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회차 후기

재잘
2020-05-14 22:36
232

후기가 아닌 줄 알았다 다시 내 차례인 걸 알고 올리는데 아이가 앱을 깔아달라고 하는 바람에 두 번이나 쓰던 걸 날리고 단전에서 우러나는 소리를 냈다...

지금 내가 논어 세미나 후기를 쓰는 중이라는 걸 나는 기억하지 못했나보다. 논어 원문을 읽어야 효과가 있는 것일까?

 

논어를 처음 접하는 나에게 세미나는 매우 새롭다. 새롭지만 낯설지 않고 편안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신선함이 있는 곳이다.

내가 1년의 육아휴직을 결정하고 문탁을 두드린 건 육아가 나 개인 차원에서 끝나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때문이었다. 내 아이를 조금 더 자세히 보기 위해 결정한 시간이지만 동시에 내 아이만이 아니라 모든 아이들이 잘 살 수 있는 사회를 이루어가는데 아주 작은 도움이라도 되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다. 정치경제사회 삼무식이가 작년부터 변화를 원한다면 내가 행동해야한다는 것을 깨닫고 말 그래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대부분의 내 주변이들은 나를 이상주의자로 몬다.

'세상은 안 바뀌거든! 이라면서.'

'그렇겠지. 오지 않을 세상을 바라는 거니까. 그 정도는 바래볼래! 어차피 안 올거라면, 꿈이라도 크게 꾸자!'

그런데 배병삼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한자락 위안을 얻었다. 내 오해일 수 있겠으나 공자와 맹자는 나의 몇 배 아니 몇 십 배를 넘는 이상가들이었으니! 맹자의 말대로 나도 그들을 스승으로 삶을 수 있을테고 그렇다면 문제일 것이 무엇인가?

수신, 수기치인 등등등, 다 잊더라도 남이 있음으로 내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부끄러움을 안다면 나도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것 아닌가!  지극히 단순하고, 본능적이고 직관적인 나로서는 삶에 녹아나는 철학이 중요하다. 나를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성공시킬 학문이 아니라 내 가족을 이해하고 내 삶을 꾸려나갈 삶 속의 철학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이번 책은 나에게 그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내 책무를 소흘히 하지 않는다면, 불의에 눈 감지 않는다면 나도 사람답게 살 수 있겠구나, 하고.

세미나를 하며  많은 단상들이 스쳤고, 자꾸 개인사를 끌고 들어오게 되었는데 그 또한 지혜롭게 이끌어주셔서 감사하다.

 

몇 가지 의문이 있다.

1. 공자는 빈부와 출신을 따지지 않고 가르쳤다는데 그렇다고 여자가 교육을 받았다는 뜻은 아니겠지?

만약 그 시대부터 여자가 교육을 받았더라면 지구는 세상은 지금 어떤 모습일까?

2. 왜 우리는 초중고에서 철학을 가르치지 않을까? 수치심과 부담감만 키우는 도덕교육 말고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면 좋을텐데. 그렇다면 우리 모두가 덜 걱정하고 더 행복할텐데...

 

늘 대화를 원하는 나는 공자의 수업방식이 좋다.

언제가 한 번은 그런 대화를 나눌 수 있겠지?!

 

 

 

 

댓글 1
  • 2020-05-15 01:36

    얼마전 남편이 딸내미 폰을 또 업그레이드해줬더군요.새로 사준 건 아니고 성능 좋은 자신의 폰과 바꿨더라구요. 왜 애를 신나게 게임까지 하게 하냐? 고 남편에게 물었어요. 애가 요즘 도통 생각을 안한다고도 했죠. 그랬더니 남편 왈, 요즘 신세대 프로그래머들은 왜라고 묻지 않고, 자신이 서 있는 환경을 그대로 받아들이고(원리 이해없이) 그 위에서 프로그램을 짜기 때문에 기존 프로그래머들이 속도를 따라 잡을 수 없대요. 그러면서 자동차운전을 예로 드네요.
    제가 자동차 작동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운전을 배우는데 별다른 문제가 없듯이 굳이 왜 라고 묻지 않는 우리 아이들 세대는 다른 신체를 가질 거래요. 사실 남편은 자동차정비에 관심을 가질만큼 뭐든 속속들이 장악하지 않으면 못견디는 스타일인데... 왜 제게 이런 얘길할까요?
    그날 마침 제가 논어세미나에서 생활속에 작은 철학자를 얘기했던 날이라 더 생각이 많아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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