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세미나' 마지막 시간 후기입니다.

도라지
2019-12-31 10:35
471

어젯밤 문득 2020년 계획을 세워보다가. 떠오르는 생각들을 메모지에 써서 어디에 붙여볼까 했다. 그런데 하다가 관뒀다. 별 이유 없다. 타이밍상 이런 건 31일에 해야 그림이 더 멋질 것 같아서다. ㅋㅋ 난 오늘 뭐라고 적어 넣을까?

 

잎사귀 쌤은 마지막 시간에 투덜투덜하셨다. 왜 나만 이렇게 다 드러냈나요? 왜 나만 부끄럽지? 이런 성실한 투덜거림! ㅎㅎ 물론 우리도 한마디씩(내 목소리가 젤루 컸다.;;) 했다. 아니 아니 우리도 깔 만큼 다 깐 거라니깐요~~~

난 아직(아직도?) 믿음이 약해서? 꿈틀쌤은 일단 전투력만 상승해서? 그림쌤은 아직 생각이 정리가 덜 돼서?
그래서 좀 부족했던가요?  그럼 다음엔 쫌 더 까볼게요~ (우리 내년에 또 만나나요?ㅎ 그런데 전 아직 신청을 못하는 중. 왜???ㅎㅎ)

 

2019년 나의 키워드는 단연 '마음'이었다. 그래서 마지막 에세이는 '무아'를 주제로 써볼까 생각도 했었다. 막상 쓰려니 생각들이 얼기설기 엮이기만 하고 단단하게 묶어줄 문장들이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 거다. 왜 그랬을까?
뭘 묻나? 공부가 덜 됐기 때문이겠지. 고민을 덜 했기 때문이겠지. 그래서 바꿨다. 가장 쓰기 쉬운 것들로. 일 년 내내 가장 잘 보였던 내 마음에 대해서. 그래서 나는 내 부끄러운 욕망들과 나르시시즘에 대해 짧게 써 보았다. 그리고 쓰면서 (그것들을 쓰고 있는), 쓸 엄두를 낸 나를 스스로 칭찬해줬다. (예전의 나는 그런 이야기 절대 안 쓴다!) ㅎㅎ

얼마 전 카톡 프로필에 한동안 써놓았던 '緣起'라는 말을 '正念'으로 바꿨다. 나는 앞으로 더 잘 관찰하고 싶다. 잘 알아차리고 싶다. 내 마음을. 일어나는 모든 것들을.  그 마음에 끊임없이 어리석음이 스며들지언정. 이제 볼 수 있을 것 같다. 어리석음의 정체를 그러면서 그동안 단단하게 쌓아놓은 내 모습을 부지런히 부수고 또 부숴야지. 그런 마음으로 에세이를 썼다.

 

에세이를 올리고 나는 꿈틀이 쌤이 올리신 에세이의 제목을 미리 열어보고는 잠시 뒷목을 잡았다. 나랑... 제목이 같았다. 결론적으론 그래서 재밌었다. 이게 경전을 읽는 맛이 아니던가? 우리는 시즌 내내 서로 비슷한 경전에 꽂히는 이심전심을 발휘했지만, 그 해석을 자신의 삶에서 정직하게 해보고자 했기에 각양각색으로 다른 경을 읽은 듯한 효과를 만끽했던 것 같다.

 

잎사귀쌤은 우리에게 유행어 "그런 거 없다!"를 남기면서 올 한 해 시원시원 솔직한 메모로 나를 자극했다. 아! 나도 저렇게 써보고 싶다!  (다음번 에세이에선 잎사귀 쌤한테 칭찬받아야지! ^^ 인정욕구인가?!ㅋㅋ)

그리고 그림쌤의 논리와 날카로운 문제 제기는 우리의 세미나를 의외의 순간에 번쩍!번쩍! 밝혀주곤 했었다. 내년에도 기대~
 

올 한 해 같이 공부했던 쌤들 특히 정정쌤과 미르쌤은 나의 부족함을 들여다보게 해주는 맑은 거울이었는데,  그래서 경전을 읽으면서 문득 정정쌤과 미르쌤은 여기를 어떻게 읽을까? 라고 생각 해보기도 했었다. (보고싶네요 ㅠㅠ) 정진 잘 하면서 살고 계실거란 것에 1도 의심은 없다.

 

2020 세미나의 제목은 '도시와 영성'.

요요쌤은 "영성이란 인간이 현재 자신이 좁은 세계를 초월할 수 있는 마음의 잠재적 힘이자 우주만물과 교감하거나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하셨다. 내 마음은 아무리 집중을 하고 날을 벼려도 눈 앞에 어떤 물건도(심지어 내 속눈썹도) 꿈쩍하게 힘을 발휘하지는 못하지만, 또한 그 마음은 세상 모든 것과 다른 무엇도 아니기에 힘이 어마어마하다. 그래서 나는 요요쌤의 에세이 마지막줄에 밑줄을 박박 쳤다.

 

 

"어디에 내가 집착하고 있는가를 드러내는 공부야 말로 가장 수행적인 공부가 될 수 있다. 그랬을 때 공부는 해방과 자유를 향한 날개짓이고 분투가 될 수 있다. 다행히 우리가 아무리 자신을 좋게 포장하려 해도 함께 공부를 하다 보면 내 모습이 있는 그대로 드러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그래서 공부는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수행이 된다. 세상의 눈으로 수행자 집단도 아닌 곳에서 우리가 신도시 골목 한 귀퉁이에서 마음을 닦고 영성을 찾는 공부를 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아! 오늘 밤 이렇게 써 붙여야겠다.

^^

댓글 4
  • 2019-12-31 21:18

    도라지! 뭘 망설이나요?ㅋㅋ 같이 공부해야죠^^
    마음세미나 함께 한 친구들 덕분에 2019년은 저에게도 기억될만한 한 해였어요.
    계속 같이 공부하면서,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자유롭지만, 또 지혜롭게 사람들과 더불어 잘 사는 그런 길을 찾아 보아요.^^ 모두 해피 뉴이어~~

  • 2020-01-01 11:08

    까도 까도 또 까지는 양파 같은 마음을
    벗기고 또 벗기면서 알싸함에 눈물 콧물 흘리다보면
    앎과 삶이 좁혀지리라 믿습니다.
    그래서 마음세미나 할 때마다 감사했어요.
    알게 해 주셔서요.
    저만 혼자 맨살 드러내기 부끄러워 도라지샘께 압박을 가했나봐요 ㅎㅎ
    이해해주소서.
    올 해도 일상 덕분에 '발심'하겠지요.
    도시와 영성 세미나로 힘받아 직면할 수 있을듯요.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복도 많이 지으소서.

  • 2020-01-03 05:21

    "어디에 내가 집착하고 있는가를 드러내는 공부야 말로 가장 수행적인 공부가 될 수 있다"
    아마도 나는... 나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집착하고 있는 것 같네요.
    부족한 에세이도 올렸습니다.
    이번 도시와 영성 세미나는 좀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해서
    북적 북적 , 시끌 시끌 했으면 하는 바램이에요~~~~

  • 2020-01-05 21:01

    마음세미나를 통해서 문제의식의 배치를 대상에서 저에게로 이동시키는 계기가 된것 같습니다
    2019년 저에게는힘든 시기였지만
    모든 경험이 고통만 주지 않는법
    그로 인해 또 삶을 배웠다고 생각합니다
    세미나 선생님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같이 공부하는 행위 자체가 복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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