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지마니까야 10회차 후기

그림
2019-09-04 01:15
412

이 미가라마뚜 강당에는 코끼리들, 소들, 말들, 암말들이 공하고 금이나 은도 공하고 여자나 남자들의 모임도 공하다. 그러나 단지 공하지 않은 것이 있다. 즉, 수행승들의 참모임을 조건으로 하는 유일한 것이 있다 (MN 121, 공에 대한 작은경)

 

이것은 붓다가 ‘공空’에 대한 설한 법문의 도입부이다. 어린아이가 까꿍 놀이를 하듯 내 눈 앞에 사물이 없으면 공한 것이고 있으면 공하지 않은 것이다. 정말로 단순하다. 이어서 붓다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은 것’과 같은 ‘공’에 대한 통상적인 의미에서 시작해서 수행에서 사물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공’의 개념으로 차즘 확대해 간다.

그런데 나는 경전을 독해하는데 처음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세간적인 모든 것은 공한데 수행승들의 참모임을 조건으로 하는 것만 공하지 않은 것 즉 ‘실체’나 ‘자성’이 있다고? 이런 나의 오해와 해프닝은 공에 대한 사전 지식이라는 프리즘의 작동이 가장 큰 원인이다. 붓다의 표현대로 분별작용이 글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게 막은 것이리라. 붓다의 논리를 그대로 따라갔더라면 쉬웠을 텐데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을 머리 굴려가며 끼워 맞춘 것을 생각하니 웃음이 나온다. 사실 ‘공空’이라는 핫한 주제를 초기경전에서 처음 만나니 분명히 뭔가 특별한 것이 있을 것이라 지레 짐작한 것도 한 몫 했다. 요요샘이 나의 호기심에 화답하여 이 주제에 관해 두꺼운 논문을 두 편이나 찾아 주셨다.

 

도라지샘은 <박꿀라의 경>에서 ‘엄격함’과 ‘방일하지 않음’을 연결하여 메모를 쓰셨다. ‘단 한번도’라는 구절이 도라지샘의 가슴에 팍 꽂혔나 보다. 도라지샘은 박꿀라와 달리 공부할 때마다 번번히 걸려 넘어지는 자신을 보게 된다고 했다. 그런데 이때 넘어지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며 그것을 알아차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요요샘이 말씀하셨다.

 

요요샘의 메모는 ‘숲속의 코끼리처럼 혼자서 가라’이다. 요요샘은 홀로 지내는 것을 문자 그대로 세상을 벗어나 혼자 사는 것으로 이해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홀로 지낸다고 꼭 청정한 삶을 사는 것도 아니고 무리에 속해 있다고 해서 오염에 물든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숲속의 코끼리처럼 혼자서 가라’는 붓다의 말은 무리에 속해 있느냐 혼자 있느냐를 이분법으로 가르는 것이기보다는 감각적 쾌락이나 무명에서 비록되는 욕망과 어떻게 대면하고 있느냐와 같은 삶의 방식의 문제를 깊이 성찰하는 요청이 아닐까 (요요샘)

 

잎사귀님은 <부미자의 경>에서 이치에 맞게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에 대해 메모를 썼다. 붓다에게는 우유를 얻으려면 소젖을 짜는 일처럼 쉬운 일을 우리는 소뿔을 잡아당기며 괴로워하는가에서 문제를 제기한다. 우선 무엇이 필요하고 그것을 구하기 위해 뭘 해야 할지를 정확히 아는 것이 먼저이다.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한 잎사귀님의 방법은 호흡 새김과 몸 새김을 수행하는 것이었다. 성당에서 기도하면서 그 수행을 한다고 한다. 그리고 사맛타 수행과 묵주 기도가 다르지 않다고 하신다.

 

다음 시간까지 니까야를 끝까지 읽어옵니다.

이것을 마지막으로 맛지마니까야를 드뎌 완독하게 됩니다. 조금만 더 힘내세요. ~^^

그리고 에세이 주제도 생각해 오세요.

(담주 청소는 도라지, 그림)

 

댓글 3
  • 2019-09-04 11:27

    세미나 못가서 아쉽네요.
    박꿀라가 단 한번도 인 이유는 이미 세상을 거의 놓은 상태인 80살에 계를 받았기 때문이지 대단하거나 뛰어나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80이면 이미 공자의 從心 조차 넘어간 불교에서는 모든것에 예외로 처주는 나이라는... ㅋㅋ

  • 2019-09-04 15:41

    시즌3에서는 무엇을 읽는 게 좋을까요?
    올 초에 마음세미나 시작할 때 공지글을 읽어보니 중간에 <중론강독> 두 시즌을 넣고
    마음세미나는 세번의 시즌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더군요.
    중간에 약간 일정과 커리 조정이 있긴 했습니다만
    올해 읽기로 한 텍스트 중에 못읽은 것이 <숫타니파타>와 <붓다의 심리학>이네요.
    <중론강독 시즌2>를 마친 뒤에 이 두권으로 피날레를 장식하고 내년 계획을 세우는 건 어떨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해봅니다.
    맛지마니까야를 다 읽고 나니 디가니까야와 앙굿따라니까야도 도전해보고 싶기도 하고
    <중론> 을 공부하고 나면 내년에는 금강경, 유마경, 팔천송반야경 등 반야계 경전을 읽어볼까 싶기도 하고
    하하 아직 마음이 오락가락하네요.^^
    아무튼, 맛지마니까야 남은 2회차 잘 끝내고..
    그리고 신청자가 적어서 걱정인 <중론강독>도 잘 마치고.. 내년 계획은 천천히 생각해봐야겠습니다.^^

    • 2019-09-05 14:38

      개인적으론
      숫타니파타는 깊이가 없는 도덕책 느낌이라 영 별로였고
      앙굿따라니까야도 숫자별이라 깊이가 별로였고
      금강경도 별로...유마경은 붓다의 십대제자들을 디스하는 내용이라 재밌어서 한번쯤 읽을만한데 강추하긴 그렇고..

      그래서 30개정도라 양도 부담없고 내용도 훌륭한 디가니까야 추천!
      맛지마니까야를 이미 읽으셨기에 중복되는 내용도 꽤 있어 부담없이 한 셋트를 또 끝내버리는거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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