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중등인문학교 여섯번째 시간 후기

명식
2019-11-04 16:25
261

  안녕하세요, 2019 중등인문학교 튜터를 맡고 있는 명식입니다.

  이번 주는 2019 중등인문학교 <학교라는 낯선 곳> 여섯 번째 시간이었습니다.

  오늘 읽은 책은 이번 시즌의 마지막 책이기도 한 『학교는 시끄러워야 한다』(김명길)였습니다. 이 책은 일전에 읽은 다니엘 페낙의 『학교의 슬픔』과 마찬가지로 오랜 시간 교단에 선 선생님이 쓰신 책입니다. 다만 『학교의 슬픔』과 비교한다면 훨씬 더 읽기 쉬운, 진솔하고 소박한 일기 같은 느낌이었지요. 그래서인지 다들 지금까지 읽은 책 중에 가장 쉬웠다는 이야기가 많았고, 그만큼 재미있었다는 이야기도 많았습니다.

  프랑스 학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학교의 슬픔』에 비해 우리나라 학교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학교는 시끄러워야 한다』는 분명 우리에게 더 가깝게 느껴질 만한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으로부터 십년, 이십 년 전 우리나라 학교의 모습을 그리고 있기에 여러분에게 낯선 부분들도 적지 않았을 것입니다. 가령 체벌에 대한 부분이나, 상당한 권력을 가진 것 같은 선도부의 모습 등등.

  헌데 저도 학교를 다닌 지 너무 오래 되었기 때문에, 책에 그려진 학교의 모습과 지금 여러분이 다니는 학교의 모습이 정확히 어떤 지점들에서 다른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계속 ‘나 때는 그랬는데~’로 말을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나 때는 그랬는데 여러분은 어떤가, 하고요.

  ‘학교는 활기찬 아이들의 목소리로 언제나 시끄러워야 한다’는 김명길 선생의 말을 가지고는 여러분의 학교는 시끄러운지, 쉬는 시간에는 뭘 하고 노는지 물었었지요. ‘동물원에 갇힌 동물들은 야생에서의 삶과 달리 너무나 제한된 공간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나머지 이상한 행동을 반복한다. 때때로 학교에 갇힌 우리 아이들이 그 동물들과 같지 않은가 싶다’ 하는 부분에서는 여러분도 비슷하게 생각하게 생각하는지 물었었구요. 이상하게 학교에만 오면 잠이 쏟아진다고 한 사람도 있었고, 수업 시간에 이상하게 들뜨는 옆 반 친구에 대해 이야기한 사람도 있었지요. 그 까닭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보면서 어쩌면 학교라는 공간이 갖는 특수한 규칙들이 때문에 그 안에서 유난히 ‘이상해 보이는 것’이 두드러지는 게 아닐까 고민해보기도 했고요. 그런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다 보니, 예전 학교와 여러분이 다니는 학교가 다른 점도 많지만 비슷한 점도 많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수업의 막바지에는, 지형이가 가져온 인상 깊은 부분을 가지고 이야기 했었죠. 저자인 김명길 선생님에게 야자(야간자율학습)를 빠지게 해달라고 조르던 효선이라는 학생의 이야기였어요. 집에 컴퓨터도 없고, tv도 없고, 문제집을 살 돈도 없어서 학교 다니는 것도 야자하는 것도 오직 괴롭기만 했던 효선이. 그래도 어떻게든 돈을 모아 독서실을 끊어서, 독서실 컴퓨터로 인강을 들어가며 공부하려고 한 효선이는 야자를 빠지는 대신 독서실에 가서 공부하고 싶다고 간절한 편지를 김명길 선생님에게 남깁니다.

  이 책에는 이 효선이 이야기 말고도 꽤나 어둡고 슬픈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집이 가난해 급식비를 못 내어 펑펑 울던 아이,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다가 결국 학교를 그만둔 아이 등등. 때로는 필사적으로 도움을 주려 애써서 성공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그저 곁에서 무력하게 그 모습들을 바라봐야만 했던 김명길 선생의 심정이 그려지지요.

  그런데 사실, 이런 이야기들은 지금도 여전히 벌어지고 있는 이야기들입니다. 어쩌면 여러분의 바로 곁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일지도 몰라요. 단지 여러분의 눈과 귀에 들어오지 않을 뿐이지요. 물론 우리는 평생 그런 것들에게 신경 쓰지 않고 살아갈 수도 있습니다. 당장 내 앞 걱정하기도 바쁜데, 그렇게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요, 하지만 그렇게 내 바로 앞만 보면서 나아가는 것은 내가 알지 못하는 것들과 마주하는 나의 능력을 약하게 만듭니다.

  내가 알지 못하는 괴로움을 지닌 사람들과 언젠가 마주쳤을 때, 나로서는 이전에 겪어본 적이 없는 문제가 내 앞에 떡하니 들이밀어졌을 때, 나랑은 너무나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과 어울려야 할 때. 우리 삶을 길고 언젠가는 반드시 그런 순간들이 옵니다. 그런데 그 전까지 항상 익숙한 길만 걷고 당장 내 눈 앞에 보이는 것만 따라온 사람은 그런 순간들이 왔을 때 어찌할 줄을 모르게 됩니다. 경험은 적고, 시야는 좁아져서, 넓디넓은 세상과 그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을 대하는 방법을 모르게 되지요.

  그래서, 저는 여러분에게 지금 여러분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에서부터 좀 더 주변의 많은 것들을 눈여겨보라고 부탁했습니다. 교육학을 공부하라거나, 학교 제도를 공부하라거나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학교에서 여러분의 주변에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여러분 주변에는 어떤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 학교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그냥 지나쳤던 것들을 좀 더 궁금해 하고, 묻고, 여러분 자신의 문제인 것처럼 고민할 수 있기를 부탁했습니다.

  사실 이번에 우리가 읽은 책들도 다 그러한 문제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학교의 슬픔』과 『학교는 시끄러워야 한다』는 여러분이 결코 알지 못했을, ‘선생님의 눈’으로 학교를 보면 어떤 것들이 보이는가에 대한 책들이었지요.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는 백 년 전의 학교 이야기를 통해 오늘날 우리들의 학교를 다시 보게 했구요. 『바보 만들기』는 아주 비판적인 관점에서 학교를 보았을 때 어떤 모습들이 보이는가에 대한 책이었지요. 함께 본 영화 『억셉티드』는 ‘학생이 원하는 학교’를 만들어나간다는 이야기를 통해 학교란 무얼 하는 곳이고, 우리는 학교에서 무얼 하고 싶은가를 고민하게 했구요.

  이 이야기들이 여러분에게는 얼마나 다가갈 수 있었는가는, 이제 마지막 에세이 글쓰기를 통해 할 수 있겠지요. 그럼 다음주, 각자의 에세이 초안과 함께 만납시다! 아래 링크된 글을 참조해서 에세이 초안을 꼭 써오도록 합시다!

  * http://moontaknet.com/?pageid=1&page_id=1028&mod=document&uid=29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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