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XTLAB S2 처세의 기술_둘째 날 후기

초빈
2019-06-23 22:20
263

 텍스트랩 이번 시즌은 연장자, 선생님, 집 등... 여러 가지 주제 중 자신의 고민하고 있는 주제를 선택해 직접 의뢰자(이자 상담사)가 되어 자력고민상담소의 사람들(우리!)에게 고민을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여러 주제 중에 나는 친구라는 주제에 대해 가장 할 수 있는 말이 많을 것 같아서 골랐다. 하지만 정작 고민을 말로 하려니 간단명료한 몇 문장으로 정리하는 것이 어려웠다. 생각이라는 것은 말과 달리 시작점이 없이 꼬리에 꼬리를 문 형태였고.. 그래서 어디서부터 말해야할지 감을 잡는 것도 어려웠다. ‘반 친구와 같은 너무 친하지도, 그렇다고 사이가 나쁜 것도 아닌 일상적인 관계를 어떻게 맺어나갈까라는 고민을 주제로 잡아 말하다보니 점점 주제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로 엇나갔고... 그에 고은쌤은 한 번 구체적인 사건이나 특정한 인물을 정해서 이야기를 시작해보라는 조언을 해주셨다.

 

 그래서 나는 우선 내 주변에 어떤 친구들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그 중에 한 부류..인 친구들은, 일상적으로 폭력적인 언행을 일삼는 친구들이었다. 그래서 그 친구들과의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로 했다. 그 친구들은 매일 같이 소수자들에 대한 혐오적인 발언을 하고, 심지어 누구는 아주 진심은 아니었겠지만..(아니길 바라고 있다) 반에서 소외당하고 있는 같은 반 친구를 죽이고 싶다는 말을 했다. 그런 행동들에 대해 절대 잘했다고 말할 생각은 없지만, 그것이 일상적으로, 필연적으로 마주쳐야만 하는 관계들이라면 어떻게 그런 친구들을 차단하지 않고, 어떻게 사랑해나갈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이야기했다.

 

 그에 대해 그런 친구들을 왜 사랑하고 싶다고 말하는지..에 대해 질문을 받았다.(질문이 정확히 뭐였는지 기억이 안난다. 비슷한 느낌이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조금 놀랐다. 왜냐하면 사실 이유에 대해서는 말로 답을 정리할 수 있을 만큼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람을 사랑할 수 있다는 것 멋진 일이라고 생각했고... 그리고 스스로에게도 평온을 가져다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오히려 나는 이제까지 마음에 들지 않는, 그러니까 내 도덕적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사람들은 나와는 영원히 섞일 수 없는 대상으로 여겼고, 쉽게 차단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하지만 작년부터 여러 사람과 책에 영향을 받아 그 경계가 많이 무너지면서, 어떻게 사람들을 이분법적으로 선과 악으로 구분하지 않고 그들의 삶과 맥락을 들여다볼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다.

 

 세미나에서 읽은 <소학>에 이런 말이 나온다. “선으로 책함(꾸짖음)은 친구 간의 도리다.” 하지만 내게는 책선할 능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 두렵고, 스스로도 상처를 입을까봐 두렵기 때문이다. 또한 상대는 반드시 잘못을 했고, 나는 그걸 바로잡아줄 권리가 있다고 믿는 것도 기만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책선을 하더라도 그 사람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를 듣게 된다면, 그 사람만의 맥락을 이해하고 좀 더 세상을 폭넓게 이해하게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번 시간에 고민을 공유함으로써 특별히 명료한 해답을 얻어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상심하지도 않았다. 애초에 문제해결을 목적으로 고민을 가져온 것도 아니었고, 새로운 질문을 내 것으로 가져왔다는 것에 나는 만족한다. 앞으로도 다른 사람들이 다양한 고민들을 매시간 가져오게 될 텐데, 그때마다 내가 어떻게 새롭게 그 고민에 대한 질문들을 내 삶 속으로 끌고 들어오게 될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댓글 2
  • 2019-06-23 23:52

    크으 초빈씨 고민들 성원합니다

    채굴단과 상담사, 투잡이 쉽진 않지만 재밌었습니다. 

    다음시간 기다려지는데 다음시간은 함께 못하는 게 너무 아쉽습니다..

  • 2019-06-30 00: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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