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회차 후기-공자는 민주주의 선구자

토용
2020-06-03 20:12
288

오늘을 마지막으로 시즌 1의 책 세 권이 끝났다.

처음 읽은 책도 있었고, 읽었던 책도 있었지만 언제나 그렇듯 처음 읽는 것처럼 새롭다.

이번에 읽은 『공자 인간과 신화』도 분명 몇 년 전에 읽었던 책인데 어찌나 새롭던지... 하지만 확실한건 이번에 훨씬 더 재미있게 읽었다는 것. 그 이유는 원문을 읽기 전과 후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아마 올해 서당에서 논어를 배우고 다시 이 책을 읽는다면 또 다르게 읽힐 것 같다.

 

마지막 시간 세미나는 공자 사후 유교가 어떻게 발전해갔으며, 서구에 끼친 영향이 무엇이었는가에 관해서였다.

크릴은 『논어』를 중심으로 한 공자사상을 원시유교로, 한대 이후의 유교를 왜곡된 공자사상으로 구분하여 보고 있다. 이 책이 공자의 생애와 사상을 다루면서 공자에 초점이 맞추어져있기 때문인지 공자 사후의 유교에 대해서는 꽤나 박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원래 공자사상은 이렇지 않았는데 후대에 설화가 들어가고 왜곡된 해석이 덧붙여졌다는 식이다. 예를 들면 『주역』의 십익은 공자가 쓴 것이 아닌데도 공자가 썼다고 하면서 공자의 철학을 왜곡했다는 것이다. 또 『사기』에 나오는 공자에 관한 기록은 믿을 수 없다고도 말한다. 『공자가어』에도 믿을 수 없는 설화들이 들어가 있다고 개탄한다. 가깝게는 맹자와 순자, 멀리는 신유학까지 비교하면서 저자는 잃어버린 공자의 진면목을 찾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쓴다. 그의 논지를 따라가느라 좀 해매기도 했고, 선뜻 동의도 안 되는 부분도 있었다. (맹자를 상류사회를 선망하는 속물로 표현했는데, 굳이 이렇게까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공자사상이 서구 민주주의 발전에 끼친 영향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인정은 하지만 좀 더 세심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예수회 선교사들은 중국지식인들을 기독교로 끌어들이기 위해 신유학으로부터 공자의 도덕철학을 분리하여 초기의 순수한 유교개념을 유럽에 소개하였고, 이것이 18세기 계몽주의자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공자의 사상은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성격 때문에 처음에는 환영을 받았다. 그러나 유럽인들은 점점 그것이 예수회 선교사들의 선전목적을 위한 발명품이라고 생각했으며, 중국의 정치가 전제정치의 특성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8세기 말 이후 중국에 대한 유럽의 관심은 사라지게 되었고, 이 때문에 중국철학이 혁명 이후 민주주의 철학의 성장에 기여한 사실은 무시되었다.

그러나 1789년 국민회의가 채택한 인권선언에 “인간은 권리면에서 평등하고 자유롭게 태어났으며, 항상 그 권리를 계속 향유한다”는 말은 1696년 예수회 선교사가 다음과 같이 말한 것과 비슷하다. “중국에서는 귀족계급은 결코 세습되지 않고 신분상 상하차별도 없으며, 다만 각자가 수행하는 역할에 따라 구분될 뿐이다.”

 

저자는 공자철학이 근대적 의미에서 민주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민주주의의 선구자로서는 충분하다고 말한다. 공자는 인간의 협동적인 사회에 기초가 되는 원리를 제시했고, 그 실현에 헌신했기 때문이다. 또 “사람이 도를 넓히는 것이지, 도가 사람을 넓히는 것이 아니다(人能弘道 非道弘人)”를 인용하면서 이것이 오늘날 ‘민주주의적인 생활방식’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이 문구를 인용하다니....좀 감동적이었다.

 

다음 시간에는 시즌 1을 마치는 미니 에세이 시간입니다.

각자 어떤 주제로 쓸지 미리 알려달라는 반장님의 말씀이 계셨습니다.

전 ‘禮’에 대해서 써볼까 합니다. 아직 구체적으로 예를 탐구하지 못한 관계로 아마도 왜 예에 대해서 쓰려고 하는지 머리말 정도의 내용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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