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모더니티> 13회 후기

지원
2018-05-22 01:57
382

이번 시간엔 23절과 3장의 1절까지 진도를 나갔습니다. 세미나에서 나왔던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정리를 해보겠습니다.

 

23절의 초점은 돈의 실체 가치가 기능 가치로 이행하는 사회학적 조건이란 무엇인가?”, “즉 어떤 조건들 속에서 실체가치를 갖던 돈이 어떻게 기능가치로 이행했는가?” 하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3절의 내용과 마찬가지로 먼저 개인과 중앙권력 사이의 관계를 짚어 보았습니다. 일반적으로 종이 화폐로의 이행 과정을 설명하는데 쓰이는 논리는 푸거가와 같은 대부 업에서 국가가 은행에 독점권을 제공하고 이를 보증하는 시스템으로 발전하면서 화폐 조세가 이를 강화시켰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짐멜은 이를 국가의 독점적, 일방적 발전이 아닌 개인-국가의 상호작용이라 말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책적, 국가적 보증, 중앙집권화와 개인들 간의 상호관계의 발전은 동시에 이루어지고, 교환 자체가 사회를 창출합니다. 국가의 폭력과 개인적 상호작용은 선후로 분리될 수 없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경제영역은 초국적으로 확대 되고, 가치저하와 동시에 상호성즉 신뢰, 바로 이것이 돈의 속성입니다이 엄청나게 발전합니다. 문탁 샘은 짐멜의 역사인식의 가치평가를 떠나서, 이런 시각 속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고 지적하셨습니다. 아나키적 화폐에 대해 생각해볼 수도 있고, 네그리와 하트의 <제국>이 말하는 초국적 매개 수단으로 이를 생각해볼 수도 있고, 본원적 축적을 인클로저로부터 끌어내 자본을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맑스주의적 시각을 바꿔야할 필요성도 대두됩니다. 공동체가 꼭 좋은 것인가? 자본이 꼭 나쁜 것인가? 이런 질문들 속에서 새로운 생각들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최근 욜로, 소확행과 같은 것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혼란스럽습니다. 이게 꼭 나쁜 거라고 말할 수 있나, 좋은 것 나쁜 것을 떠나서 바라봐야 하는 것 아닌가. 이어지는 31절의 목적론-인과론에 대한 이야기는 그런 생각들을 더 풀어 볼 여지를 주는 것 같았습니다.

 

짐멜에 따르면 목적론적 사고방식과 인과론적 사고방식은 어떤 관점을 가지느냐에 따라 다른 실천으로, 다른 동기로 작용합니다. 인과적 관점에서 실천은 단순히 외면적 충동이고, 목적 관점에서 실천은 내면적 정신세계로의 고양입니다. 목적행위만이 심리적이고 주관적인 세계와 현실적이고 객관적인 세계가 통합될 수 있는 인간의 조건입니다. 따라서 인과론적 사고방식, 충동행위는 여기서 논의의 대상이 아닙니다. 단지 그것이 합목적적 사고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한다는 측면에서, 목적론과의 연관성 속에서만 논의의 대상이 됩니다. 목적론적 계열의 길이가 곧 인과과정의 길이라는 측면에서 말입니다.

 

화폐가 상호성과 함께 실체성을 제거하며 기능성으로 이행하듯(하지만 실체성을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하듯)이 목적과정은 원시적 인과론을 제거(목적론적 연쇄는 그러나 인과적 연쇄에서 그 내용적, 논리적 가능성을 발견한다)하며 합목적적 사고를 발전시킵니다. 이는 의지와 충족 사이의 분리, 이질성을 변형시키고 극복하는 것을 본질로 합니다. 이를 통해 세계를 보다 인식 가능해지고, 나아가 변형 가능해집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목적 달성을 위해 강화된 수단인 도구가 등장합니다. 짐멜은 돌도끼부터 사회제도까지 모두 도구라고 봅니다(일리히가 제도를 TOOL로 표현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얘기하고자 하는 돈은 도구의 가장 순수한 보기입니다. 돈은 수단 그 자체이고, 인간이 자신의 의지내용에 대해 갖는 실천적 입장을 구체화하고 첨예화하며 승화시킵니다. 이런 돈의 무목적성, 무특성은 화폐가치를 증가시킵니다. 왜냐하면 이런 무특성이 무한한 거래 가능성으로 인하여 모든 개별 대상의 가치를 능가하기 때문입니다. 선택할 권리를 지니고 시간, 공간, 용도의 측면에서 자유로워집니다. 이로 인해 노동자, 상인은 불리한 위치, 자본가와 고객은 유리한 위치를 점하며 이 가치잉여는 곧 돈의 프리미엄을 발생시킵니다. 프리미엄은 즉 자유의 잠재력입니다.

 

역사적으로는 이렇게 초월적 수단이 된 돈은, 사회적 지위로 인해 온갖 목표로부터 배제된 개인들, 계급들의 핵심적 관심의 대상이 되고, 그들 고유의 영역이 됩니다. 금융업자, 고리대금업자, 부랑자, 퀘이커 교도, 유대인이들은 모두 그런 예입니다.

 

갈수록 짐멜의 논리를 조금씩 더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만큼 해볼 만한 이야기가 많은데 그에 비해 세미나 시간은 짧고, 나가야할 진도는 많고아쉽습니다. 남은 몇 주 안 되는 시간 동안 더 열심히 읽어 봅시다.

댓글 4
  • 2018-05-23 16:06

    매번 예상보다 진도(?)를 빼지 못해서 책을 한번 더 읽게 되는건  이해력이 부족한 저에겐 좋은 일이더라구요.

    읽을 수록 진국이 빠져나와야 할텐데 여전히 맹맹합니다.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짐멜의 설명은 흥미롭습니다.

    3장에 들어오니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내용들이 나오네요.

    돈에 대해 당연하게 생각했던 감정들에 대한 설명을 읽으니 놀랍더라구요.

    3장 2,3절을 읽으니 돈을 대하는 저의 태도를 보게 되어 아주 불편하다라구요 ㅋㅋㅋ

    내일 이야기 나눠요^^

  • 2018-05-23 23:10

    꼼꼼한 후기를 읽다보니 잊어먹고 있던 것들이 소환되면서 복습이 되네요~

    지원샘이 발제하신 2장 3절의 내용은

    돈의 기능적 가치의 역사적 이행과정을 다루는 돈의 '역사학'에 가까워보이는 까닭에

    뚜버기샘은 돈에 대한 이러한 접근이

    과연 철학적이라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던 것같습니다...

    돈의 기능적 가치의 사회학적 조건으로서 '상호작용을 통한 신용경제'를 도출해내는 짐멜을 따라가다보면

    사회적 신용이 반드시 국가가 있어야만 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국가없는 화폐도 상상할 수 있으면서

    돈이 사람들 간의 직접성을 넘어서는 어쩌면 가장  '모던'한 형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구요.

    여하튼 지난주 뚜버기샘  발제까지의 내용만으로 놓고 본다면

    돈은 집단의 고유성을 넘어서는 추상성을 획득함으로써

    이질적인 것들까지  공동체로  아우르고  평등을  보장하는 

    '모던의 첨단'처럼 보입니다^^

           

      

  • 2018-05-24 06:51

    지원 요약 굿!

    향기샘과 르꾸샘의 응원이 빛나네요^^

  • 2018-05-24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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