는데... 감사해요^^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109
7월 북앤톡 <가치와 화폐, 우리들의 복>
연구기획팀 | 2014.07.22 | 조회 1679
연구기획팀 2014.07.22 1679
108
인쇄용 (1)
김고은 | 2014.07.22 | 조회 1311
김고은 2014.07.22 1311
107
파필랩강좌 - 현재의 역사가, 미셀 푸코 (50)
관리자 | 2014.07.11 | 조회 3184
관리자 2014.07.11 3184
106
6월<북앤톡>질문지 올려주세요 (4)
새털 | 2014.06.22 | 조회 876
새털 2014.06.22 876
105
2014년 여름강좌 <독일 고전주의와 낭만주의문학> (46)
새털 | 2014.06.19 | 조회 3278
새털 2014.06.19 3278
104
<6월 북앤톡> 오토포이에시스와 '미니학교' (5)
문탁 | 2014.06.16 | 조회 1666
문탁 2014.06.16 1666
103
5월북앤톡 <공통체> (1)
새털 | 2014.05.26 | 조회 681
새털 2014.05.26 681
102
5월 북앤톡<'공통체'를 읽다> (7)
연구기획팀 | 2014.05.19 | 조회 1671
연구기획팀 2014.05.19 1671
101
<웹진 호외> '스피노자빠'들이 떴다! (9)
웹진 | 2014.05.07 | 조회 2949
웹진 2014.05.07 2949
100
4월 북앤톡 <플라톤은, 왜?> (8)
연구기획팀 | 2014.04.17 | 조회 1942
연구기획팀 2014.04.17 1942
99
<2014 봄 강좌> 스피노자 : 자유인의 삶을 위한 철학적 전투 (31)
girin | 2014.04.10 | 조회 4363
girin 2014.04.10 4363
98
3월 북앤톡 자누리화장품!!! (6)
연구기획팀 | 2014.03.18 | 조회 1862
연구기획팀 2014.03.18 1862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