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曰可曰否 논어> 부끄러움을 알아야 선비지!

세콰이어
2018-08-19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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子貢問曰, “何如斯可謂之士矣?” 子曰, “行己有恥, 使於四方, 不辱君命, 可謂士矣.” ... “今之從政者何如?” 子曰, “! 斗筲之人, 何足算也?”

자공이 어떠하여야 선비라 이를 수 있습니까?”하고 묻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몸가짐에 부끄러움이 있으며 사방에 사신으로 가서 군주의 명을 욕되게 하지 않으면 선비라 이를 수 있다.” “지금 정사에 종사하는 자들은 어떻습니까?”하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 한 말이나 한 말 두 되 들이의 자잘한 사람들을 어찌 따질 것이 있겠는가.” ) 논어, 자로20


식탁에 코 박고 책을 읽는 나에게 남편은 당신, 선비 같아.”라고 말한다. ‘선비라는 말 속에는 속세에서 벗어나 한가롭게 책이나 읽는 백면서생(白面書生) 이미지가 강하다. 선비()라는 글자의 기원이 하나()를 들어 열() 안다.’이니 선비와 책은 뗄 수 없는 관계이다. 공자 시대에도 선비는 현실 정치에서 물러나 한가하게 책이나 읽는 사람을 뜻한 말이었을까?

백면서생.jpg



()는 단어의 생명력이 꽤나 길어서 당시 신분 계급으로 함께 쓰이던 경(), 대부(大夫)는 사장(死藏)되어 더 이상 사용하지 않지만 사()는 지금도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변호사(辯護士), 박사(博士), 조종사(操縱士), 병사(兵士)등 여전히 곳곳에서 대활약을 하는 단어이다. 공자가 살았던 춘추 시대에 상공업이 발전하고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사()의 수도 급격이 늘어났다. 공자 역시 하급관리였던 아버지 덕에 어릴 때부터 사()의 교양과목인 육예(六藝)를 배우며 성장했다. 군주에게 봉토(封土)를 받고 직위를 세습할 수 있었던 경대부와 달리 사()는 녹봉을 받으며 직위를 세습할 수 없었다. 녹봉을 유지하려면 자신의 능력을 키워야 했다. 그러나 공자는 한갓 녹봉에 매달리는 사()가 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를 만일 구해서 될 수 있다면 말채찍을 잡는 자(鞭士)의 일이라도 내 또한 하겠다. 그러나 만일 구하여 될 수 없다면 내가 좋아하는 바를 따르겠다.” (술이11)

공자.jpg




자공은 공자에게 어떠해야 선비라고 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 공자는 가장 먼저 사()의 덕목으로 행기유치(行己有恥)’불욕군명(不辱君命)’을 꼽았다, ‘(, 부끄러움)’는 자신이 스스로 느끼는 것이며 (, 욕되게 하다)’은 군주에게 영향이 미치는 것이다. 공자가 말하는 부끄러움이란 무엇에 대한 부끄러움일까? 공자는 리인편에서 선비가 도()에 뜻을 두고서 나쁜 옷과 나쁜 음식을 부끄러워하는 자는 더불어 도()를 의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말은 바꾸어 말하자면 요즘 사람들은 누추한 옷과 소박한 음식을 부끄러워해도 도를 어기는 것은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논어에서 도()의 의미는 세상의 이치이자 국()을 유지하는 사회적 질서를 말한다. 공자가 태어난 노()나라는 맹손, 숙손, 계손씨가 경()을 세습하며 군주의 힘을 무력하게 하고 있었다. 공자는 계씨가 자기 집 앞마당에서 팔일무(八佾舞:천자가 추게 하는 춤)를 보며 이런 짓을 할 수 있다면 무슨 짓인들 못 저지르겠는라고 말했다고 한다. 경대부가 자신의 지위를 벗어난 행동을 하며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을 때 공자는 사()의 정체성을 말단 지배층에서 사회적 질서의 수호자로 격상시켰다. 아버지가 아버지답지 못하고, 군주가 군주답지 못하고 군자가 군자답지 못하여 정명(正名)에서 벗어나는 것을 공자는 부끄럽게 여겼다.

부끄럽다.jpg





부끄러움과 도덕적 자기 수양을 사()의 최고 덕목으로 삼았던 이면에는 당대 삼환씨에 대한 거부감도 작용했던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내세울 것이라곤 집안이라는 배경밖에 없는 삼환씨와 사()는 다르다! ‘내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나뿐이다!’라는 자긍심이 묻어나는 공자의 사()에 대한 인식이다.

댓글 1
  • 2018-08-20 23:49

    요즘은 정말 염치가 없는 세상이 되어버렸는데, 공자님은 선비라면 염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신 거 아닐까요? ^^

    혹 자공이 돈을 벌어들이는 것에 대해 약간의 경고성 멘트를 날리신 건 아닐까? 라는 엉뚱한 생각도 해봅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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