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아 (생민, 영대, 문왕) 후기

바당
2019-08-06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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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민(生民)>, <영대(靈臺)>, <문왕(文王)>

  시경 대아편은 지금까지 조금씩 맛봐 온 풍, 소아와 달리 제후국 왕들의 시여서 그런지 역시 스케일이 크다. 종족을 일으킨 신화이야기, 왕조의 기틀을 세운 이야기, 그래서 자나 깨나 힘쓰고 힘써서 세세대대로 이 영광 계속되기를 기원하는 그런 시들, 사실 재미없다. 마치 건국신화이야기, 주기도문, 국민교육헌장을 어려운 한자로 읽는 기분이랄까.

  <생민(生民)>은 주나라 시조가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노래한다. 후직은 어머니 강원(姜嫄)이 상제의 엄지발자국을 밟고 감동하여 난 아이다. 남편의 아이가아니어서 세 번이나 버렸으나 그때마다 버텨낸다. 나의 몽롱한 머리는 그 이후의 내용은 따라가지 못하고 여기서 계속 맴돈다.

  왜 고대신화에서는 아버지 없는 이들이 건국시조가 되는 경우가 많은가? 에 대해 혼자 근거 없는 상상을 하면서. 문자와 기록이 있기 이전시대는 모계사회 아냐? 그땐 누가 아비인지 알지도 못했을 거고, 굳이 알 필요도 없지 않았을까? 그런데 씨부족국가들이 통일되고 고대왕조들이 틀이 잡히면서 부계혈통으로 권력을 이양하게 될 때 시조들을 살펴보니 시조어머니는 분명한데 시조아버지가 누구인지는 당연히 모르게 되는 그런 상황이 된 거 아냐? 해서 하늘과 연관되는 아버지를 창조해 내는 것이 아닐까? 하는 뭐 이런 생각들이다. 그러면서 꼬리를 무는 의문에 날개를 단다.

  남편의 아이가 아니어서 버렸다? 노~노~ 그럴리가. 후대에 부계혈통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만든 틀이지 않을까? 그냥 아이들을 버렸고 살아남은 아이들만 키우지는 않았을까? 스파르타족처럼 강자만이 살아남아 자기 먹을 것은 자기가 사냥을 하고 채집을 할 수 있게 하는. 인간에게도 경제성의 가치가 부여되는 그런 시대가 아니었을까? 뭐 그딴 씨알도 안 먹히는 상상들을 혼자 펼쳐내면서.

  <영대(靈臺)>의 내용은 재작년 <맹자> 읽을 적 느꼈던 아련한 기억이 소환되었다. 여자 좋아한다던 제선왕과의 만남에서 여민동락(與民同樂)을 강조하며 인용했던 그 구절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웃음을 만들어 내는 탁탁과 학학의 언어감각~~. 맹자와 주자의 해석에 따르면 왕의 선정(善政)이 조수초목(鳥獸草木)에 까지도 흘러넘치니 백성들은 말할 필요도 없다는 뜻이라고 한다. 뒷부분에 나온 벽옹(辟雝-천자의 학교)에서 종과 북들이 질서 정연하게 즐겁게 음악을 연주한다고 노래한 부분에서는 별다른 해석이 보이지 않았다. 내가 맹자나 주자로 빙의하여 해석하자면 ‘인재들을 불러모아 나랏일을 의논하니 이에 세상이 조화롭고 평화롭게 돌아갔다고 노래했다 쯤으로.

  <문왕(文王)>에서는 이제 죽어 하늘나라 상제 곁에 올라간 문왕에게 후손들이 잘 되게 해달라고 비는 내용이다. 죽어서도 계속해서 주왕조(周王朝)를 지켜주고 후손들에게 영광을 달라는 염원을 담은 이 시는 이후에도 국가나 가문의 제사를 모시는 데 전형이 되지 않았나 싶다. 특히 “가문은 보전하기가 쉽지 아니하니 네 몸에서 끊어지게 하지 말지어다”로 수천년 지난 오날날까지 내려오고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각자 할 말이 많을 터,

 

이쯤되면 어려운 한자더미 속에서 헤매며 때론 수 천년의 시대적 간극을 건너지 못해 낑낑대는 대신, 얼치기 상상과 꿈결 속에서도 시경을 공부할 수 있다는 특수비법을 공개하는 것이라는 걸 눈치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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