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인간세 후반부 후기

지원
2019-03-12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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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장자는 인간세의 후반부, ‘무용대용無用大用의 에피소드를 위주로 진행했습니다. 장석匠石 이야기, 남백자기南伯子綦 이야기, 그리고 지리소支離疏 이야기가 중점적으로 다뤄졌습니다. 지난주와 달리 이번 주에는 먼저 각자 느꼈던 점, 궁금했던 점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우선 장석 이야기에서는 타고난 수명을 다하는 상수리나무, 남백자기 후반부에는 송나라의 천수를 다하지 못하는 재목감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러한 이야기들이 뜻하는 천수를 다한다는 것의 의미에 대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고은이는 그저 천수를 다하는 것이 좋은 것인가? 라는 질문을, 뿔옹님은 재목이 되어 새로이 사용되는 것이 스피노자적 의미의 변용이 아닐지, 궁금해 했습니다. 저 또한 고은과 마찬가지로 하늘이 정해준 명이라는 것이 좀 의아했습니다. 물론 고은이는 장자가 유가의 쓸모를 비판하고 있다는 점에 더 주목했던 것 같습니다. 하늘이 마치 서양 전통의 초월성과 같은 느낌이 드는 것에 불편함을 느꼈던 거구요.

명식은 들뢰즈와의 비교 속에서 수목적 체계의 문제점을 제시하고 리좀을 제시하는 들뢰즈와 달리 장자가 이를 구조적 문제로 파악하지 않는 것 같다는 인상을 지적했습니다.

 

장석의 이야기에서 사당의 상수리나무는 석의 꿈에 나타나 먼저 서로가 사물이라고 했을 때 무용 유용을 말하는 것인지 질문합니다. 문탁 선생님에 따르면 이것은 무용대용의 첫 번째 용에 해당합니다. 쓸모가 있다 없다, 라는 인간적 기준의 판단 속에서는 차라리 쓸모없음의 길을 택하는 것이 목숨을 부지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쓸모는 상황과 조건에 따라 상대적인 것이어서, 일시적인 것일 뿐입니다.

이어서 장석이 꿈에서 깬 뒤 나무가 무용을 말했다면 사당 나무로서의 쓸모는 왜 가졌는지를 묻는 제자의 질문에 석은 잠시 의탁하는 것이라 답변합니다. 이때 제자는 여전히 인간적 쓸모로서의 용을 묻지만, 석은 그것을 넘어선 용, 즉 두 번째 쓸모를 사유하는 듯합니다.

들뢰즈 식으로 말하자면 첫 번째 용, 즉 언어적 구분은 의미단위의 분절이고, 생명은 언어로 분절되지 않는 지속입니다. “삶은 언표화 되어 질 수 없다고 할 때, 이 말의 의미는 언표가 나쁘다는 것이 아닙니다. 삶은 언표로 축소되지 않는다는 것, 언표로 축소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 용은 여기에 관계되어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설명이 라라 샘의 메모를 보며 많이 이해가 되었고, 첫 번째 용과 두 번째 용을 구분할 뿐 아니라 무와 허를 연결시키고, 천명, 심재의 기를 리좀과 연결하는 아이디어가 문탁샘의 설명과도 매우 근접해있는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천명의 천은 초월적 무언가라기 보다는 오히려 스피노자식으로 말하자면 신 즉 자연에 가까운 것이었습니다.

-

 

이어진 문탁 선생님의 강의는 동아시아 전통(유학)의 세가지 중요 키워드와의 연관성 속에서 인간세 후반부를 해석하는 것이었습니다. 첫 번째는 으로, 문명, 문화로 읽을 수 있습니다. 주역에서 이야기하는 문명이란 곧 제도, , 이며 건룡재전見龍在田의 용은 곧 요, 순임금과 같은 기준, 플라톤의 이데아와 같은 것이었습니다. 사문난적斯文亂賊의 사문, this culture를 따르면 된다는 의미에서. 둘째로 공, 논어의 공자님께 성인이란 천하를 이롭게 하는 사람이며, 이는 공적이 있는 사람입니다. 셋째로 이번 시간에 가장 중요한 키워드였던 용, 공자님에게 좋은 정치란 사물과 사람을 잘, 제대로 쓰는 것이었습니다. 이 세 가지 키워드가 인간세에서 장자가 대결하고 있는 유가적 패러다임입니다.

 

장석 에피소드에는 文木散木이야기가 나옵니다. 문목이란 본래 <아름다운 나무>라는 뜻이고, 여기에서는 <쓸모없는 나무>, 산목과 비교하여 쓸모 있는 훌륭한 나무로 등장하지요. 그러나 상수리나무는 성을 내며 그 쓸모에 의해 화를 입는다는 입장에서, 쓸모 있는 나무에 자신을 비교하지 말라는 식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더불어 여기 不材之木으로 여겨지는 산목散木은 달리 세 번째 에피소드인 지리소支離疏의 이름과도 연관이 있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흩어진 나무라는 의미의 산목과 지리소라는 이름의 음 각각이 가진 의미가 동일하다는 것입니다. 지리기형자인 지리소 자체가 세상의 쓸모와 대결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물며 지리기덕자라고 했을 때에는 아마도 두 번째 용, 쓸모와 쓸모없음으로부터 초월한 것을 의미하는 것이겠지요.

둘째로 남백자기의 에피소드에는 신인神人, 신묘한 인간이 등장합니다. 제물 감이 되지 못하는 것들을 불길한 것이라 여기는 무당과 비교하며 신인은 그를 오히려 대길大吉하다 여긴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신인이 등장하는 소요유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나옵니다. 지인무기至人無己 신인무神人無 성인무명聖人無名, 즉 덕이 극치에 이른 사람은 자기가 없고, 신묘한 사람은 공이 없으며, 성인은 이름이 없다는 말이 나옵니다. 여기에서도 장자는 공자님과는 달리 공적의 없음을 강조하고 있는 셈입니다.

마지막으로 낭송장자에도 있는 외편 <산목>에 나오는 처호재여부재지간處乎材與不材之間을 살폈습니다. 나무는 쓸모가 없어서 천수를 누리고, 거위는 쓸모가 없어서 죽은 것을 보고 제자가 어디 계시겠냐 묻자 장자는 쓸모 있음과 쓸모없음의 사이에 머물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단서를 붙입니다. “그러나 그 사이도 도와 비슷할 뿐 아직 도는 아니어서, 거기서도 세상의 번뇌를 피할 수는 없다고 말입니다. 若夫乘道德而浮遊則不然, 도와 덕을 타고 어디든 정처 없이 떠다니듯 노니는 사람은 그렇지 않고, 無譽無訾, 명예도 없고 비방도 없으며, 物物而不物於物, 만물萬物을 만물萬物 그자체로 존재하게 하면서도 스스로는 물에 의해 물로 규정받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결국 <인간세><산목>의 이러한 부분들은 유가적 에 대한 전복인 것이겠지요.

재미있는 것은 천의 고원 <리좀>에서 들뢰즈 가타리가 동양의 모습을 말하려, 중국과 관련하여 헨리 밀러를 인용한 부분입니다. “잡초는 일구지 않은 황폐한 공간에 있으며 그곳을 채울 뿐이다. 그것은 사이에서, 다른 것들 가운데서 자란다. 백합은 아름답고 양배추는 먹을거리이고 양귀비는 미치게 만든다. 그러나 잡초는 무성하게 자란다. 이것이 교훈이다.”(43) 헨리 밀러의 <햄릿>이라고 인용이 되어있는데, 국내에선 찾아봐도 나오지가 않네요. 그러나 상당히 장자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사이!

 

. 너무 어설픈 요약이 되어버린 것 같네요.

어설픔이 보여주듯이.. 아직까지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대충 이런 말인 줄은 알겠는데, 너무 추상적이고 거대하다는 생각도 들고... 조금씩 한자를 익히며 감을 잡아가야겠습니다

댓글 2
  • 2019-03-12 13:52

    뭔가 내가 한 이야기가 좀 뒤섞이긴 했어도 

    어쨌든 기특하군. 


    天, 文, 用, 氣... 뭐....이런 최소한의 한자를 읽을 수만 있으면, 그것으로 지원이한테는 足한게 아닐까, 라고 생각했었는디....ㅋㅋㅋㅋ


    이렇게 후기를 쓰다보면...음...하여 급기야 하게 될 듯^^ 

    • 2019-03-12 13:56

      후기가 늦어진 것은 한자찾는데 백시간 걸렸기 때문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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