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曰可曰否 논어> 공자의 꿈

인디언
2018-10-25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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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曰可曰否논어>는 '미친 암송단'이 필진으로 연재하는 글쓰기 입니다.




   莫春者 春服旣成 冠者五六人 童子六七人 浴乎沂 風乎舞雩 詠而歸 (선진 25)



       공늦은 봄, 봄옷이 다 만들어지면 어른 대여섯, 아이 예닐곱명과 함께

      기수에서 물놀이 하고 기우제 지내는 무우대에서 바람 쐬다 시를 읊으며 돌아오겠습니다.     





  공자가 제자들에게 세상이 알아준다면 무엇을 하고 싶으냐고 물었다. 자로는 자신만만하게 작은 제후국이라도 다스려 용감한 백성을 만들 수 있다고 호언했다. 염유는 작은 나라를 다스려 백성들이 배불리 먹고 살 수 있게 하겠다고 했고, 공서화는 종묘나 제후 회담의 의례를 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각자가 방식은 다르지만 모두 공자의 제자답게 정치에 뜻을 두고 있었다. 그런데, 조용히 거문고를 켜던 증석은 뜻밖의 대답을 한다.


늦은 봄, 봄옷이 다 만들어지면 어른 대여섯, 아이 예닐곱명과 함께 기수에서 물놀이하고 무우에서 바람 쐬다 시를 읊으며 돌아오겠습니다.” 공자는 크게 탄식하며 "나는 증석과 함께 하련다." 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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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자의 깊은 속내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그는 크게 등용되어 나라를 바로잡는 것이 평생의 꿈이었다. 그런데 왜 정치를 하겠다는 다른 제자들이 아니라 봄날의 여유를 즐기겠다는 증석의 말에 동조했을까? 증석의 말은 은자들이 추구하는 삶과 비슷해 보인다. 권력이나 정치에 대한 욕망을 버리고 혼란스러운 세상을 떠나서 자연 속에서 자유롭고 평화롭게 살고 싶다는.


사실 공자의 꿈도 은자들의 꿈과 다르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도가 이루어지는 세상을 바라고 또 바라지만 그는 늘 도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현실을 자각하게 될 뿐이었다. 이런 공자의 마음 속에는 은자들처럼 세상을 떠나고픈 또 다른 공자가, 세상에 참여하여 세상을 바꾸려는 공자와 함께 자리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러나 세상을 떠나고픈 공자는 세상에 참여하려는 공자를 이기지 못했다. 은자처럼 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 없었다. ‘내 한 몸 추스르려고 세상사 깨끗하게 미련 버리는 일, 그깟 것이야 나도 하려면 어렵지 않았다.’(헌문편) 그러나 공자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컸다. 세상이 형편없어 짐승보다 못한 인간도 많지만, 사람에게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 능력을 발휘하여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 그것이 사람으로서 할 일이다. 같은 꿈을 꾸지만 은자들은 그것이 불가능한 세상을 버리고 떠난다. 꿈은 같았으나 삶의 방식은 서로 달랐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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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보면 증석이 하고 싶어 했던 것은 공자가 꿈꾸었던, 자신이 생각하는 정치를 통해 나라를 바로잡는다면 그 나라에서 펼쳐지는 그런 풍경이 아니었을까? 공자는 세상 사람들의 소박한 일상, 어른 아이들이 함께 봄날의 여유를 즐기는 일상을 꿈꾸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어른들은 전쟁에 내몰리고 아이들은 굶주림에 허덕인다. 이 꿈을 이루려면 어떻게든 세상을 바꿔야하고 그 방법은 정치에 참여하는 길 뿐이다. 은자들에게는 공자의 이런 삶의 방식이 불가능한 것을 하려는 것으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공자도 그것이 불가능한 것임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공자에게 그것이 가능한지 불가능한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을 것같다. 가능성을 묻기보다는 자신이 해야 할 일, 할 수 밖에 없는 일을 끝까지 추구했다고 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 그는 사람들의 소박한 일상이 가능한 세상을 꿈꾸며 자신의 능력을 알아보는 사람에게 자신을 팔고 싶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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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 미친암송단에서 매일매일 한 두 문장씩 『논어』를 읽고 외우면서 공자의 고뇌가 얼마나 깊었을까 하는 생각에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들었던 것같다. 사람들은 그가 이상주의자라고 하지만, 그는 사실은 너무나 소박한 꿈을 가진 현실주의자가 아니었을까 싶다.



*** 오늘로 <왈가왈부 논어>는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미진한 저희들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논어> 암송을 마친 미친암송단은 이제 <대학><중용> 암송으로 넘어갑니다. .

<대학><중용>은 왈가왈부 하지 않겠지만 <왈가왈부 맹자>는 곧 돌아올지도 모릅니다. 커밍 수운〜^^


댓글 1
  • 2018-10-25 23:24

    월요일에 올려야하는 글입니다만, 제가 여행가느라 미리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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