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조건>5장 후기(8/9일)

꿈틀이
2018-08-13 11:55
303

 8월 9일 세미나는 개인 사정상 좀 일찍 나가봐야 했기 때문에, 제가 발제한 내용을

토대로 간단히 요약본만 올리겠습니다. 세미나에서 오고간 주요 의견들은 댓글을

통해 나눠보는 걸로 하겠습니다.

제5장 행위

 인간은 말과 행위를 통해 다른 사람과 단순히 다르다는 것을 넘어 능동적으로 다른 사람과 자신을 구분하며, 인간 세계에 참여한다. 이 참여는

노동이나 작업처럼 필연성과 유용성에 의해 추진되는 것이 아니라 결합하기를 원하는 타인의 현존재에 의해 자극받는다. 시작으로서 행위가 탄생의 사실에 상응하고 태어나는 인간조건을 실현하는 것이라면, 말은 차이성에 상응하여 다원성의 인간조건을 실현한다.그러므로 인격은 말과 행위를 통해 모든 것을 드러낸다.

 하지만 이러한 인격의 표현은 아무리 뚜렷하게 보인다 하더라고 말로 명료하게 표현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인간사를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원칙적으로 인간에게는 배제된다. 인격이 표현되는 방식은 고대 신탁의 매우 어려운 계시와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애 더욱 그러하다. 말과 행위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며 사람을 지향하지만 스스로 물화될 수도 대상화될 수도 없기 때문에 구체적이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말과 행위의 영역은 비구체성에도 불구하고 사물세계만큼이나 현실적이다. 이 실재를 우리는 인간관계의 그물망이라 부르고  여기에서 '인간의 이야기'들이 산출된다.

 인간사의 이야기들은 그물망이라는 비정형적이고 비형식적인 곳에서 산출되기 때문에 예측불가능하고 환원불가능이라는 내적 연약성을 지닐 수 밖에 없다. 그리스인들은 이러한 연약성을 폴리스의 구축을 통해 극복하고자 했다. 폴리스는 말과 행위를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를 자신의 유일한 차이성을 통해 보여주는 기회를 배가시키면서, 동시에 말과 행위의 무상함을 치료하는 이중적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폴리스의 공간은 그들이 어디에 있든지 말과 행위가 사라지지 않도록 보증 받으며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가장 폭넓은 의미의 현상적 공간이다. 이 공간에서 나는 타인에게, 타인은 나에게 현상하게 된다.

  현상은 공론영역의 전제 조건이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 어디에서나 현상의 공간은 잠재적으로 존재하지만 필연적으로 영원히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공론 영역은 행위와 말에 의존하기 때문에 결코 이같은 잠재적 성격을 완전히 상실하지는 않는다. 여기서 권력이라는 개념이 들어서게 되는 데 권력은 실현될 때만 존재한다. 즉 말이 공허하지 않고 행위가 야만적이지 않은 곳에서 말이 의도를 숨기지 않고 행위가 실재를 현시하는 곳에서 권력은 실현된다. 공론영역을 존재하게 하는 것이 바로 이 권력이다. 힘이 고립된 개인에게서 볼 수 있는 자연적 성질인 반면에 권력은 현실화될 수 있지만 결코 물질화될 수는 없다. 권력의 발생에 유일하게 필수적인 요소들은 사람들이 함께 살아간다는 사실이다.

행위가 가진 예측불가능성, 과정의 환원불가능성, 작자의 익명성이라는 연약성을 극복하기 위해 행위를 생산으로 대체한 시도는 무릇 근대만의 결과는 아니다. 행위의 불행은 인간의 조건의 다원성에서 발생하지만 다원성은 공론영역인 현상공간을 위한 필수조건이므로 행위를 생산으로 대체한다는 의미는 공론영역을 제거하려는 시도로 해석가능하다.

고대 정치철학자 플라톤은 철인왕 전제군주를 내세워 행위의 불행을 해결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는 모든 일인정치가 그러하듯 공론영역에서 시민을 추방하는 것, 오로지 지배자만이 공적인 일에 관여해야 하며 시민들은 사적인 일에 종사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근대는 사물을 생산으로 제작인으로 인간을 정의함으로써 고대정치철학의 전통을 매우 적극적으로 계승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행위의 환원불가능성과 예측불가능성을 극복하기 위해 아렌트는 행위를 생산으로 대체한 시도를 비판하며 용서와 약속을 제시한다. 용서는 환원불가능한 행위의 과정적 성격을 치유하기 위해,  약속은 예측불가능성이라는 의심과 모순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덕목인데 이는 인간의 다원성이라는 조건에서 가능하다. 노동이나 제작이 가진 연약성은 다른 외부의 사물이 가진 세계성으로 극복이 되는 반면 인간의 행위는 행위 내부가 가진 자체 능력으로 치유가능하는 것이다. 즉 인간의 다원성은 말과 행위를 통해 실현되며, 말과 행위가 가진 연약성은 인간의 다원성을 통해 극복가능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용서는 사랑의 전제에 의해 실현되기 때문에 사랑이 내포하는 무세계성으로 전통이 거부한 반면 약속 능력은 내재하는 안정화의 힘으로 인간의 행위가 가진 불행은 치유가능하다.

이와 같은 정치적 행위 능력을 통해 안간은 자연 순환이라는 필연적 관계에서 탈파하여 필멸하는 존재가 아닌 불멸하는 존재가 된다.

다음주 6장 발제는 코스모스 님 입니다.

댓글 0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902
<가능성들> 5,6장 메모 (3)
띠우 | 2023.06.27 | 조회 191
띠우 2023.06.27 191
901
<가능성들>3,4장 메모 (4)
| 2023.06.21 | 조회 221
2023.06.21 221
900
<가능성들>1-2장 후기 (3)
| 2023.06.19 | 조회 180
2023.06.19 180
899
<가능성들> 1,2장 메모 (6)
띠우 | 2023.06.13 | 조회 145
띠우 2023.06.13 145
898
<불쉿잡> 5장~7장 후기 (1)
띠우 | 2023.06.12 | 조회 324
띠우 2023.06.12 324
897
<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 후기 (3)
곰곰 | 2023.06.08 | 조회 148
곰곰 2023.06.08 148
896
<적을수록 풍요롭다> 강좌준비 질문들 (6)
뚜버기 | 2023.06.08 | 조회 154
뚜버기 2023.06.08 154
895
불쉿잡(1장~4장)첫 시간 후기 (5)
달팽이 | 2023.06.05 | 조회 225
달팽이 2023.06.05 225
894
<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 메모 (5)
곰곰 | 2023.06.02 | 조회 128
곰곰 2023.06.02 128
893
<분해의 철학> 5,6장 후기 (3)
| 2023.06.01 | 조회 151
2023.06.01 151
892
<에코프로젝트1 시즌2> 첫번째 메모 올립니다 (5)
띠우 | 2023.05.30 | 조회 241
띠우 2023.05.30 241
891
<분해의 철학> 5,6장 메모 (8)
띠우 | 2023.05.26 | 조회 161
띠우 2023.05.26 161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