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중등인문학교 다섯번째 시간 후기

명식
2019-10-28 12:02
287

 

  안녕하세요, 2019 중등인문학교 튜터를 맡고 있는 명식입니다.

  이번 주는 2019 중등인문학교 <학교라는 낯선 곳> 다섯 번째 시간이었습니다.

 

  어느덧 이번 시즌도 반환점을 돌았네요. 이번 시간에는 지난주 푹 쉬고 온 일곱 명의 친구들과 함께 존 테일러 개토의 『바보 만들기』를 읽었는데요. 뉴욕 시 ‘올해의 교사상’을 세 번이나 수상한 저자가 학교 교육에 대한 비판적인 관점을 드러낸 책이었지요. 물론 수업 시작할 즈음에 말했던 것처럼 이 책 또한 학교에 대한 여러 가지 관점 중의 하나일 뿐입니다. 이 책의 메시지가 학교에 대한 유일한 진실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여러 의견 중 하나로 생각하여 참고하면서 학교라는 공간과 관계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정리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 잊지 마세요!

 

 

 

 

  수업 시간에 각자 인상 깊었던 부분을 가져와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 중 하나가 재홍이가 가져온 부분과 연관되어 있는 ‘사회’와 ‘조직’의 이야기였죠. 우리는 흔히 학교를 설명할 때 하나의 ‘작은 사회’ 혹은 ‘사회로 나가기 위한 예행연습’ 같은 표현을 많이 사용하고, ‘학교에서 잘 해야 사회에서 나가서 당당한 사회인이 될 수 있다’와 같은 이야기도 많이 듣는데요. 재미있게도 저자인 존 테일러 개토는 ‘학교는 사회가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어요. 대신 그는 ‘학교는 조직이다’라고 하지요.

 

  이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회’와 ‘조직’에 대한 저자의 독특한 정의를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자가 말하는 ‘사회’는 모든 구성원이 ‘전인격적 존재’로 받아들여지고 자유롭게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며 활동을 구성해나가는 집단입니다. 쉽게 말하면, 모두 한 사람을 온전히 그 사람 자체로 대하고 그러한 관계 속에서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나가는 집단이 저자가 말하는 사회입니다. 그에 ‘조직’은 한 사람에 특정한 역할과 정체성을 부여하고, 그 사람에게 오직 그가 맡은 역할만을 요구하며 그를 기준으로 평가하는 집단입니다. ‘조직’의 구성원들은 오직 자신의 역할에 따라 말하고 행동해야 하며, 자연히 그가 할 수 있는 일에는 명확한 제한이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저자의 기준으로 학교가 사회가 아닌 조직이라는 말을 이해하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학교에서 우리는 학생의 역할을 요구받지요. 그리고 학생은 학생‘다워야’ 합니다. 학생답지 않게 학교가 가르치는 공부 외에 다른 것에 빠져든다거나,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멋대로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한다거나, 학교가 나누어놓은 시간 스케줄을 따르지 않고 멋대로 움직인다거나 하면 우리는 아마 처벌을 받게 될 것입니다. 물론 이건 선생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학생의 역할을 요구받듯 그들은 선생의 역할을 요구받고, 그 역할에서 벗어나려 하면 그들 역시 처벌을 받습니다. 『학교의 슬픔』에서 살펴봤었지요?

 

  그리고 사실, 우리가 앞으로 살면서 속하게 될 수많은 집단 중에는 저자가 말하는 ‘사회’보다는 ‘조직’이 훨씬 더 많을 겁니다. 대학교도 그렇구요. 회사도 그렇지요. 각자의 신분과 직급에 맞게 행동하기를 요구받습니다. 왜냐하면 그러한 조직의 방식이야말로 ‘효율적’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조직 안에서 딱 자기들의 역할에 따라 부품처럼 착착 움직여줘야 가장 적은 돈과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최대의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

 

  물론 어떠한 경우에는 ‘조직’의 효율성이 필요할 때도 분명 있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맞춰 최선을 다해야 하는 때도 있지요. 하지만 저자가 제기하는 문제는 교육 현장까지도 하나의 ‘사회’가 아닌 ‘조직’이어야 하냐는 것입니다. 가령 ‘조직’은 높은 효율성을 갖지만 한 사람을 일정한 제한 안에 가두어 놓기 때문에 그 안에서 만들어질 수 있는 인간관계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습니다. 교육현장이 그처럼 얽매인 인간관계 속에 위치한다는 건 무엇을 의미할까요? 또, 요즈음은 성인들에게 자발성과 창의성, 자기PR 등을 요구하는 시대입니다. 헌데 교육현장에서 오직 주어진 역할에 순응하는 것만을 배운 사람들이 어떻게 성인이 된다고 갑자기 자발성과 창의성을 뽐낼 수 있을까요? 그래서 다들 학교와는 별개로 학원을 다니고, 현장학습을 가고, 봉사활동을 하고 여행을 떠나며 스펙을 쌓는 게 아니겠습니까? 이건 분명 생각해볼 문제겠지요.

 

 

 

  그 외에도 우리는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연경이는 과연 일주일 중에 학교 공부와 숙제와 자는 시간과 먹는 시간 등을 빼고 우리에게 남는 시간, 우리가 스스로 무언가를 생각해보고 하고 싶은 것을 해볼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에 대하여 이야기했구요. (저자의 계산법에 의하면 미국 친구들은 일주일에 아홉시간이었죠)  또 우리는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수많은 것들, 가령 설거지 하는 방법이라던가, 밥 하는 방법이라던가, 지하철 타는 방법 같은 것들을 우리 스스로 훔쳐보고 따라하고 깨치면서도 왜 그것들은 교육이나 배움이라고 부르지 않는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습니다. 그것들도 실제 살아가는데 국어나 수학만큼 꼭 필요한 건데 말이에요. 또 각자가 가지고 있는 배움에 대한 열망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지요. 기타나 바이올린 같은 악기 연주를 배우고 싶은 욕망, 진우가 말한 농구 같은 스포츠를 배우고픈 욕망, 강욱이는 목공 등등. 그리고 정작 그러한 것들을 배우려 할 때는 또 얼마나 힘든 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했구요. 이렇게 『바보 만들기』를 가지고 여러 이야기들을 하면서, 학교 – 교육 – 배움에 대한 상상력을 보다 넓히는 기회가 된 것 같습니다.

 

  이제 우리는 마지막 책인 김명길의 『학교는 시끄러워야 한다』 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그 다음에는 이번 시즌을 마무리하는 에세이 - 글쓰기에요! 다들 책을 읽어 와서, 이번 주 토요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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