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曰可曰否 논어> 활동을 같이 하면서 군자가 될 수도, 소인이 될 수 있다

고은
2018-08-13 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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子曰 君子易事而難說也 說之不以道 不說也 及其使人也 器之 小人難事而易說也 說之雖不以道 說也 及其使人也 求備焉"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는 섬기기는 쉬워도 기쁘게 하기는 어려우니, 기쁘게 하기를 도로써 하지 않으면 기뻐하지 않으며, 사람을 부림에 있어서는 그릇에 맞게 한다. 소인은 섬기기는 어려워도 기쁘게 하기는 쉬우니, 기쁘게 하기를 비록 도에 맞게 하지 않더라도 기뻐하며, 사람을 부림에 있어서는 완비하기를 요구한다.” (『논어』「자로,25」)




  처음 동양고전을 공부하면서 이해하기 어려웠던 개념 중 하나가 ‘공(公)’이었다. 공은 자기중심적인 태도인 ‘사(私)’와 반대되는 것인데, 배우기로는 전체의 이익을 생각해야한다는 공리주의와도 다른 것이라고 하였다. 공과 가깝게 활동을 한다는 건 뭘까? 물론 지금도 명확하게 아는 건 아니지만, 활동을 하면서 고민해보니 적어도 이런 사람이 공 혹은 사와 가까운 인물이라는 것을 어렴풋하게 나마 알게 되었다. 『논어』 「자로」에서 공자가 말하는 군자가 공에 가깝다고 말하기에 적합한 인물이고, 소인이 사에 가깝다고 말하기에 적합한 인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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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 더 이해하기 쉬운 사와 가까운 인물부터 살펴보자. 공자는 소인을 섬기기란 쉽지 않다고 말한다. 비록 ‘섬긴다’고 표현하고 있지만, 오늘날의 문맥으로 보면 ‘활동을 같이 한다’고 풀어볼 수 있을 것이다. 소인은 자신이 강하기 때문에 함께 활동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활동 그 자체보다 자신이 인정받는 것을 더 중요시 할 수도 있고,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이 명확히 구분되어 사람을 멋대로 거를 수도 있다. 그런 사람이 만족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쉽다. 그 사람이 원하는 것을 주면 된다. 맛있는 음식, 후한 칭찬, 부족하지 않은 재화라면 소인은 기뻐할 것이 분명하다.

  자신의 사사로운 이해관계만을 따지는 소인과 다르게 군자와 함께 활동하기는 쉽다. 사람을 자신의 사사로운 감정으로 가리지 않으니 말이다. 그러나 군자를 기쁘게 하긴, 그러니까 만족하게 하긴 어렵다. 군자는 소인과 다르게 사로부터 만족을 구하지 않는다. 군자가 구하는 것은 공과 가까운 것이다. 이는 도(道)와 가까운 것이고 모두를 위한 것이지만, 개개인의 이익의 총합을 계산하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이제 막 회사에 취직한 내 계약직 친구에게 경력직 정직원들이 뒤에서 담합하며 일을 몰아주는 것은 그로부터 이익을 얻는 경력직원을 위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그 자신들에게도 무척이나 해로운 일이지 않는가. 진정으로 자신을 위한 것이자 남을 위한 것이 곧 공과 가까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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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거꾸로, 활동을 공과 가깝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한동안 고민했던 것은 활동하는 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이것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개인들은 모두 각자의 방식대로 이해하고 있어서 누군가는 문제로 느끼지 않기도 하고, 누군가는 분노하거나 슬퍼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이 사안에서 거리를 두고 외면하고 싶어 하기도 한다. 처음에 나는 친구와 개인적인 친분을 가지고 사귀는 것처럼 문제를 처리하려고 했다. 친구 사이에는 은밀한 영역이 있듯, 활동을 할 때에도 은밀한 영역을 만들어서 일을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활동을 하면 오히려 일이 복잡해지는 경험을 몇 번 하게 되었다. 각자 이해의 대립은 시간이 갈수록 첨예하게 드러났고, 때로는 모두가 감정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 때 필요했던 건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시키는 것이 아니라, 모두의 문제로 드러내야 하는 것이었다. 아마도 이것이 공론화이고, 사가 아니라 공과 가깝게 활동을 하는 방식이 아닐까? 개인의 기쁨과 만족에 연연하는 것이 아니라, 중용의 도에 가까워질 수 있도록 함께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문제를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의 문제로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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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문제를 공론화하는 것은 아주 어렵다. 나를 포함한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에게서 빠져나오기를 어려워하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대놓고 개인적인 감정과 이해를 부끄러워하지 못하고 드러내고, 누군가는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으면서 자신의 감정과 이해를 숨기기도 한다. 무엇이 더 좋고 나쁜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군자에 가까운 사람일수록 자신에게서 금방 빠져나와 자신이 어떤 감정과 이해관계에 빠졌었는지를 통찰할 수 있을 것이란 점이다. 활동 할 때 얼마만큼 사와 거리를 두고 공에 가까이 가느냐, 이것이 군자와 소인을 나눌 수 있는 기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댓글 3
  • 2018-08-13 03:35

    사와 가까운 인물, 군자는 소인과 다르게 사로부터 만족을 구하지 않는다. - 둘다 私를 말하는 거죠? 

    公, 私의 구분... 어렵죠.

    • 2018-08-13 15:07

      이 글에서 '사'라고 한글로 쓰고 있는 건 모두 私를 의미하고 있어요!

  • 2018-08-13 08:31

    公과 共과 功의 삼각관계

    어쩌면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모든 문제는 

    이 삼각관계 속에서 발생한다해도 과언이 아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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