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모더니티>16회차 후기

cosmos
2018-06-10 16:56
337

<돈의 철학> 5장 인격적 가치의 화폐 등가물

 증여론적인 관점이나 맑스적 관점에 익숙해져 있던 우리에게 그동안 짐멜의 논리는 신선하면서도 고구마가 목에 걸린 듯한 답답함으로 우리를 몰아갔었다. 특히 4장에서 짐멜은 비인격적이며 무특성적인 돈이 곧 지속적으로 예속에서 벗어나려는 인간 자유의 실현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이러한 논리는 어지럼증을 일으키며 세미나를 혼돈에 빠지게 만들었다. 그런데 5장에서 드디어 짐멜은 자유의 이면에 대해 속속들이 파헤치며 꽉 막힌 체증을 확 풀어주었다.


인간의 가치를 측정한다는 것은 사실상 부정확함에도 불구하고, 화폐를 통한 죄에 대한 속죄나 인간의 매매 등이 역사적으로 늘 있어왔다. 살인배상금의 경우 처음부터 객관적이고 초개인적인 요소를 가지고 관습과 법률에 의해 결정되었다. 그러나 인간의 내면적인 것이 문제가 될 때 벌금형은 완전히 부적절하다는 것이 드러난다. 돈의 중요성이 증가됨으로써 돈은 본래의 한계를 초월하여 인격적 가치를 압도하고 인격적 가치들의 중요성을 억압하게 되었다. 짐멜은 매매혼은 인간의 개별성이 완전히 억압되는 상황에서 자유로운 발전으로 넘어가는 과도기로, 매춘은 모든 인간관계 가운데서 서로를 단순한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대표적인 경우로, 뇌물은 인격을 매매하는 것으로 이야기한다. 결국 인격적 가치의 매매는 존재의 하락을 의미한다. 따라서 화폐경제를 통한 하향 평준화는 인간의 존재를 완결한 자기충족성을 가지는 고귀함과 대립하게 만든다.

 

특수한 내용의 권리에서 금전적 청구권으로 변화하는 것은, 역사 속의 각각의 상황에서 그 구성 요소들이 맺는 관계에 따라 그 요소들에게 자유의 여지를 제공하기도 하고 억압의 여지를 제공하기도 한다. 또 진정한 강제는 어떤 행위가 고통스러운 결과에 대한 두려움에 의해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물리적 강제력을 통해서나 최면적 암시를 통해 직접적으로 행사되는 것이다. 짐멜은 어떤 소유물이 돈으로 전환되는 것을 일단 해방이라고 간주하였는데, 왜냐하면 돈은 고정되어 있던 객체의 가치를 모든 임의적인 형식으로 변환하는 것을 가능하게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짐멜은 속박의 제거가 곧 자유는 아니며, 자유가 무엇으로부터의 자유라면 동시에 무엇으로의 자유라고 단언한다. 결국 인간은 돈을 통해 사물의 속박으로부터 구원되지만, 다른 한편으로 이것은 인격적 가치의 매각과 근절을 의미한다. 돈을 위해 인격을 매각하는 행위에서 돈은 무특성성으로 대립적인 역사적·심리적 가능성을 수용하면서도 그 무확정성과 무내용성에 의해 이 모든 가능성을 그 극단적인 지점까지 몰고 간다.

 

모든 가치를 돈으로 전환할 수 있게 되면서 모든 경제적 가치를 한 가지 근원으로부터 도출하고 단 한 가지 표현으로 환원하려는 노력들이 가능해졌다. 이러한 맥락에서 등장한 것이 노동화폐이다. 그런데 노동에서 정신은 소모되는 것이 아니므로 교환가치의 근거로 육체노동만이 남는다는 주장이 있다. 정신은 전혀 비용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보상이 필요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육체노동은 지성에 의해서만 실현된다. 이 때 미리 형성된 내용에 의해 소모되는 정신적 소모와 그 내용을 최초로 창출하는 데 필요한 정신적 소모가 존재한다. 이 양자 간의 차이가 바로 정신의 무보상적 업적이다. 일단 표현된 생각은 공유 재산이 되어 인격과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므로 정신적 과정은 초경제적인 의미를 갖는다. 결국 정신노동의 의미를 육체노동의 의미로 환원하려는 것은 통일적인 노동 개념을 창출하려는 경항의 한 측면일 뿐이다. 노동 자체는 이미 정신적 성격의 부가물을 포함하고 있지만 생계수단으로서 무한 반복되는 육체노동에서 정신적 부가물은 뒤로 밀려나는 무한계열이 형성되므로 원칙적으로는 정신노동의 모든 외적인 조건들이 육체노동의 크기로 표현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환원방식은 곧 한계에 부딪힌다. 왜냐하면 노동 자체가 내적인 장애 및 불쾌감의 감정을 감수하고 극복하는데 필요한 정신적 에너지의 소모이기 때문이다. 즉 가치와 관련해 육체노동은 정신노동이라고 할 수 있다. 노동화폐는 돈이 다양한 가치들로부터 표현된다는 사실로부터 야기된 폭력에 대항에 구체적으로 삶에 밀착된 화폐개념으로 보강을 시도한다. 그러나 노동화폐도 화폐처럼 통일성, 대체 가능성, 보편타당성을 지녀야 하기 때문에 돈보다 더 삶의 내용들이 분화되고 인격적으로 형성되는 것을 크게 위협할 것이 분명하다.

 

그 어느 때보다 나는 저자 짐멜의 결론이 진정으로 궁금하다. 어느 쪽일까? 목적계열에서의 돈의 긍정성을 따라가는 진보? 아니면 돈의 비인격성을 넘어서는 진보?? 아니면 전혀 다른 결론???

 

다음 시간은 <돈의 철학> 6장을 읽습니다.

드뎌 마지막 시간이네요~~

6장이 무지 기대되지만 읽을 생각을 하니

벌써 가슴이 답답해집니다.ㅠㅠ

짐멜은 심각한 두통 유발자이긴 하지만

읽을수록 흥미가 가는 인물인 것 같습니다.

<공지>

6장 발제

I 절 르꾸

II 절 콩땅

III 절 동은

 

다른 분들은 메모를 써야 하겠지요.

그리고 에세이 프로포절을 준비해 와야 합니다.^^

 

 

 

댓글 3
  • 2018-06-11 09:39

    지난 시간 일찍 일어나야 해서 아쉬웠는데 코스모스샘의 후기보니까 한 눈에 꿰지네요.

    6장에서 왜 지성을 얘기하나 했더니 ㅋㅋㅋ

    6장도 만만치 않겠더만요.

    돈이 사회에 미치는 모든 영향과 반응을 놓치지 않고 요리조리 꿰어 나가는 짐멜은 정말 놀랍습니다.

    답답함은 우리의 몫?^^

    코샘 감사합니다~

    마지막 6장 짐멜이 어떻게 결론짓는지 놓치지 말고 따라가 봅시당!!!^^

  • 2018-06-13 01:23

    코스모스샘의 궁금해하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5장 잘 정리해주어서 6장 읽을 때도 도움 되네요~~
    어떻게든 짐멜의 논의를 따라오느라 우리 모두 수고 많았습니다.

    그리고 에세이 개요 숙고하셔서 준비 바랍니다. 

    약 사개월동안 자본주의와 모더니티의 형성과정에 대한 세 갈래의 논의를 공부했고

    또 각자의 문제의식을 메모를 통해 거칠지만 표현해 보았던 과정이 있으니까

    그 두 가지를 잘 엮어서 나의 문제의식을 좀바르트로 풀어낼 것인가, 아니면 베버 혹은 짐멜인가 이렇게 구체화시키는 것도 한 방법일 것 같습니다.

    에세이 주제를 중심으로 피드백 조도 나누어야 하고 내일 할 일이 많네요

    그리고 우리 책걸이 하기로 한 것, 잊지 않으셨죠? 문탁샘께 아무도 말씀 안드린 거 아닌가 하는 불길한 예감이 드네요

    금요일 저녁입니다. 7시?

  • 2018-06-13 23:46

    무엇으로의 자유까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우선은...

    징글징글한 '돈의 철학'으로부터의 자유를 획득하고 싶네요 ㅋㅋ

    낼 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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