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중등인문학교 S2 두 번째 시간 후기

명식
2019-12-23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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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2019 중등인문학교 튜터를 맡고 있는 명식입니다.

  이번 주는 2019 중등인문학교 S2 <집이라는 낯선 곳> 두 번째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주 오지 못했던 서인이와 새로이 합류한 예준이를 더해, 열 명의 친구들이 모두 함께 한 시간이었습니다. 오늘은 모두 함께 영화를 한 편 감상했지요. 어느 콩가루 가족의 이야기, 조나던 데이턴과 발레리 페리스 감독의 <미스 리틀 선샤인>입니다.

 

 

  <미스 리틀 선샤인>은 한 집안의 풍경을 그려내며 시작합니다.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성공하는 사람의 아홉 단계’를 강의하는 아버지는 사실 거의 돈을 벌지 못하는 무능한 아버지입니다. 신경질적인 어머니는 매끼 식사를 KFC 치킨으로 때우려고 하죠. 아들은 부모님이 자신을 비행기 조종사 학교에 보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홉 달째 입을 열지 않고 있습니다. 여기에 동성애인과 학회 그랑프리를 빼앗기고 자살을 시도한 삼촌이 더해지고, 욕쟁이에다 섹드립을 일삼는 할아버지까지 있습니다. 그야말로 콩가루 가족이죠. 그리고 마지막 막내둥이, ‘올리브’가 꼬마 미인대회 ‘미스 리틀 선샤인’의 본선에 진출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미스 리틀 선샤인’의 본선은 캘리포니아에서 열립니다. 그런데 이미 막장인 집안 상황 때문에 거기까지 갈 돈도 없고 부탁할 다른 사람도 없죠. 게다가 내키지 않아 하는 아버지 말고는 운전할 사람이 없습니다. 또 자살을 시도한 삼촌을 집에 혼자 남겨둘 수도 없고, 할아버지는 자신이 올리브에게 장기자랑을 가르쳐야 하니 함께 가야한다고 바득바득 우깁니다. 결국 수많은 고성과 타협이 오간 끝에 가족 모두가 함께 낡고 작은 밴에 타고 캘리포니아까지 차로 가기로 합니다.

 

  그리고 그 여정에서, 상황은 더욱 악화일로로 치닫습니다. 모든 가족들은 자신이 가장 맞닥뜨리고 싶지 않았던 상황과 대면합니다. 아버지는 결국 마지막 희망이었던 책 출판까지 물건너가고 자신이 파산 직전에 몰렸다는 사실을 마주합니다. 삼촌은 자신의 모든 걸 빼앗아간 그 라이벌에게 자신의 비참한 모습을 들키고요. 아들은 자신이 색맹이라는 사실을 - 부모가 허락하더라도 조종사 학교에 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심지어 할아버지는 돌아가시기까지 하고요. 모두가 궁지에 몰려서 서로를 향한 언성을 높입니다.

 

 

  그런데, 그럼에도 그들은 캘리포니아로의 여정을 멈추지 않습니다. 진즉에 모든 걸 포기하고도 남을 최악의 상황이고, 서로를 다독일 여유도 남지 않았는데도요. ‘이것까지 포기해서 정말 실패자가 되고 싶진 않다’는 발악과 여기까지 왔으니 될대로 되라는 마음, 그러한 관성들이 그들을 캘리포니아로 이끕니다. 결국 가족은 <미스 리틀 선샤인> 대회장에 간신히 도착해, 올리브는 마지막 공연을 펼치는데……그 기상천외한 공연이 대단원을 장식합니다.

 

 

 

 

  이 영화에서 주목할 것, 그리고 영화를 다 본 후 우리가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은 어떤 ‘다움’의 이야기였습니다. 가족다움. 아빠는 아빠다움, 엄마는 엄마다움, 아이들은 아이들다움. 그 ‘다움’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어떤 ‘이미지’이자,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마땅히 수행해야 한다고 여겨지는 ‘책임’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우리 눈에 이 가족이 콩가루 가족으로 비치는 까닭은 이들 모두가 그 책임을 제대로 지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부모는 부모라면 마땅히 해야 할 일들을 하지 않고 아이들도 마찬가지. 할아버지와 삼촌도 그렇고요. 그 때문에 이들 가족은 서로를 물어뜯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그런데, 캘리포니아로의 여정이 끝난 후에 우리는 분명 이들 사이에 무언가가 변했음을 느낍니다. 이상한 일입니다. 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상황은 여전히 바뀌지 않았거든요. 그들은 여전히 ‘실패자’이고, 부모답지도 아이답지도 삼촌답지도 - 어른답지도 않습니다. 가족답지 못한 가족입니다. 그런데 분명 무언가가 바뀌었습니다. 이들 사이에 새롭게 생겨난 그 ‘무언가’는 대체 무엇일까요? 이들은 여전히 가족답지 못한 가족인데, 왜 처음과는 달리 그들 사이에 무언가 끈끈한 것이 생긴 것처럼 보일까요? 그 끈끈한 것을 우리는 무엇이라 불러야 할까요?

 

  다음주 12월 28일을 쉬고, 그 다음주인 새해 - 1월 4일부터 우리는 본격적으로 책들을 읽게 됩니다. <나는 부모와 이혼했다>, <오이대왕>, <우리 엄마는 왜>, <좀도둑 가족>. 이 책들을 통해 우리는 가족들에게 요구되는 ‘다움’에 대하여 좀 더 찬찬히 알아볼 겁니다. 그리고 실제로 우리 집에서 그 ‘다움’은 어떻게 다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거구요. 그렇게 모든 책들을 읽고, 마지막 시간에 다시 <미스 리틀 선샤인>에서 던졌던 질문들을 되새긴다면, 어쩌면 우리는 새로운 답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럼 다들 다음주를 푹 쉬고, 새해 한 살 더 먹고 책과 함께 만납시다! 모두들, 메리 크리스마스 - 해피 뉴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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