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뢰즈 게릴라 세미나 <들뢰즈 이해하기> 첫 번째 시간 후기

명식
2019-01-22 13:07
391

 

  들뢰즈 게릴라 세미나 첫 번째 시간이었습니다.


  『들뢰즈 이해하기의 서장과 1장을 읽으면서 생각 이상으로 책 내용이 어렵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들뢰즈의 개념들 자체는 지금까지 우리가 읽어왔던 여러 책들 - 네그리, 일리치, 당대 세미나의 책들 - 에 녹아들어 있던 것이고, 또 문탁에서도 자주 이야기되는 접속’, ‘배치등과 맞닿아 있기에 그 느낌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으나 실제 본문으로 읽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인 듯합니다.

  그러므로 첫 번째 시간에는 들뢰즈 철학의 배경부터 찬찬히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 철학의 주류는 실존주의와 현상학으로, 이들 철학은 역사적이고 세계-형성적인 인간 존재를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인간 존재론은 60년대 후반의 68혁명을 계기로 절정에 이르렀는데, 들뢰즈 철학은 바로 이 68 혁명과 긴밀한 연결점을 갖습니다.

  들뢰즈가 말하는 자유는 실존주의와 현상학이 주장한 자유로운 인간의 고립된 결단으로서의 자유가 아닙니다. 그가 말하는 자유는 확장된 지각작용만이 접근할 수 있는 우리 자신 너머의 모든 힘들을 긍정하는 힘이다.(60) 그것은 정의된 명제적 정태가 아니라 끊임없이 움직이며 나아가는 동태로서의 힘이며, 변화와 생성의 과정 그 자체로 보아야 합니다. 인간은 틀림없이 자기 외의 수많은 요소들에 둘러싸여 있으며 그것들과 관계 맺고 있고 그 힘들에 의해 횡단되는 존재입니다. 허나 들뢰즈 철학에서 그것은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회의주의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그 배치를 살피고 차이를 생성함으로써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모든 자연은 그것이 대면하고 횡단하는 모든 힘들에 창조적으로 응답하며, 마찬가지로 우리도 자기 스스로 우리를 결단하는 것이 아니고 힘들이 우리를 결단하는 것이다. 언어, 유전자, 신체, 욕망,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힘 - 그 모든 것들이 교차하고 지속적으로 변이하는 게 우리의 존재다. 우리는 의미와 인간 삶의 과정들이 전인간적인 것으로부터 생산되는 과정을 살펴야 한다. 우리는 어떤 기호의 뒤에 숨겨져 있는 무언가를 찾을 게 아니라 기호와 차이들이 어떻게 창조되고 증식하는지를 보아야 한다. 따라서 철학은 선함이나 악함, 인간에 대한 정의를 제시하는 작업이 아니라 차이에 대해 사유하도록 돕는 개념을 창조하는 작업이다.” (발제문 중 발췌)

 

  들뢰즈가 말하는 차이는, 오랜 시간 서구의 철학에서 말해져 온 무차별적 차이와도, 헤겔이 말하는 세계를 사유하기 위한 상대적 차이와도(발제문에는 이 부분에서 헤겔이 무차별적 차이를 말한 것처럼 잘못 쓰여 있습니다.), 구조주의가 말하는 공시성 속의 구조둘의 차이와도 다릅니다. 그가 말하는 차이는 바탕이 없고 무질서하며 끊임없이 창조, 생성하고 결코 동일하게 머무르지 않는 힘이며, 현동적인 차이입니다. 이러한 차이의 사유는 매우 어려운 작업인데,끊임없이 기존의 동일성들의 세계를 인정하고 그 동일성들의 관계에 차이를 종속시키는 것이, 정의하고 분류하고 쌓아올리는 것이 사유의 본성이기 때문”(발제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현동적으로 사유하는 차이란 하나의 명제라기보다 차라리 영원한 도전에 가깝습니다.

 

  다소 추상적으로 기술되어 있는 들뢰즈의 차이’ - 동태이자 힘으로서의 차이 개념을 이해하기 위하여, 우리는 용어 사전의 배치항목을 조금 살피기도 했습니다. 후기구조주의자로 불리는 들뢰즈의 주장은 헤겔은 물론 레비스트로스-소쉬르의 구조주의(회의주의와 이어질 수 있는)와도, 자유로운 인간의 힘을 주창한 실존주의(사르트르)와도 다릅니다. 그의 철학은 그들과 닿아 있지만 같지 않으며, 완전히 새로운 힘으로 우리를 이끕니다. 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본문과 더불어 개념어 사전을 보면서 세미나를 진행해야 할 것입니다

 

댓글 2
  • 2019-01-23 20:19

    갑작스레 책 넘기는 속도가 느려져 당황했습니다. 그래도 세미나를 하니 조금씩 이해가 되는 것 같아 안도합니다.. 미학세미나와도 연결점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되고, 명확히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은 후기를 통해 정리를 해두었다가 강좌 때 질문하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 2019-01-28 13:48

    들뢰즈 장난 아니구먼...  철학이란 정의 제시가 아니라 차이에 대해 ... 어렵네용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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