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배우는 사람들을 위하여> 첫시간 후기

뚜버기
2018-04-14 17:22
333

약 세달 간의 일본어 사설 읽기를 잘 마치고 새 읽을거리에 도전하게 되었다.

까치 샘이 추천해주신 책으로, 아직 국내에는 번역되지 않은 <<역사를 배우는 사람들을 위하여>>이다. 너무 긴 책을 읽는 것에 대한 트라우마 (야전과 영원 이후 생긴) 때문에 1부만 읽기로 했는데 첫 시간 강독을 하면서는 다 해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살짝 들었다.

우선 첫 번째 저자의 글은 신문강독에서 다진 실력때문인지 나같은 초짜에게도 잘 읽히는 글이었다.


첫 시간에 읽은 글은 스다 츠토무의 지금 <<역사를 읽는 사람들을 위하여>>를 출판한다는 것이다. 책의 서문 격인 글로 왜 이 책이 나오게 되었는지 독자에게 알려주고 있다

-----------

현재를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도쿄 역사과학 연구회(도역연) 연구자들이 쓰고 역은 책이다. 도역연은 1967년 설립된 역사교육 종사자들은 물론 역사에 관심있는 시민, 학생들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역사연구회라고 한다. 1970, 1977년 그리고 1988년에 발간한 바 있는 <<역사를 읽는 사람들을 위하여>>2017년에 연구회 설립 50년을 맞아 부활하게 됐다.

 

알고보니 <<역사를 읽는 사람들을 위하여>>80년대에 청년기를 보낸 사람들에게는 역사의 바이블같은 책이라고 한다. 우리로 말하자면 “<<전환시대의 논리>> 같은 책인가 보다라는 얘기가 오갔다. 88년에 세 번째 책이 나온 뒤에 30년간 발간이 중단되었던 것은 왜이며, 그런데 지금 부활하여 네 번째 책이 나온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스다씨는 앞서 나왔던 책들은 “늘 당대의 정치사회정세가 반영되어있었다라고 말한다그리고 도역연은 항상 “역사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계속해왔다고 말한다역사학이란 “지금의 과제이고현실의 정치사회와의 긴장관계를 지닌 학문이다역사는 흘러가버리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 연결되어 있는 것이고 과거의 단편적인 사건들에 대해 모종의 의도를 가지고 선택하고 현재와 연결시켜 잣는(구축하는것이 역사학이라는 것이다그리고 공학이나 의학 등과 달리 천문학과 역사학은 조직에 소속되지 않고 공부할 수 있다그래서 학생대학원생일반시민들도 “역사를 배우는 사람들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이 어떤 이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전후 현재까지 일본 역사학의 흐름

책에서 중요하게 언급하는 일본 역사학 경향은 50년대 생겨나 60~70년대에 전성기를 맞이했던 전후역사학90년대 이후의 현대역사학이다.

전후 역사학은 맑스주의 역사학(역사의 단계적 발전)의 영향을 받아 형성되었고, 대미종속, 우경화하는 정치, 거대기업의 자본독점 이라는 당대의 과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관해 연구과제를 상정하여 투쟁해왔다. 도역연도 거기에서 일익을 담당했다. 그러나 국내 경기 호황. 1989의 천안문 학살, 베를린 장벽 철거, 평등보다 자유를 택한 동구권, 1991년 소련 연방 붕괴. 이런 현실의 국제 정세 속에서 전후역사학의 동시대적인 역할은 끝이 났다.

1990년대에는 현상과 현실은 존재하지 않는다. 역사는 이야기이다라는 세계적인 조류(언어론적 전회)가 생겨났고 사료에는 쓴 사람의 의도가 반영되어 있고 역사가는 일정한 의도 아래 그것을 해석하여 하나의 역사상을 서술한다는 관점이 등장한다. 객관적인 역사연구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포스트모더니즘과 언어론적 전회의 영향을 받은 1990년대 이후의 역사학은 현대역사학이라 불리고 있다. 철학자 다카하지 테츠야는 역사학을 둘러싼 아레나가 형성되었다고 말한다. 다양한 역사해석이 가능하다면 아레나에서 질문되는 것은 역사, 과거와 마주할 때의 윤리이고 연구자의 입장인 것이다. 현실과의 긴장관계 속에서 누구를 위하여 역사를 서술하는가를 생각해야만 한다.


역사를 배우는 의미와 역사인식

도역연은 <<역사...>>를 출판하면서 계속해서 역사를 배우는 의미를 질문해왔고 역사인식이라는 개념을 강조해왔다. 역사는 항상 현실과의 긴장관계 속에 있다. 따라서 역사를 배우는가에 대한 의미 역시 시대에 따라 달라졌다. 1집은 전후 역사학의 담론 속에서 사회변혁의 주체가 되기 위해 역사를 배우는 것에 의미를 내세웠다면 3집에서는 격동의 시대를 살아온 선인들로부터 현재를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다는 의미를 강조한다. 그렇다면 지금 역사를 배우는 의미는 무엇일까. 저자는 역사는 현재를 상대화하는 학문이라고 말한다. 단선적인 역사발전이라는 잘못된 시각을 버리고 다른 선택지도 있을 수 있었다고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 좋은 미래를 희구하기 위해 다양한 역사인식을 인정하면서 아레나에서의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또한 역사를 살아가는 존재로서 역사인식이란 궁극적으로 역사적인 자기인식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리고 역사인식을 내면하기 위해서는 자신 앞의 사건들을 역사적 문맥에 따라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를 판단하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중단되었던 <<역사...>>를 부활시킨 이유는

전후역사학이 그 역할을 마치고 수명을 다한 뒤 도역연은 <<역사..>>를 출판하지 않았다. 출판 사정의 악화도 요인이지만 단선적 미래상이 붕괴되고 전후역사학의 일익을 담당했던 것같이 똑같은 방향을 향해 논문집을 출판하는 의미가 옅어진 탓도 있다.

그런데 2017년 도역연은 <<역사...>>를 부활을 결단하게 되었다. 아베정권을 극단적인 우경화, 신자유주의에 의한 격차와 차별의 확산, 20113.11이후 드러난 생존의 위기에 직면한 사람들의 주체성 문제등과 더불어 전환기를 사는 사람들의 다양한 테마들이 연구주제로 떠오르고 있는 현실의 반영이다. ‘현대역사학의 문제의식이 거기에는 반영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책의 구성은 구태의연한 배치를 벗어나 테마를 중시하고 있다. <I. “지금 여기에 있는 위기를 깊이 살핀다>, <II. 마이너리티, 지역으로부터의 관점>, <III. 사회사문화사를 질문하다>가 목차이다.

댓글 5
  • 2018-04-15 14:48

    지난 시간에 언급되었던  '요시미 재판'이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패소했었군요...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japan/727093.html

    2016년 공정한 재판을 촉구하는 국제서명도 벌였었군요. 일찍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http://www.yoisshon.net/p/blog-page_26.html

    • 2018-04-15 15:33

      그런 일이 있었군요~

  • 2018-04-15 20:11

    서문을 쓴 스다 츠토무는 1959년생.

    일본의 '전후 역사학'의 시대는 일본만의 특수한 현상이 아니라

    우리 역시 70,80년대에 공유했던 어떤 역사적 패러다임이었던 것 같아요.

    좌도 우도 모두 공히 역사를 '발전론'의 관점에서 바라보았으니까요.

    90년대 이후 달라진 세계에서, 이른바 '포스트모더니즘'적 역사학 앞에서

    도역연 역시 오랫동안 '역사'에 대해서 무엇을 말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스다 츠토무는 자신 역시 1988년에 나온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제3집을 보고

    더 이상 도역연의 논문집이 '바이블'이 아니라고 느꼈다고 하는 것을 읽으며,

    사상적으로 실천적으로 지적으로 혼란스러웠던 우리들의 90년대가 오버랩 되었습니다.

    그 시절로부터 이른바 대문자 히스토리의 시대가 가고, 

    소문자 히스토리의 와글거림이 시작된 것이지요.

    그것을 '역사학의 아레나'라고 말하면서 연구자의 윤리와 입장이 중요하다고 하는 글을 

    새로운 논문집의 서두에 실은 까닭이 충분히 공감이 되더군요.

  • 2018-04-15 21:45

    잘 읽었어요^^ 이번주부터 다시 강독에 참여하는 저에게 도움이 되는 글이네요~~

    오랜만에 단어 찾다보니 감떨어지더라구요. 여러 샘들 도움받아 공부하겠습니다~~

    어쩐지 돌아온 탕자의 한마디 같은 느낌ㅋㅋ 내일 뵈요

  • 2018-04-21 21:28

    일본어도, 한자도  문외한이지만 무작정 뛰어들어  함께하고픈  관심 주제입니다.

    일정이 안 맞아 너무 아쉽지만,

    이렇게 후기로라도 뒤따라갈 수 있어 샘들께 고마울 따름입니다^^  

    포스트모던 역사학을 수용하면서, 일본은 그들에게 타자인 한국과 관련한 문제들을 

    어떻게 역사화하고 있는지, 누구의 언어로 대신 말하고 있는지가 몹시 궁금한 일인입니다~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1049
<처음 만나는 스피노자>p115단어와 해석 (4)
띠우 | 2022.07.16 | 조회 199
띠우 2022.07.16 199
1048
<처음 만나는 스피노자> p96~99 단어와 해석 (4)
띠우 | 2022.07.09 | 조회 163
띠우 2022.07.09 163
1047
<처음 만나는 스피노자> p81~84 단어와 해석 (4)
띠우 | 2022.07.03 | 조회 171
띠우 2022.07.03 171
1046
「はじめてのスピノザ - 自由へのエチカ」 p.66~p.68 (4)
꼭지 | 2022.06.25 | 조회 152
꼭지 2022.06.25 152
1045
「はじめてのスピノザ - 自由へのエチカ」 p.56~p.57 (5)
꼭지 | 2022.06.19 | 조회 193
꼭지 2022.06.19 193
1044
<처음 만나는 스피노자> 단어와 해석(39~40) (4)
초빈 | 2022.06.05 | 조회 184
초빈 2022.06.05 184
1043
[인문공간 세종] 고쿠분 고이치로 선생님과 함께 <생각의 힘, 자유의 능력을 기르자!> (2)
달님 | 2022.05.30 | 조회 2442
달님 2022.05.30 2442
1042
<처음 만나는 스피노자> 단어와 해석(24~30) (5)
겨울 | 2022.05.29 | 조회 207
겨울 2022.05.29 207
1041
<처음 만나는 스피노자> 단어와 해석 6쪽~7쪽 (5)
초빈 | 2022.05.22 | 조회 207
초빈 2022.05.22 207
1040
<희망장> 성역p89단어와 해석 (4)
띠우 | 2022.05.14 | 조회 178
띠우 2022.05.14 178
1039
p79단어와 해석 (4)
띠우 | 2022.05.08 | 조회 161
띠우 2022.05.08 161
1038
<희망장> 64-66쪽 (3)
뚜버기 | 2022.04.30 | 조회 190
뚜버기 2022.04.30 190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